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 현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무한한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최근 국내 농업 법인들이 적극적인 연구 개발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농업 분야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가을철 대표 과일 중 하나인 감은 떫은 맛이 결정적 단점이다. 전남 함평군의 ㈜감나루 대표 백성준씨는 감의 떫은 맛을 없애는 데 도전해 ‘달면서도 떫지 않고, 무르지 않아 먹기 좋은’ 새로운 홍시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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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을 영하 20도로 얼려서 저장한 다음 껍질을 제거하고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아이스 누드 홍시’를 개발한 것이다. 판매 방식도 기발하다. 감을 얼렸다는 의미의 ‘감동’을 이름으로 정한 후 ‘나 감동 먹었어!’라는 카피로 홍보에 나서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창업 이듬해인 1999년 1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참나루는 지난해 매출액 16억 원에 순이익만 5억 원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2004년 중국 진출로 자신감을 얻은 백씨는 코스닥 등록을 추진 중이며,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농산물 개방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감나루가 연구 개발을 통한 새로운 상품으로 승부했다면, 충남 천안의 ‘해드림’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쌀가게'(www.ssal.co.kr)라는 유통의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한 사례다.

해드림 대표 이종우씨는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하면 이윤이 커지고 품질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쌀을 판매한다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원하는 쌀을 선택하고, 취향에 맞게 도정해 개개인 입맛에 맞춰주는 ‘고객 맞춤 도정’을 도입했다. 도정 후 포장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2~3일을 넘기지 않았다.

비료 사용량을 줄여 쌀 품질 향상에도 공을 기울인 결과, 해드림의 쌀은 일반 쌀에 비해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 씨는 ‘현대판 만석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해드림은 2004년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이 씨는 쌀 농장과 공원을 접목해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한다는 또 다른 실험을 준비 중이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농촌의 중요성을 알리고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한다는 게 이 씨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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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통계청이 밝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농업 법인들은 2000년 1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으나, 2004년에는 3조477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법인 당 당기순이익은 500만 원에서 4300만 원으로 8.6배나 늘어났다.

또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상 법인 수는 2000년 332개에서 2004년 654개로 증가해 규모 대형화와 경영 건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농업 법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업도 전문경영 인력과 신기술, 자본이 결합하면 무한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혁신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정경제부와 농림부는 감나루와 해드림을 비롯한 농업 법인 성공 사례 10건을 묶어 책자로 만들었다. 책의 제목은 ‘농자천하지대박’.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을 일구어 가고 있는 농업 법인들이 우리 농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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