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터널 공사장. 터널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발파 진동과 비산먼지, 소음 등으로 휴식을 방해받고 불안감이 쌓이는 등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주민들의 항의에 건설업체 측은 이미 조치를 취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뺌을 한다.

이런 경우 소소한 피해를 입었다고,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막연해서, 법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등의 이유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걸까.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국민들이 주변의 요인으로 인해 소소하게라도 피해를 입었을 때 국민의 편에서 공정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지난 10여 년간 국민들 편에서 환경관련 분쟁들을 처리해온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앞으로 2년간 위원회의 10번째 선장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호를 이끌어갈 주봉현 위원장을 만나봤다.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분쟁위’

[#사진1] “법리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 소외계층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주 위원장은 소외계층을 보호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환경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물론 거시적으로는 양극화를 해결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위원회에 들어오는 분쟁의 대부분이 소액임을 감안해 볼 때 약자의 입장에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피해를 밝혀주는 일 자체가 요즘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화두 ‘사회통합’과 다름 아닐 터.

특히 법리적인 해석을 하는 법원과는 달리 피해를 입증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증자료 없이도 분쟁조정 신청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신청비용이 500만원 이하일 때는 2만원의 수수료밖에 들지 않아 국민의 불편과 부담을 해소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위원회가 처리한 분쟁은 2044건인데, 이 중 50% 이상이 합의에 의해 해결됐다. 이는 지난 91년 재정이 66%에 이르던 것에서 50% 이하로 떨어진 것인 만큼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정위의 방침을 짐작할 수 있다. 주 위원장은 이런 추세를 계속 발전시켜 합의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한다. 재정이 아닌 합의를 할 경우 시간은 물론 비용까지 절약돼 하나의 돌로 여러 마리의 새를 잡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국민들이 할 말은 할 수 있도록 하는 곳,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신청 등의 기법 마련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넌지시 말한다.

올해 목표는 ‘바쁜 위원회’

주 위원장이 말하는 또 하나의 목표는 ‘바쁜 위원회’다. 개원 10여 년간 2000여 건의 사건을 접수한 것은 그리 많은 실적은 아니기 때문. 물론 다양한 이유 때문이겠지만 홍보 부족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주 위원장은 “앞으로 대국민 홍보에 힘써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바빠지게 할 것”이라고 전한다. 국민들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할 방침인데, 공사장·도로소음 등 환경피해 유형별로 정보를 구축해 국민의 접근성 및 활용도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제도 이용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방법 모색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접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해 신청과 피해 증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현재 9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심의 기간을 단축하도록 애쓰겠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분쟁의 조정기능 활성화를 위해 일조방해·조망저해·통풍방해 등을 환경피해 범주에 추가해 분쟁조정 대상 업무의 영역을 확대할 것임을 밝히며 이를 이루기 위한 단기 계획을 올해 12월까지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주 위원장은 덧붙여 지금까지 환경 피해에 대한 사후 배상이 주됐으나 앞으로는 사전예방 부분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위원회는 대규모 공사현장 관리자 및 인·허가 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중앙과 지방위원회에서 처리한 환경피해 분쟁사례를 종합, 자료집으로 발간해 유관기관과 단체에 제공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환경피해를 입고 있으면서도 방법을 몰라 그냥 넘기는 사례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며 국민들에게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많이 활용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주봉현 위원장 약력>-----------------------------------------------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새로 취임한 주봉현 10대 위원장은 환경부 수도정책과장, 환경부 공보관, 산자부 자원정책국장 등 환경관련 업무를 두루 수행했으며 주중 대사관의 참사관으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환경 분야의 베테랑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 1986년 7월 ITC(네덜란드) 졸업
- 1995년 5월 위스콘신-메디슨대 졸업(석사)
- 2002년 2월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환경공학박사)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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