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성황리에 마무리 된 국제 행사가 있었다.
지방 국립대 내 연구소에서 주최한 행사로 첫 국제행사로는 내용이나 규모면에서도 여타 행사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난 후 이번 행사를 주최한 연구소 소장은 “지방의 벽이 이렇게 높은지 이번 세미나 개최를 통해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이날 행사 참석자들 역시 지방의 낯선 주최측보다는 행사 내용 자체, 그리고 서울 측 담당자들과의 논의가 더 활발했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최를 한 것 역시 행사를 함께한 서울 연구소 관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 버린 듯한 느낌을 남긴 것이다.

더군다나 공동 주최한 일간 경제지에서조차 행사가 끝나자 공동주최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소의 이름은 쏙 빼놓은 채 단독으로 주최한 행사마냥 기사를 내는 일도 벌어졌다.

이미 연구소 측은 여러모로 아쉬운 찰나에 공동 주최한 곳에서조차 이런 실망을 줬고, 이러한 사실은 명백한 위법이지만 이제까지의 관계와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당장의 어떠한 소송도 걸 수 없던 게 이 연구소의 속사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어제 오늘 거론된 것도 아니고 최근 문제된 논란거리도 아니다. 이미 공공연히,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공공기관 및 학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와 같은 순서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파워가 전국 어느 공무원보다 ‘프라이드’가 강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며, 기업은 기업대로 대학교는 대학교대로 서울과 지방의 벽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서울과 지방의 보이지 않는 벽이 비단 학계나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와 이하 산하기관의 인력배치 부분만 봐도 알 수 있다. 확대되는 환경부의 역량만큼이나 공공기관 인력이 증원되고 있지만 지방기관에서는 여전히 모자라는 인력으로 ‘1인 다역’을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오죽했으면 각각 서울과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 부부는 “이렇게 가다가는 이혼할 판”이라며 지방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야근하는 게 이젠 일상이 됐다고 아쉬움을 전했을까.

물론 계속적인 문제제기 덕분인지 중앙인사위원회에서도 지방 공공기관 인력 충원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지금 당장 실행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고 있다.
물론 지방의 벽을 느끼는 실례가 비단 이뿐만은 아니겠지만 수도권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지방 거주자들은 느끼는 ‘지방의 벽’이 허물어질 때보다 조화롭고도 유연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과의 원활한 맥을 이어주는 데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한 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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