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글로벌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는 것과 발맞춰 국내 부품업계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내 부품업계들은 종합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유럽 유해물질규제지침(RoHS)에 대비해 내부 대응책을 마련하고 협력업체에 관련 사항을 공지했으며, 전기 및 전자 장비 폐기물에 관한 법령(WEEE)이나 교토의정서 등에 대한 대비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환경부가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납·수은 등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폐기 이후의 재활용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제정에 나섰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대한 유해물질 사용제한, 재활용 규정들을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국내 부품업체로는 가장 먼저 친환경 경영을 선언한 삼성SDI(대표 김순택)가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환경규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회사와 함께 친환경 전기전자부품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제2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더라고 소형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형 부품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는 납땜 작업이 금지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물론 법조항에 납땜 금지를 명한 것은 아니지만 납땜을 해서는 1000ppm으로 설정한 납 등 유해물질의 제품 내 허용농도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납땜을 금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소형 부품업체들은 전기·전자제품 제조에 사용하던 납땜작업 방식을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기에 그 부담이 크다. 환경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하려는 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산업자원부 산업환경과의 강혜정 과장은 “정부가 나서서 환경규제를 했을 경우 기업경쟁력이 얼마나 변하는가에 대한 용역에서 자동차는 13배, 전기전자는 29배의 비용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납땜방식을 대체할 조립방법과 소재가 개발돼 있으며, 유럽시장 등 선진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이미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산업계에서 이 기준을 지키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법 시행의 당위성만을 강조했다.

환경부는 올 7월부터 이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위성만을 가지고 덤비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다. 대책마련이 50% 이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갑작스러운 규제는 문제가 된다. 물론 LG·삼성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연 솔더링 공정개발을 완료해 법안에서 규제하는 주석(Sn)·은(Ag)·비소(Bi)·인듐(In) 합금 특허를 개발,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 때문에 영세한 기업들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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