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유럽선 90년대부터 인기
관련법 없어 수목원 등 ‘우후죽순’

한국장례의 변화 ‘매장에서 화장까지’
과거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내려 있는 한국의 정서상 고인을 49제 같은 복잡한 예를 올린 후 묘에 안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핵가족화를 넘어서 많아야 2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보통이고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갖지 말자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지속적으로 묘지를 돌봐야 할 자손이 감소하는 데서 기인했고 자손들의 개인주의 성향으로 많은 분묘가 방기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사회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합리적 사고관의 변화로 이어져 장사에 대한 의식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해마다 70만 평에 가까운 땅이 묘지화 돼간다. 또한 갈수록 매장할 땅이 부족해 묘지 값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국의 묘지화는 산림훼손 등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981년 13.7%였던 화장률이 2003년에는 46.4%로 증가했다. 이는 매장보다는 비용부담이 적고 관리가 용이한 화장과 납골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과 납골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추모공원이나 납골당 등 화장장의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화장장은 모두 공설로 46개에 불과한데, 이는 향후 국민들의 화장 수요에 크게 부족한 숫자다.

화장장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역주민의 반대도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이기주의와 님비(NIMBY) 현상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혐오시설이라며 갈등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지역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고 피해 지역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산림 여기저기에 설치된 수없이 많은 묘지와 부실한 사후관리가 산림경관과 생태의 파괴 및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서울 여의도 크기의 산림면적이 묘지로 잠식되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 국토가 ‘묘지 공화국’이 돼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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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다잉으로 친환경장례 뿌리내려
이러한 추세에 나타난 대안이 ‘에코다잉(Eco-dying)이다. 에코다잉이란 시신을 화장한 뒤 남은 뼛가루를 산·바다 등에 뿌려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친환경적인 장례를 말한다. 에코다잉형 수목장은 크게 수목장·해양장·산골장으로 구분되는데, 수목장이 가장 활성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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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이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해 골분을 지정된 수목의 뿌리에 묻어서 그 수목과 영생을 함께한다는 것으로 사람과 나무는 상생한다는 철학적 사고에 기초해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섭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모임의 상임공동대표인 김성훈 대표는 “이 모임은 정치적이나 이익단체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산림보호를 위해 수목장림의 전파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목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개인 영생목은 1구의 골분만을 매장하는 경우를 말하고 가족합장용 영생목은 몇 그루의 영생목을 가족 구성원용으로 하는 경우로 가족정원 형태로 꾸밀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영생목은 영생목을 구매할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집단 산골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 이밖에 화단형·정원형 등의 자연장 형태도 있다.

해양장은 장례 후 화장한 골분을 바다에 뿌리는 것이다. 바다 위 부표 인근에 뼛가루를 뿌리고 뒤에 부표를 찾아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연안부두의 ‘바다 장례식장’이 지난 1999년부터 활성화되고 있다. 바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살아 생전에 바다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후손이 해양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산골장은 고인이 좋아했던 꽃이 있는 동산 등에 골분을 뿌려 합동제단을 추모하는 것이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2003년부터 경기도 파주에 ‘추모의 숲’을 운영하고 있다. 추모의 숲은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수목공원을 만들어 그곳에 골분을 매장하고 추모단을 설치해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다.

이곳에는 공원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비석·봉분 등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 작성한 산골인 명부를 시립장묘문화센터에서 60년간 보존하고 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열람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의 에코다잉
일본은 현재 산골 등의 자연장은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없다. 상식적인 범주에서 누구나 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수목장을 매장으로 봐야 하는지, 자연장(산골)의 하나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나 현재는 자연장의 형태로 법률적 규제는 없는 상태다.

이곳은 인위적 구조물을 완전히 배제한 채 산림 그대로를 수목장 묘소로 하고 있어 자연 환경을 그대로 활용해 유족 기호의 나무를 심어 묘비로 대신한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묘소로서의 본래역할(기도·축원 등)과 함께 삼림 보호·육성이나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취지로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킨 곳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말하는 수목장(Woodland burial)이란 분골을 분해되기 쉬운 바이오 용기에 넣어 대지에 매장하고 그 위에 수목을 심는 것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영국에는 130개소의 수목장 용지가 개설됐다. 수목장 면적은 3×1.8m. 이용요금은 600파운드(110만원)정도다. 표식은 목재질만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좁은 국토에서 생명터전인 목초지나 주거지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1990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산림경영임지에 수목장림을 개설했다. 수목장의 전제조건이 화장에 의한 골분만을 지정된 수목 주변에 묻어주는 것으로 산림파괴나 또는 어떠한 훼손도 허용치 않는다.

독일의 경우 헤센(Hessen) 주정부는 인접한 스위스의 수목장림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례특허를 취득한 스위스 ‘프리드 월트(Fried­Wald Gmbh)’ 회사 측에 기술이전료를 지불한 후 헤센 주정부 산하 라인하츠하겐 산림관리소(Forstamt Reinhardshagen) 관할 산림지에 수목장림을 개설·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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