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신선치 못한 맛’으로만
화성 우유아카데미 설립이 ‘꿈’

“여러분과 함께 아름다운 목장가꾸기 사업을 시작으로 축산농가의 이미지를 개선해 보고자 합니다. 저희 목장은 22년이 넘은 목장입니다.”
경기 화성시 장덕동 ‘신하늘목장’은 안병직·이정희씨 부부가 부친에게 대물림 받은 목장이다.
[#사진2]갈수록 어려워지는 낙농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지난 2월 6일 출범한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위원회’(회장 이정희)는 불확실한 낙농의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깨끗한 목장, 아름다운 목장, 안전한 식품’이라는 시각적 효과로 ‘축산=혐오스러운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하고 있다.
이정희 회장은 “우유 아카데미 설립이 내 소망”이라며 “시에서 지원해 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시가 관심을 가지고 우유 아카데미를 지원해 준다면 교육장·치즈가공실·우유요리실습실을 비롯해 현대화 시설을 갖추고, 청소년·일반인 및 주부를 대상으로 우유와 관련된 아카데미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신하늘목장 안병직·이정희씨 부부를 만나 ‘아름다운목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모임인가.
우리 ‘신하늘목장’은 지난해 서울우유 사진공모전에서 ‘아름다운목장’으로 대상을 받았다. 요즘 목장들의 사정은 다들 어렵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처럼 축산업도 시대의 흐름에 함께 변화하고 호흡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지난 2월 6일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창립총회를 거처 19개 목장의 자발적인 참여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장 사진콘테스트’ ‘소비자들의 목장체험’ 등 친환경적인 우리들의 목장을 공개함으로써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화성시는 도·농 복합도시다. 목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은.
축산업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화성 토박이다. 도시화 돼 가는 화성을 바라지 않는다. 농촌 그대로, 자연 그대로 소떼들을 산에 방목하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소를 방목하면 법의 처벌이 뒤따른다. 가장 힘든 것이 있다면 민원문제다. 가축이 사료를 먹고 나면 자연히 분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악취가 난다며 민원을 내는 사람은 이웃들이다. 소 분뇨는 악취는 아니고 ‘신선하지 못한 맛’ 정도로 봐줄 수도 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또 하나는 톱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 차당 32만에서 올해는 42만원으로 10만원이나 올랐다. 그것도 한두 달을 기다리다 공급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환경보존을 이유로 가축분뇨 처리 규정을 강화했다. 축산 농가들의 자율적 개선방안이 있다면.

지자체별로 ‘축분처리 공동화시설’을 주문하고 싶다.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공동처리 시설에서 발효퇴비·유기농비료를 생산해 과수원과 전답 등에 유상 공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화성시가 나서면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난해 환경부가 가축분뇨에 의한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정화처리 위주로 규제, 퇴비·액비 등 자원화에 한계가 있다며 가축분뇨 적정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 축산 농가들은 가축분뇨 처리와 관련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투자와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이다.

-앞으로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회원들의 목장 운영 방향은.
목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전에는 화성시가 앞장서 축산업을 장려해 축사 없이 비가림 시설로 목장을 해왔고, 투기꾼들이 소를 사 들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소 한 마리면 아이들 대학까지 보내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축산물 수입 자유화로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아름다운 목장’ ‘친환경 목장’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목장이 더러워서 우유를 못 먹겠다’는 소비자가 우리 목장에 방문하도록 하고 싶다.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회원들은 친환경 목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화성시에 바라는 점은.
세계 최고의 우유는 뉴질랜드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뉴질랜드 수준의 고품질 우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잘 모른다. 우리의 우유검사 수준은 까다로운 검역 등 세계적이다. 축산물 수입자유화로 축산 농가들이 위축되고 있다. 이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우리나라 우유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홍보와 축분처리 공동화시설을 각 지자체의 의견을 검토해 정부가 앞장서 실천해 줬으면 한다.
또 경기도가 지원해 만든 아카데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우리 우유를 홍보할 수 있는 ‘우유 아카데미’를 화성시에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황기수·박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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