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농림부·지자체… 떠넘기기 급급

[#사진1]전염병 예방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가축들의 매몰이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지만 관계기관들이 저마다 책임과 대책을 외면하며 ‘떠넘기기’로만 일관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해마다 가축의 전염병 발생으로 국내 농가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도의 전염병 발생수가 총 11만8000여 마리를 넘는 것으로 드러나 가축의 매몰량도 상당하며, 전국적으로 볼 때 그 양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가축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소각 또는 관리형매립시설에 매립토록 하고 있지만 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예외조항을 둬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인근 농지나 농가에 살(殺)처분 후 매몰하고 있다.

소각하는 방법도 있긴 하나 매몰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악취 발생으로 인한 주민들의 항의와 장소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매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매몰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 높은 온도와 우기가 겹칠 경우 침출수의 양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그 심각성을 더한다.

물론 나름대로 매몰기준이 있고 주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관련규정이 미비하고, 매몰 후의 관리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현행 규정은 안정되기 전까지 비가 올 경우에만 매몰지 표면을 비닐로 덮고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톱밥을 뿌려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매몰지로 인한 오염 사실은 환경부도 알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또 환경부·농림부, 그리고 실질적인 매몰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각 지자체들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대책을 수립할 의사를 표명하는 곳도 없다.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김용진 과장은 “가축의 매몰로 인한 토양·지하수오염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전하고 “하지만 환경오염보다 우선적으로 전염병을 막아야 한다고 보며 매몰지에 대한 관리는 농림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농림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과거 환경부는 매몰로 인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됨을 인식해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이동식 소각시설을 대안으로 보고 사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배출허용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기술적인 문제 등에 따른 오염배출저감시설 장착에 한계가 있어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김 과장은 또 “농림부의 매몰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돼 환경부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농림부가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농림부 담당자는 “가축이 얼마나 죽었는지, 전염병에 걸린 가축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관할 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총체적으로 관할은 하고 있지만 따로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매몰지 오염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했다.

지자체에서도 관련규정에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음을 들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박성윤 과장은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매몰처리를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하고 있다”며 “물론 소각하고 싶지만 예산과 장소 문제, 그리고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매몰을 택하는 이유를 전했다.
박 과장은 또 매몰에 관련된 자료요청에 대해 “가축매몰과 관련된 자료는 있으나 지자체의 허락 없이 공개할 수는 없다”며 가축의 매몰두수에 대한 자료요청을 거부했다.

김포시청 김무현 축산담당은 “가축을 매몰할 경우 김포시 관계자, 축산위생소연구원이 참관하며 적법하게 매몰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료요청에 대해 “경기도에 물어보지 왜 김포시만 유달리 자료요구를 하느냐”고 반문하며 언성을 높였다. 덧붙여 매몰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행 규정의 미비와 관련기관들의 방관으로 앞으로도 매몰지의 오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앞으로 더 이상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매몰기준과 주변 환경오염방지조치를 보다 강화해 지속적인 관리와 검사가 가능토록 하고, 관련 기관들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체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순주·이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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