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우리는 다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외국인 한 사람 이름이 떠오르면, 그를 감당할 보다 더 나은 한국인을 찾아내 열 번을 기억해 보시라. 아인쉬타인이 생각나면 장영실을 10번 외워보는 식이다. 설령 떠오르는 인물이 없으면 한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시라. 그마저도 뭐하면 서점에 가 책을 보거나 더 잘 아는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시라.
우리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책 등을 꼽을 때 흔히 외국 것을 많이 예로 들고 인용한다. 근대사 이전은 주로 중국에 치중되어 있고, 현대사 이후는 서구편향이 매우 심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 대한 상식은 많이 채웠지만 정작 우리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외면해서 너무 모르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삶을 보다 더 낫게 하거나 외교나 정책을 보다 더 잘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식에 맞는 우리의 선례와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수가 많다.
이럴 수는 없다.

무엇이든지 우리 속에 있는 법이다
이런 평범한 상식을 잊어버린 까닭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마치 이전에는 그런 일을 하지 못했거나 없듯이 해버리기 일쑤다. 사실 그동안 우리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문명인이자 문화민족임을 잊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어떠한 문명의 건설이나 과학발명품, 최초·최대·최고(最高)·최고(最古) 유산이나 자랑꺼리 중에서 우리 것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수가 많다. 심지어 기원이 분명치 않거나 중국사료에 중국의 기록이 먼저 것으로 되어 있기만 하면 당연히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먼저 그렇게 결론 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이 자기중심적 사고에 집요하여 마치 모든 것은 자기로부터 비롯되었고 자기만이 제대로 한 것처럼 기록하는 데다 고서(古書)가 그나마 많이 남아 전하는 까닭에 우리가 우리 것을 앞세우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저 중국 것을 들여오거나 영향 받은 것처럼 예단해 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사실 콩나물·두부·김치·불고기·냉면처럼 우리 나라에서 시작된 음식(물)이나 요리법도 많다. 공룡화석지·고인돌·운주사 천불천탑·인쇄문화·조선왕조실록 등 세계 최고·최대·최초의 흔적이나 문화유산 및 기록도 부지기수다.
이제라도 우리 것의 증거와 기록을 우선하는 한편, 그마저도 그 이전의 연원을 찾아내려는 그래서 하루라도 더 역사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에 치열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것이 아직 인류 역사에 그 선례나 사례로 거론되는 경우가 없으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내야 한다. 꼭 들어맞지 않으면 그 형태나 완성도, 유사성, 분류상의 연원 등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서라도 논리적 근거와 과학성·논리성·합리성 등을 부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것을 찾아 맥사(脈史)와 연원을 구성해 나가면서 그 속을 채워 나가는 한편, 이를 역사와 전통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역사와 문명과의 연계도 빈틈없이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이전에 반드시 선례가 있는 법이다
그런 만큼, 누구든지 어떠한 일이든지 오랜 연원을 찾고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적지 않은 이가 자신의 위상이나 치적을 강조하고자 할 때 자기가 처음 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즐겨 한다.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면서 93년에는 신한국의 원년, 94년은 국가 경쟁력 제고의 원년, 95년은 세계화의 원년, 96년은 역사바로세우기의 원년이라고 외치면서 해마다 늘 자신의 선택을 최초인 듯이 했다. 김대중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받드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고 하고는 틈만 나면 '제2의 건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를 자의적으로 재해석하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일반 사회 각 부문에서도 툭하면 최초·유사이래·단군이래·역사이래·건국이래란 표현을 써서 자신의 공은 앞세우면서도, 이전의 토양과 선례는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러다 보니 자기는 잘했다고 하는지 몰라도 남 특히 외국인이 보기에는 역사성이 없고 선례와 검증이 없어 그의 말조차 신빙성과 연륜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객관적 사실이나 통계자료의 파악도 없이 마구 말해버리면 도무지 경륜이나 경험이 없는 신생국가나 초보민족처럼 보이게 되고 만다.
선례(전례)나 역사적 사실과 근거, 오랜 진행과 발달과정이 있었음을 거론해야 누가 보더라도 정통성과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외국을 감당할 대부분의 것이 우리 속에 있는 만큼 우리의 선례를 찾아 늘 인용하고 즐겨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존재 인식은 물론이고 우리가 하는 일을 역사적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자신도 그 과정의 일부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란 당연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자기가 한 것을 최초라 하기보다 이전의 전례를 찾아 앞세우는 한편, 그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새기고 우리에 맞는 우리식의 미래개척을 도모해야 한다. 이럴 때 정당성과 명분도 훨씬 더 확보하게 된다.
동아시아 정세나 우리의 나아갈 길이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서희의 외교, 광개토·근초고왕·연개소문의 대외정복, 허준·이제마의 의학 등을 창고에 박아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로서 늘 소중히 하고 토대와 밑거름으로 삼아 오늘과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키신저·나폴레옹·힙포크라테스보다는 더 소중히 하고 즐겨 인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단어나 고사성어, 비유법 중 우리 속에서 나온 말을 찾아 자주 사용해야 할 것도 많다
우리는 보통 무리의 대장을 지금도 우두(牛頭)머리라고 하는데 이 말은 원래 제14세 한웅이자 전쟁의 신이라 불리우는 치우가 동(銅)으로 만든 쇠뿔투구를 쓰고 전쟁터를 누빈 모습에 적이 그를 뿔이 난 공포스러운 존재로 본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외에도 ‘고시레 고시레’, ‘주몽 활쏘듯’ 등과 같이 신화시대나 역사시대 초기에서부터 유래되어 수천 년을 이어져 온 것도 많다. 또한, 후조선에 이르러서도 함흥차사·숙주나물·안성맞춤 등 우리의 역사와 생활 속에서 나온 단어나 고사성어가 많다.
우리 중심의 세계는 언어·사람·역사 등 전반에 걸쳐 우리를 중심축이자 연결고리로 삼을 때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늘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koreapower.net(도메인주소 현경병)를 보시면 됩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