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불과 보름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광릉숲 중 총 1118ha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을 다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지난 2월 16일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한 권은오 국립수목원장의 첫마디였다. 그는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한 덕에 수목원장으로서의 경영과 행정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1]수목원은 100ha의 전문수목원과 1018ha의 천연수목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3344종류의 식물이 심겨져 보존돼 있다. 기능에 따라서는 침엽수원·활엽수원·관목원·외국수목원·고산식물원 등 15개의 전문수목원으로 나뉘어 조성돼 있다. 이 방대한 수목원 곳곳을 짧은 시간 내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권 원장은 수목원의 역사는 550년이 넘는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1999년 5월에 설립되긴 했지만 광릉숲을 관리해온 우리나라 선조들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 수목원은 광릉숲 보전을 최우선의 임무로 생각하고 있죠. 이론적 백그라운드를 이용해 유용식물자원 발굴, 자생식물자원의 보전기법 개발 등 여러 가지 연구목표를 세우고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수목원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수목원의 경영과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주말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국립수목원을 외부에 알리는 일에 열중인 권 원장은 3S를 강조한다. 의아해하며 되묻는 기자에게 그는 “심플(Simple), 슬림(Slim), 스피드(Speed)”라고 단호히 말했다. “저는 직원들의 업무보고도 짧고 간단하게 하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스피디(speedy)하게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겠죠”라며 방긋 웃었다.

인터뷰 도중 권 원장은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한시도 빼지 않고 웃음 띤 얼굴로 취재진을 맞아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취임한 지 갓 보름이 지났지만 회사 내에 스마일(Smile)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웃음으로 모든 이를 상대하라고 교육한다. 수목원의 주행정은 식물학을 연구하고 광릉숲을 보전하는 데 있지만 수많은 국민들이 애용하는 견학지로도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들에게 신뢰감과 친절함을 심어줘야 다시 찾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권 원장은 국내 식물자원이 외국으로 반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라일락의 경우 국내 자생식물이나 미국의 학자가 가지를 꺾어 미국으로 반입하는 바람에 반출된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부와 산림청에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또 “신고배도 중국으로 유출돼 중국산이 싼값으로 외국으로 수출됩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76년 제12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농림부에서만 무려 30여 년을 근무한 권 원장은 종자관리소, 대관령 지소장을 거쳐 중앙공무원 교육원 최고정책자과정을 거쳐 산림청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했다. 공개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치며 국민의 산림문화 교육의 터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국립수목원을 세계 최고의 수목원으로 성장·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진정한 수목인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있었다.
<이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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