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서 有를 창조한다
한반도 기후변화의 모든 것

하나...
기상청 기후연구실 권원태 실장이 전하는 기후변화의 현재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켜거나 신문을 펴서 ‘오늘의 날씨’를 살핀다. 비가 내린다면 우산을 준비하고, 기온이 떨어지다면 옷을 두껍게 입는 등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일종의 습관 같은 일상인 셈이다. 특히 농업인·어업인 등 기상의 변화가 자신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때 그 기대치와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기상청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60% 이상의 국민이 상세하고 일상생활에 활용 가능한 기상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3일 ‘기상의 날’을 맞아 현 기후변화의 상황과 국내 기상시스템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사진1]“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얘기가 나온 건 1980년대 이후로, 그 이전에는 과학자들조차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안이었고 조사된 자료조차 없었던 실정이었어요. 더군다나 어떠한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그게 온난화에 의한 결과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죠.”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 실장은 특이기상 및 기후현상의 변화가 관측된 건 최근의 일이라며 점차 이러한 변화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한다.

IPCC “온난화… 인간활동의 결과”

1988년 온실화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구성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정부간 기후변화 패널)가 만들어면서 본격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IPCC에서는 5년에 한 번씩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왔으며 현재 제4차 보고서를 진행 중에 있다. 중요한 건 2001년에 발표된 제3차 보고서의 내용이다.
내용인즉슨, 대기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의 결과로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50년간 관측된 대부분의 온난화 역시 인간활동에서 기인했다는 새롭고 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점이다.
그간의 온난화와 관련된 논란을 과학적인 규명을 통해 확실시한 순간이다.

기온상승, 지구온난화·도시화가 주범

더군다나 국내 기상관측자료에서도 과거 100년 동안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온난화 추세가 전지구적 온난화 추세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의 평균기온을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항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관측자료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기후모델이라는 개념을 함께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수학방정식을 바탕으로 하며 공기의 특성을 파악해 수치로 계산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 만큼 기상을 관측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통신과 컴퓨터다. 이 두 가지의 도움 없이는 현 상태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서든 3시간 이내에 아프리카의 기상상황까지 들을 수 있으며 그보다 첨단화된 컴퓨터로 기상을 예측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산화탄소 없이도 지구는 뜨거워진다

[#사진4]권원태 실장은 “이산화탄소가 얼마만큼 배출되느냐에 따라 가상모델을 만들어놓는데, 이런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20개가 넘는다”고 전한다.
가상모델을 과거의 변화와 견줘 보고 그 값이 일치한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에도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현 과학기술로 과거 380년, 미래 200년까지 기후를 예측하고 있지만 과거의 변화에 비해 앞으로의 기후변화가 보다 빨리 진행되는 것은 당연지사.
현재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기후변화에 대한 가상결과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그렇다면 과연 이산화탄소 사용을 전면 중단했을 때 지구의 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No’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현실성이 없는 가설이다. 현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높아진다는 사실. 기상전문가들은 적어도 20세기에 증가했던 만큼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한다.

뜨거워진 지구는 전쟁까지 일으킨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는 사람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물이다. 이렇게 중요한 물이 지구온난화로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일부에서는 넘쳐서 재해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가물어서 재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생태계 파괴. 식물의 조림대가 바뀌고 새들이 잡아먹을 벌레가 없다는 건 바로 인간의 삶과도 직결되는 데다 결국 식량문제로까지 이어져 결국 인류의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단순히 ‘그럴 수 있겠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닥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하고 있다.

10년… 100년 후를 대응한다는 것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기후변화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는 게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사진6]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로써 눈으로 보이는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재해에 대한 피해는 우리의 노력으로 충분히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재해)대응이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수에 대비해 유수지를 군데군데 만들어 놓는다든지 스위스에서도 눈 피해를 줄이기 위해 건물의 지붕을 뾰족하게 만들어 설계해 나가는 등이 그 일례다.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응을 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10년, 더 나아가 그 이상을 내다보고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권원태 실장은 말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대응을 꼭 지금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난간하기 그지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질문에 단연코 ‘물론’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이다.

기후변화… 이젠 보이고 느껴진다

그리고 당부한다. 아직까지의 정부의 종합대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는 정작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이다.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관련해서는 미비한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관련해서는 일찍이 대비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산화탄소는 경제적인 부분과도 연계가 되는 만큼 관심의 대상이 돼 왔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최근 일. 기상청 내 기상연구소가 생긴 것 자체가 2000년인 만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맞서 ‘뭘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기후예측과 기후변화로 영역이 좁혀졌고 기후예측은 그나마 기존 부서에서 관할하고 있어 접근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만큼 ‘기후변화’에 대해 본격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종전 기후변화 관련 사업은 조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산발적으로 분산돼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이렇게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몇 해 동안 실제로 연구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더욱 커져만 같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의 결과가 더 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현 상황에서 기상연구소가 있기에 그나마 기후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지 다른 부서에서는 아예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 필요성에 동감을 해왔지만 정작 정책적 반영이 안 된 부분 중 하나다.
2002년부터 기후변화포럼을 갖고 2003년 기후변화학술대회 통해 그나마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전문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비로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전문가 집단 확대가 시급하다. 기후문제지만 기상전문가만 모이는 게 아닌 해양전문가, 생태계 전문가, 곤충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논의 해나가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높아졌다

이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알프스 등 고산지대의 빙하는 오늘도 계속 녹고 있다.
만년 빙하일 것 같은 그린랜드의 빙하도 녹고 있으며 그 빙하가 다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6~7m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미 지난 100년간 전 세계적으로 15cm의 해수면이 상승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들이 있지만 이상의 일례만으로도 사람들을 경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지구의 온도를 낮출 수 없지만 한 사람씩 모두의 참여가 따른다면 지구의 땀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강재옥 기자>


둘...
‘디지털예보’로 비상하는 기상예보

20세기 이후 기후는 급변하고 있다. 지구의 한 편에서는 폭염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그 이면에서는 폭설로 피해를 보는 등 그 이변은 예측을 불허했다. 강수량 또한 예상된 평균값과 강도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특이 현상을 보였다.
[#사진3]이런 기상이변이 자주, 더 강도있게 발생하는 만큼 기후 예측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와 바람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기상청도 이런 요구에 발맞춰 좀 더 과학적으로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를 신속,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기후 예측 시스템을 확충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키 위해 등장한 것은 바로 ‘디지털예보시스템’이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 디지털예보시스템은 한반도와 주변 해상을 중심으로 마련된 예보를 디지털화 해 제공하는 것으로 '언제, 어디에, 얼마나'와 같은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기존 예보가 시, 도, 군 단위로 진행됐던 것에 비해 디지털예보는 3시간 간격으로 읍, 면, 동의 상세한 예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예보 초기자료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예보는 우리나라를 수평거리 5km로 나눈 격자점에 대해 3시간 간격으로 48시간까지 다양한 형태(그림, 도표, 문자, 음성)로 제공하는 응용 가능한 예보며 보다 상세하고 정량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것.
<예보요소> 기온, 하늘상태, 강수확률, 강수형태, 습도, 풍향, 풍속, 파고, 강수량, 적설량, 최저기온, 최고기온 등 12개 기상요소
<예보간격> 3시간 간격으로 48시간 예보
<예보 대상지역> 내륙과 인접 해상의 전역을 5km간격으로 구분해 읍, 면, 동 단위로 예보

디지털예보는 슈퍼컴퓨터에서 받은 30km 격자 자료를 디지털예보로 사용키 위한 5km 격자자료로 생산한다. 생산된 5km자료는 통계모델로 예보를 조정해 디지털 예보의 데이터를 마련하게 된다. 디지털 예보 데이터는 그래픽 예보, 문자 예보, 음성예보, 시계열 예보, 도표 예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져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디지털예보’로 우리 동네 날씨까지 OK
디지털예보는 기존에 시·도·군 단위로 진행되던 예보를 더 세분화 해 읍·면·동 단위까지 일어나는 기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으로 3시간 간격으로 48시간까지 12개 기상요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2]기상예측 지점이 세분화되고 시간 간격이 줄어듦으로써 정확도가 높아지리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 기상청은 “이 정보들을 특히 레저·건설·수자원·농업 등의 산업과 보건이나 환경 등에 접목해 활용한다면 좀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 요구의 산물인 ‘디지털예보’는 2003년 6월 새로운 예보시스템으로 독자적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한반도를 비롯한 부근 해상을 포함하는 영역을 바둑판 모양으로 나눠 3만8000여 개의 격자점을 관측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예보의 영역이 현격하게 세분화 됐음을 알 수 있다.

>>>첨단기술의 중심 디지털예보
디지털예보 시스템은 미국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하던 것을 독자 개발한 것으로 기상청은 이를 세계적인 선도 기상 기술 확보를 통한 기상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까지 말한다.
현재 기상청은 ‘디지털예보’ 기술을 국내·외로 알리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하다. 지난달 14~15일 양일간 ‘대한민국 혁신포럼 2006’에 참여해 기술적 진보를 알렸으며, 이달 9일과 13일에는 서울시 자치구의 5급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혁신교육을 실시했다.
이뿐 아니다. 16~22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 물 포럼’에서도 디지털예보 시스템을 소개해 수자원과 연계한 디지털예보 활용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상청은 “첨단 기상기술인 디지털예보의 확산을 위해 민간업체와 자료제공, 기술 교류 등의 제휴를 강화해 다양한 기상정보를 생산·보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다.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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