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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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겨울은 그저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우선 여름보다 더 긴 겨울방학이라는 것이 있었고, 거의 매일을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깥에서 지낸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지냈는데, 요즘은 따뜻한 아파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라 어른이나 아이나 잔병치레가 더 늘은 것 같다.
요즘에는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어 굳이 겨울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지만 70년대 초반만 해도 겨울마다 한강이 얼어 좋은 스케이트장이 됐고, 서울 변두리 지역만 해도 그때까지 남아 있던 논밭에 물을 붓고 만든 임시 스케이트장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러던 것이 겨울 이상고온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고 올 겨울은 오랜만에 찾아온 추위로 한강이 얼기까지 했지만 그 당시와 같은 겨울 스케이트장은 보기 힘들게 된 것 같다.
이런 기후 이상 현상은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나타난다. 최근 몇 년간 국지성 호우와 100년 주기를 넘어서는 집중강우를 겪었으며 전 지구적으로도 태풍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컸다. 지구의 기후조절장치에 이상이 생겼음이 분명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으며 수리방법은 무엇인지 정확한 답은 아직 없는듯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업체, 특히 화학 관련 산업체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대표적 화학제품 기업인 듀퐁의 연구진이 이에 반박하는 주장을 했다. 즉 지금의 온도 상승은 지구역사를 거치면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온난기와 빙하기의 교체시기 중 한 사이클 선상에 있을 뿐이지 지구온난화 가스가 전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13세기경부터 소빙하기가 닥쳐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다. 지금은 겨울에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는 서유럽 지역의 당시 그림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고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았던 것을 보면 현재와 쉽게 비교할 수 있다.
한편 그 이전인 11세기경 북반구에서 출토된 고대유적들을 보면 당시 북반구의 기온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볼 때 지구의 온도 변화는 길게는 수억 년, 짧게는 수백~수천 년의 시간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
최근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연구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실질적 영향과 변화를 관찰했다고 보고했다. 중남미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는 개구리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진균류의 과잉번식으로 멸종되는 것을 보고한 것이다. 즉, 습지에 서식하는 진균류가 온도 상승으로 번식률이 높아지면서 개구리들을 빠르게 감염시켜 결국 멸종 위기로 몰고 갔다는 연구결과다.
이와는 대칭되는 결과로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한 지질학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간빙기(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에 속해 가장 따듯한 시간대에 있는 상태로, 지질시간표에 의해 곧 다음 빙하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역사에서 지금처럼 온화했던 마지막 시기는 12만 년 전이며 겨우 1~2만 년만 지속했다는 것이며,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시기가 그 당시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극의 빙하를 시추해 과거 기후를 분석한 결과 1만 년 전인 홍적세에 빙하기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 만큼 언제라도 빙하기는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 이변에 대한 논의가 뜨겁지만 2001년 스코틀랜드 지역의 강추위와 뉴욕의 폭설, 그리고 올겨울 우리 한반도의 강추위 등을 보면 평균 개념이 정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온난화나 빙하기 같은 이슈들이 모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게 아니라 실제 우리에게 점점 닥쳐오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올 대재앙이 영화 속 일만이 아니라고 상상하면 더 많이 만들어 더 많이 소비하는 지금의 우리 생활을 한 번쯤이라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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