불과 보름 전 국회는 앞은 농민들의 한 맺힌 함성으로 가득했다. 쌀 비준안을 반대하는 목소리에서 시작된 집회에 시위로 인해 사망한 전용철씨에 대한 애도와 자살한 오추옥씨에 대한 책임 추긍 등이 가세해 그 목소리는 실로 나라를 울렸다.

이런 일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다시 농민들을 울리는 일이 발생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갑작스러운 폭설이다. 폭설로 인해 농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광주를 비롯한 전남북 지역의 농민들은 총 164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오리를 키우던 한 농민은 농업의 현실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얼마나 각박했으면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면 저린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농산물을 수입하게 된다면 지금 농업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콩 심은 데 콩 나지 않는 현실’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농민들이 견뎌낼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고, 추후 농업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농산물 개방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그 대책을 내년 2월까지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대책이 진정 궁극적으로 농민을 살리는 대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젠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농심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민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대책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대책 마련으로 지방 곳곳의 특징을 살린 특산물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있는 위생기준을 조금 완화해 고장의 특산물을 팔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는 것. 프랑스의 작은 마을 곳곳에서 치즈를 만들어 파는 것처럼, 포도주를 만들어 파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의견이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지만 단기적인 자금의 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메시지만은 명확한 듯 보인다.

농민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책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이제 우리 농민들에게 두 방향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출혈에 대한 보조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그것이다.

유대인들의 율법서인 ‘탈무드’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 중 하나는 바로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이 내용을 되뇌면 답은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다.

이미 사회의 흐름은 ‘콩 심은 데 콩이 나지 않는 상황’이 됐으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농민들의 분노는 그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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