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에서 '5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해 관심이 한층 높아진 '2006 문경 한국전통 찻사발 축제'가 29일부터 오는 5월 7일까지 9일간에 걸쳐 문경도자기전시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혼을 굽는 장인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축제는 문경 전통 도자기의 오랜 역사성 및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문경이 전통도자기의 본향임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웰빙 시대를 맞아 차 문화의 저변 확대를 통해 관광문경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올해 여덟 번째로 개최되는 축제다.
문화관광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문경, 한국전통 찻사발축제'는 개막 하루 전인 28일 낮 12시에 근대 차문화의 발상지로 알려진 구선선문 희양산 봉암사 백운대에서 찻사발축제 성공을 기원하는 육법헌공다례의 의미 있는 행사를 시작으로 9일간 펼쳐진다.
또한 올해는 축제의 주제 이미지에 부합하고 전통도자기의 본향임을 증명하기 위해 문경읍 용연리에서 발견된 500년 된 백자공방 이전 복원, 세계 가마 모형전시, 사진으로 보는 문경의 도자 100년사 등 다양한 기획·전시·체험·공연행사를 다채롭게 준비해 그 의미를 더하게 된다.
문경의 전통도자기가 오늘날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경의 전통도자기는 고려 말인 11세기부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현대화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 발물레를 이용해 빚어내고 있으며, 가스나 전기 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해 자연이 그려낸 빛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경의 전통도자기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것으로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모양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 민족 고유의 순수한 멋과 투박한 정서를 잘 표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문경 전통 도자기가 오늘날까지 발달할 수 있었던 점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도자기 제작에 적합한 양질의 사토와 땔감이 풍부했다는 점과, 영남대로의 길목에 자리잡아 오가는 길손들이 많아 도자기 판매가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져오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늘날 문경에는 전통도자기 분야의 유·무형의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전통도자기 분야의 국내 유일의 중요 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선생(영남요)과 전국 도예명장 여섯 명 중 도천 천한봉 선생(문경요), 묵심 이학천 선생(묵심도요) 등이 문경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망댕이가마(160년 전 축조) 보유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3개소의 전통 장작가마를 보유하고 있어 전통도자기의 본향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도예인들은 자부하고 있다.
이처럼 문경의 전통도자기는 문경의 질 좋은 흙과 사람의 손길, 그리고 한국산 소나무 불꽃의 절묘한 만남이 오늘날 한국최고의 특산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문경 전통도자기 명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날까지 문경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모두 82개소로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와 간송리 일대에서 발견된 12세기의 청자 가마터다. 또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서는 14~15세기 무렵의 청자가마터, 동로면 생달리, 문경읍 용연리, 관음리에서는 16~19세기의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되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문경의 도자기 역사가 고려 초기의 청자에서부터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처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0년이나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축제기간 중에 의미 있는 행사로는 2005년 8월 문경읍 용연리에서 발굴된 백자공방유적 3기를 문경도자기전시관 망댕이가마 앞에 원형대로 복원해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으로 한창 준비 중이어서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문경읍 관음리의 가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160년 전) 전통 망댕이가마로 그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민속학자이자 문화재 전문위원이었던 예용해씨(작고)는 문경 망댕이 가마를 보고 ‘참으로 감격스러운 구경을 하고 왔어요. 이 나라에서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고 생각해온 조선시대 사기막 가마터를 보고 왔어요’(1987년)라고 고 한창기씨의 기사가 전하고 있다. 단숨에 관음리로 달려간 한씨가 본 것은 단순한 가마가 아니라 암팡지고 가마 자체가 ‘구성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조형 덩어리’였다.
이번 축제기간에는 전통 도자기 분야의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선생과 전통도예명장인 도천 천한봉 선생, 그리고 월파 이정한 선생 등 전통 작가 24명의 도자기 명품전이 열려 문경 전통도자기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특별할인 판매 행사도 가져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주요 행사로는 한국·중국·일본·대만·미국·캐나다 등 세계의 찻사발을 한 곳에 모아 우리 찻사발의 우수함을 비교·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비롯해 전국 도예명장 특별전과 찻사발 공모대전, 전통망댕이가마 불지피기, 명사를 초청해 흥미진진한 전통찻사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전국에서 유명한 단위 차회를 초청해 하루 두 차례씩 다례 시연도 펼친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 다도가문인 우라센게가의 다도 특별시범과 선화도예추모헌다례, 전국한시백일장, 문경 찻사발 깜짝 경매, TV쇼 '진품명품' 출장 감정, 성년례 등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체험·공연 등 부대행사도 관심을 갖게 한다.
신록의 계절에 열리는 문경 찻사발 축제에 참여해 문경새재 옛길도 걸어보고 망댕이 가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500년 된 백자공방은 어떤 모습인지 오랜 세월을 이어온 선조들의 도예기법을 마음껏 느껴보는 의미 있는 기회를 가져보길 권해본다.

<정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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