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부터 15일까지 우간다 캄팔라에서 148개국이 참가한 제9차 람사총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제 10차, 2008람사총회를 경남KOREA에서 개최하도록 참가국 만장 일치로 확정되었다. 일본의 지지 발언 속에 참가국 전원의 박수 통과 순간,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살아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매달려왔던 일이 성취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재용 환경부장관과 김태호 경남지사의 공통 소회처럼 민관의 파트너십이 만든 지역을 세계화한 작업이었다. 즉 ‘우포늪(소벌)을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148개국 참가자들에게 환경 명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2008년, 람사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 )총회가 낙동강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인 창녕 우포늪(소벌)가에서 열린다. 그리고 지난 9월,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신석기시대 저습지 유적의 조개무지 층에서 소나무배가 발견되었다. 지금 해수면보다 2미터가 낮은 습지에서 8000년 전의 배를 발견한 것이다. 이렇듯 낙동강의 곳곳에서 자연생태와 문화유적이 빛을 발하면서 인간의 삶과 습지와의 깊은 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습지보전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기쁜 일이다. 물론 우리 한반도 전체가 생태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8년을 전후하여 낙동강을 포함한 한반도의 자연문화유산과 전반적인 생태계 현황에 대한 점검이 정부차원에서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과거 낙동강은 국내에서 가장 잘 발달된 삼각주를 가진 하구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구둑 건설과 대규모 매립이 되기 전 만해도 낙동강은 두 개의 다른 강어귀를 통해 남해로 유입되었다. 그 사이에 놓인 지역은 약 5,000 ha 이상의 담수늪지(fresh marsh)와 기수습지(brackish marsh)를 형성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 하구언이 완공된 후에도, 남아있는 갯벌은 매우 다양해서 특히, 낙동강하구의 기수지역과 맹금머리를 포함한 명지갯벌 등 연안습지의 조간대는 경관적으로, ant생명들의 서식처로, 인간이 자연의 혜택을 이용하는 어느 곳 보다 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낙동강 유역의 배후습지인 우포늪을 비롯한 주남저수지, 안동구담습지, 구미 해평습지, 대구 달성 습지 등을 제외하고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내륙습지들이 사라지거나 홍수터로의 역할을 못함으로써 생물종다양성이 감소하고, 여름철만 되면 홍수로 유역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따오기를 비롯한 많은 야생동식물들이 위기에 처하거나 절종하기에 이르렀다.

환경운동연합(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등)과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97.우포늪에서 전국 22개 습지보전단체로 결성됨)은 습지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93년 만들어진 ‘자연늪지키기모임'의 우포늪 보전운동에 연대와 지원을 하여 97년,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98년 3월에 마침내 람사습지로 등록시키는 한국습지운동사에 쾌거를 이루었다.

이후, 환경부의 습지보전법 제정과 지자체의 습지관리 정책이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통합적 관리정책의 부재와 지자체의 관리기능 부재로 사실상 보전지역 지정 당시 보다 습지 훼손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건교부조차도 댐과 제방 위주의 치수정책을 반성하면서 과거 범람지역의 홍수터와 습지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정부의 각 부처가 강유역의 습지와 서해안을 비롯한 연안의 갯벌에 대한 보전과 관리정책 한발나아가 복원계획까지 마련하여 2008년의 람사총회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람사협약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바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람사리스트화 하는 것이며, 습지보전을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바로 효과적인 습지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다. 습지관리는 지역공동체가 보전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에 대해 잘 알도록 하는 것과 이를 도울 수 있도록 체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8년 람사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지자체, 중앙정부, 민간단체가 협치를 통하여 우포늪의 습지관리정책과 나아가 한국의 습지관리정책을 생태적 측면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측면을 포함한 주민 지원과 습지복원 등 법제도적 측면까지 고려하여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처 간의 힘겨루기가 아닌, 국제사회의 룰에 적합한 최적의 안을 마련할 국가습지위원회의 구성과 실천행동에 역할 분담이 정확히 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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