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95년 2월부터 97년 7월에 이르기까지,
그후에 1999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한반도 남부지역에 걸쳐
국토순례를 한 바 있습니다. 주로는 저의 애용차 카니발을 타고서, 더러는 걸어서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두루 사람을 만나고 조국의 산하를 답사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몇 가지 느낀 바 있어 적어 보겠습니다.

국토 순례 유감
1.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해야겠다
2. 지역민이 주인 되는 역사와 문화를
    우선하는 개발이어야 한다
3. 지명을 우리식으로 했으면 한다
4. 사람과 차가 다닐 수 있는 좋은 길을
    마무리해야 한다
5. 농촌의 질적 변화가 시급하다

1.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 경주 등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동네모습이나 주택, 도로 등이 너무 규격화되어 있고 단조로워 하나같이 비슷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유 전통과 특색은 찾기 어렵고 그나마 남은 멋스러움마저 묻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집 한 채를 짓더라도 문화를 담고 한국식의 근본에 생활상의 편리함과 디자인, 색상이 안배되고 담겨야 합니다. 이제라도 정통 한옥식을 따라 지을 경우 재정지원도 하고 문화건축가의 다양한 참여와 도움을 제도화해서라도 아름다운 주택문화를 그려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고유성과 문화가 있는 문화재의 발굴과 보전, 새로운 문화의 창조, 지역행사 등을 추진하여 지역민의 정체성(Identity) 확립은 물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이라서 환경오염 없이 번성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영국 등은 관광수입만으로도 살 수 있다지 않습니까? 게다가 자신의 생활환경과 문화를 가꾸면서 자기 덕을 자기가 먼저 보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돈도 벌어들이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탈리아는 고대 유적, 프랑스는 문화예술, 일본은 전통, 미국은 신문명과 거대함, 홍콩은 쇼핑 등이 유명하듯이 우리도 그 무엇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무엇은 바로 역사와 문화에서 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밀함, 기록물의 나라, 아기자기함 등등

2. 지역민이 주인 되는 역사와 문화를
    우선하는 개발이어야 합니다.

지난 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 시행 이후 대다수 지역은 온통 개발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자본이 들어와 공단을 짓거나 산업 활동을 하면서 주인이 되고, 지역주민은 배제되거나 고작 제조업과 3차 산업이 들어서면서 종업원으로 전락해 버리는 수가 허다합니다. 그나마 갖고 있던 땅도 도시로 가려고 팔아치우는 수가 많습니다. 때문에 시골 동네에도 삭막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산꼭대기나 능선을 따라서는 대기업의 광고판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도무지 누가 주인이고, 여기에는 무엇이 있고, 역사와 문화, 자랑거리는 무엇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돈벌이도 좋지만 근본과 철학은 있어야 합니다. 자기중심에 선 시민이 주역이 되어, 자기 터전의 오늘과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기내부의 잠재가치를 찾고 개발하는 공동선(共同善)을 향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림이나 하천, 샛강 등 자연부터 그대로 살리고자 하는, 주민 자신이 사는 지역의 환경을 우선적으로 철저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 자치회, 자치단체나 의회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결정과정을 거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지역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관광산업의 부흥, 지역간 공동 권역 개발을 통한 집적이익 강화, 사업부분의 민간경영인 유치와 효율적 수익 관리 등 개발에 따른 종합적 대응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3. 지명을 우리식으로
    했으면 합니다.

우리 국토의 어느 지역이든지 어원과 유래가 있는, 원래 쓰던 고유지명이 있거나 한글로 불리던 지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역사와 신화, 전설 등이 담겨 있는 우리식 명칭으로 표기하여, 국토사랑과 고향사랑을 더욱 높게 했으면 합니다.
아직도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을 ‘漢江’으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가 중국 땅입니까? 지난 90년대 개발된 수도권 5대 신도시인 분당(盆堂), 일산(一山), 평촌(平村), 산본(山本), 중동(中洞) 등도 전형적인 일본식 지명인 실정이고 보면 매우 시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4. 사람과 차가 다닐 수 있는
    좋은 길을 놓아야 합니다.

사람은 길을 따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길이 많이 잘 놓여져야 하고 가능한 한 거리가 짧으면서도 다니기 쉽게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먼저 고속도로나 국도를 사통팔달 어디든 통하도록 건설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은 교통로, 초고속인터넷과 인공위성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망 구축에서 지구촌 어느 나라보다 앞서 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도 이제 몇몇 지역을 더 이으면 국토를 격자로, 해안일주로를 따라 거미줄처럼 촘촘 하게 다 놓여집니다. 그래서 필자를 이 아름다운 국토를 바라보며 잘 놓여진 도로를 따라 길을 따라 국토답사를 하는 것을 너무나 즐깁니다.
다만, 아직도 소홀한 몇가지는 재빨리 고쳐야 합니다. 지역안내나 도로표지판이 누가 보더라도 보기 쉽게 하는 한편 통일성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모자라게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니 만큼 보다 많이, 그리고 크게 설치하여 접근이 쉽도록 해야 합니다. 도로번호를 부여함에 있어 남북-동서, 시-도별로 구분하여 하되, 시외전화 지역번호 등과 연계하여 다시 부여함으로써 어디든지 국토가 잘 이어지고 소통되면서도 찾아가기 쉽도록 해야 합니다. 도시내에서는 일방통행도로, 대중교통 전용차선제 설치나 신호등의 체계를 잘 확립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지도나 관광안내도, 자동차 안내프로그램(네비게이션) 등에 적어도 1년마다 도로, 명소나 주요 건물 등에 관하여 가능한 한 여러 곳을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표기하여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낯선 외국인이라도 얼마든지 찾아가기 쉽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아직 일부에 남아 있는 고속도로는 멀리까지 시계가 확보되게 평평하면서도 곧게 놓아야겠고, 그렇다고 그루터기 나무 가로수를 자르거나 구불구불한 국도를 운전하는 즐거움마저 없애는 우를 범하지는 않음으로써 도로일주의 나라 코리아의 면모를 여전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5. 농촌의 질적 변화가
    시급합니다.

미래 농촌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 설계에 따라 농촌을 다시 세우고 살리는 일이 국토의 효율화 차원에서 절실합니다. 그러자면 적어도 10년이 안배되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 농업기업을 육성하고 농업기업가를 양성하여 경쟁력있는 농촌기반을 자력으로 할 수 있도록 인적·제도적·법적 기반을 제공하고, 기업화·기계화 영농이 가능하도록 전 국토에 걸친 일정단위별 경지정리를 마무리하여 대규모화·자동화·기술화·농업단지 형성화 등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농민도 농업비지니스 차원에서 직업의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 농업연구소, 관련 기업 등과 연계화가 잘 되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주거에 있어서는 중소도시든 농촌이든 고층 아파트를 마구잡이식으로 짓기보다는, 정원을 갖춘 정통 한국식 한옥에 바탕한 개량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주로 하고 또한, 나름대로의 설계와 모양새를 감안하여 자기 집부터 시작하여 국토를 아름답게 꾸몄으면 합니다.
시·군 단위로 문화센터를 설치하여 문화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최우선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 농촌에서 가장 염원하는 교육과 문화의 속을 채워나가는 일에 정부는 팔을 걷어부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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