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규제의 강화에 따라 점차 지속가능한 화학물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EU RoSH 지령에서 데카BDE가 제외됐다는 것은 유럽의 새로운 화학물질 관리정책(소위 REACH로 불리는 화학물질 등록·평가 및 인증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REACH 안의 일부에 대한 해석상의 우려를 제기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EU의 결과발표에 반박 또는 의문 역시 속속 제기되고 있으며, EU의 방침을 따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부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은 전자기기에 대한 조정 규정으로 불리는 RoSH 지령은 물론이고 자동차 부문에 대한 EU 분류 인증규제에 해당하지도 않는 섬유와 같은 물질에 대해서도 데카BDE의 사용을 금지시키려고 계속 시도 중이다.
스웨덴 역시 최근 환경성 장관이 나서 일부 제품에 TBBPA 사용을 금지하는 문제에 관해 6개월간의 타당성 조사(실용성은 물론 법적 관점에서)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이견 또는 실질적인 액션이 오히려 앞으로 브롬계 난연제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브롬계 난연제에 대한 비과학적인 주장에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만 반박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결국 전기·전자업계의 혁신을 이룸과 동시에 환경과 건강은 물론 화재안전성에 대한 법적 의무규정을 충족시키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는 반대로 일부 국가에서의 ‘반 EU’는 EU 자체의 과학적 평가과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U의 과학적 평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EU 차원에서 RoSH 제외물질에 관한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작 데카BDE를 반대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이 없거나 그보다 못 하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데카BDE를 금지 혹은 규제하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정작 덜 검증되고 덜 실험된 대안물질을 사용하라고 업계에 종용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된다면 이는 바로 REACH 및 화학물질 실험원칙과는 정반대로 가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현재 데카BDE·TBBPA·HBCD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아무런 법적 규제나 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유럽연합이 이에 대해 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 중반쯤이면 이들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게 된다. 물론 데카BDE는 당분간 RoSH 지령에서 제외됐지만 2010년이 되기 전에 재평가를 받게 되며, 결과에 따라 제한이 달라질 수도 있게 된다. 즉 당장 RoSH 지령에서 제외됐다고 해당 업계에서 마냥 방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로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지 절대적으로 유해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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