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옥현 원장 (연세우노 비뇨기과·전문의)
회사원 김모씨(31·남)가 병원을 찾아와 요도 부위가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요도 끝에서 노란색 분비물 등이 나온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문진을 해보니 최근 부인 외의 여성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한 차례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증상을 보니 요도염인 것 같았으나 원인균이 임균인지 비임균성인지 확실치 않아 종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클라미디아균에 의한 비임균성요도염이었다.
예전에는 ‘성병’하면 매독과 함께 임균성요도염(임질)이 대표적이었으나 임질의 경우 요즘은 발병률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연도별 성병 발생 현황에 따르면 가장 흔한 성병에 속하는 임질환자는 2001년 1만8392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84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임질의 경우 세계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실시 이후 매춘업이 위축되면서 더욱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비임균성 요도염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성병 표본감시 현황에 따르면 비임균성 요도염의 일종인 클라미디아 감염증 환자는 2001년 323명에서 2004년 5824명으로 매년 약 2000명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웃나라 일본 언론에서도 성경험이 있는 남녀 고교생의 평균 11.4%가 클라미디아 성병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요도염은 크게 임균성과 비임균성 요도염으로 구분한다. 임균성요도염은 우리가 가장 흔한 성병으로 아는 임질이다. 임질균은 점막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세균으로, 건조한 곳에서는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화장실 변기나 문손잡이, 수건 같은 것을 통해서는 옮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성 접촉 후 2~10일의 잠복기를 지나 소변을 볼 때 갑자기 따끔거리면서 녹색을 띤 황색 고름 같은 분비물이 요로 끝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여성도 임질에 걸린 남성과 접촉 후 비임균성요도염(임질)에 걸릴 수 있는데, 증상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임질을 방치할 경우에는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임균성요도염은 임균 이외의 원인, 즉 클라미디아·유레아플라스마·마이코플라스마 등의 세균과 트리코모나스·칸디다 등의 기생충, 곰팡이 그밖에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해 생긴 요도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중 클라미디아 균이 원인인 경우가 30~50%를 차지하고 있다. 임질과 마찬가지로 성교나 구강성교 등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며 급성 출혈성방광염·전립선염·정낭염·부고환염·요도협착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경부염·바톨린선염·경관염·난관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켜 난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자궁외임신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임균성요도염에 걸리면 불결한 성적 접촉을 가진 지 20~30일째에 요도 끝에서 노란색 분비물이 나오거나 요도의 불쾌감, 작열감 또는 가려움증을 느끼며 빈뇨나 배뇨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때로는 성적 접촉 없이 피로한 상태에서 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에 요도염을 앓은 후 요도나 전립선에 잠복해 있던 균이 다시 염증을 일으켜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비임균성요도염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적인 요도염이나 전립선염으로 전환될 수 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고 수주가 지난 후 진료를 받는다. 이런 경우 요도염과 함께 염증 요인이 전립선 쪽으로 옮아가 잠복해 있다가 몸이 피곤하든지 폭음하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누적돼 전립선염이라는 골치 아픈 상황을 맞게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균에 의한 염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므로 이 질환을 가진 남성과 성행위를 한 여성은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에는 항생제를 사용하며 원인균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항생제도 각 균에 맞게 사용한다. 완치될 때까지는 음주와 성교를 피하고 자극적인 음식물의 섭취를 피해야 한다.
요도염은 배우자를 감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치료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요도염 환자에게 처방한 항생제를 배우자에게도 처방했더니 요도염의 재발이 현저히 줄었다는 해외 연구발표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임균성이든 비임균성이든 요도염은 성교 전파성이 대부분이므로 불결한 성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며, 콘돔 사용이 권유된다. 또한 감염 시 배우자의 치료 역시 필수적이다.
김씨는 배우자와 함께 한 차례의 항생제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신혼생활을 되찾았다며 기뻐했다.
성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면 부끄럽더라도 바로 비뇨기과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후손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의: 연세우노비뇨기과 강남점(02-538-8182·wow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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