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박동기 등 전자파에 취약
일본, 병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사진1]병원에서 무심코 사용한 휴대전화가 의료기기 오작동을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확한 피해조사 집계가 이뤄진 바 없지만 미국 FDA 조사에 따르면 1979년부터 1993년까지 의료기기 전자파 간섭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100여 건에 이르렀으며, 특히 인공심장박동기·무호흡감시장치·전동휠체어 등의 의료기기는 전자파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본에서는 이미 휴대전화 전자파가 의료기기의 작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근거로 모든 병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도 이러한 피해가 속속 발생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기기 ‘전자파 적합성’ 만족의 필요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자파 적합성은 전자파 간섭과 전자파 내성으로 분류되는데 전자는 방사 또는 전도되는 전파가 다른 기기의 기능에 장애를 주는 것을 의미하고, 후자는 어떤 기기에 대해 전자파 방사 또는 전자파 전도에 의한 영향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자파 간섭으로 의료기기가 오작동할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무전기가 쓰이는 앰뷸런스 안에서 심장박동기가 오작동한 사례가 있으며, 이동무선국 근방에서 전동휠체어가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져 환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전자파가 전동휠체어의 제동장치를 풀고 휠을 돌려버릴 수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이 막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60년대 한 병원에서 무호흡감시장치가 기능장해를 일으켜 환자의 호흡이 멈췄는데도 알람이 작동하지 않아 60여 명의 유아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 원인 역시 인근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발생한 전자파로 인한 의료기기 오작동으로 결론 내려진 바 있다.

일본에서도 현재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파 발생이 의료기기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전제로 병원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95년 일본 의료기기협회에서 실시한 ‘의료용 전기기기의 전자파 간섭실험’ 결과에서도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에 의해 의료기기 221기종 중 60% 이상에 해당하는 138기종이 간섭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정윤경 의사는 “특히 인공심장박동기와 같은 의료기기의 경우 주기적인 전기적 심박동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조금만 주기가 달라져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에러로 멈춰지기도 하는데, 바로 휴대폰의 전자기장이 이런 사고를 빚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현재 응급실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지만 병원 내 휴대폰 사용금지 구역을 확대해 나가는 등의 방안이 보다 의무화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 전자의료기기팀 허찬회 연구사는 “전자파로 인한 사고가 꼭 장해원으로부터 과도한 전자파 방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피해기기 자체의 전자파 내성이 약할 경우에도 발생하는 만큼 전자파 간섭과 내성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식약청에서는 전자파 간섭 부분만 관리해 왔으며 최근에야 관련 업계의 의견을 받는 등 전자파 적합성 항목에 전자파 내성 부분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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