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증가로 어민과 해수욕객 피해 유발
항암치료 등 새로운 연구 대상 종으로 부상


[#사진1]최근 해파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해변이 아닌 내륙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해파리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소 낯선 대상이기는 하지만 바다를 바라볼 때면 이따금씩 우아한 몸놀림의 해파리를 보거나 해파리냉채 같은 음식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닷가 낚시를 즐기는 이에게는 해파리가 물고기를 쫓아버리는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겠지만 옛 말에도 폭풍이 올 조짐을 비유해 ‘해파리가 갯가에 밀려오면 닻을 내리라’는 말이 있듯이 해파리는 우리와 오랫동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요 몇 년 사이에 해파리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지나해 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인 일부 피해자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해파리의 공포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더욱이 해파리는 예전과 같이 한 곳에서 드물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자주 발견되고 있다. 또한 어부들에게는 물고기 잡이는 고사하고 어망조차 망가뜨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천덕꾸러기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플랑크톤이 주요 먹이
해파리는 눈으로 볼 때 우산·촉수·입다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해파리의 수명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폴립(Polyp) 상태에서는 장기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고, 성체의 경우에는 얼마만큼 살 수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단년생으로 추측하고 있다.

해파리는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주변의 바다 흐름이나 바람 등에 따라 흘러 다니기 때문에 부유생물(plankton)의 특성을 나타낸다. 해파리의 운동은 몸통에 넓게 퍼져 있는 신경세포의 자극에 의한 몸통의 수축과 이완 과정의 반복에 의해 이뤄지며, 안점과 평형포 등으로 구성된 신경조직에 의해 조절된다. 안점은 보통 몸통 가장자리 4~6곳에 분포하고 있거나 몸통의 가장자리를 따라 반지 모양으로 늘어서 있기도 하다.

[#사진3]흔히 해파리를 그 크기나, 자포라고 하는 침이 있다는 특성으로 미뤄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해파리는 주로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고 있다. 몸길이보다 몇 배에서 몇 십 배 긴 촉수를 바다 속에 유유히 늘어뜨려 촉수에 걸리는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거나, 우산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과정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물과 함께 운동능력이 아주 작은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커튼원양해파리나 야광원양해파리 같은 원양해파리과는 동물플랑크톤 대신 작은 어린물고기나 다른 해파리를 먹이로 하기도 한다. 이런 해파리는 다른 해파리와 비교해볼 때 자포에서 나오는 독소의 독성이 매우 강해 어린 물고기가 촉수에 스치기만 해도 금방 죽어버린다. 또한 다른 해파리에 비해 색깔이 화려하거나 독특한 무늬를 지니고 있어 먹이를 유인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해파리연구 아직은 초기단계
[#사진4]해파리는 전 세계적으로 약 25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고 흔히 관찰되는 해파리는 대략 7여 종이지만 현재 기록돼 있는 종은 총 25종이다. 하지만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7종은 노무라입깃해파리, 유령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야광원형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라스톤입방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가 바닷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다.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그 크기에서 매우 커서 바닷속에서 마주치게 되면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해파리 관련 연구는 이제 초기단계로 국내에 전공학자가 전무한 상태다. 뒤늦게나마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 전문가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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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태계 연구로 주목
해파리를 고기잡이 그물을 망가뜨리거나 유용어족을 손상시키고 해수욕객의 심기를 언짢게 만들어 버리는 골칫거리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때문에 고기 잡는 어구에 해파리 분리장치를 개발해 응용하려는 시도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심지어는 해파리를 절제해버리는 장치까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어업의 정상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해파리가 우리에게 해로운 존재만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수족관에서 보름달물해파리가 다양한 조명을 밝히며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볼 때 해파리가 우산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동작이 인간의 심장박동과 유사해 정신의학적인 편안함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사진2]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우산 안쪽에 매끈등꼬마새우라고 하는 작은 새우가 같이 살고 있다. 이런 공생관계가 정확하게 어떤 기작에 의해서 시작되고 두 생물이 어떤 관계를 가지며, 왜 해파리 안의 매끈등꼬마새우는 대부분 암컷인가 하는 문제는 생물의 환경적응 관계구명은 물론 물질순환, 유전정보의 전달 등에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어 생명현상의 한 부문이 해파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이 외에도 해파리 자체의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재고해봐야 함은 물론 대량 발생이 물질순환에 기여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하는 것도 해양환경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정보가 될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해파리 대량 발생은 국제적 문제
해파리의 대량 발생은 2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해 MAP(Mediterranean Action Plan)에서 해양오염과 대서양 해파리 번성의 상관성을 고려해 1984년과 1991년에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의 연구가 시작됐지만 다른 분류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기간이 짧아 연구의 질이나 양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대량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류 자원의 남획에 의한 천적 및 경쟁자의 감소와 항만 및 건설 등 해파리의 폴립이 부착할 수 있는 인공기질의 급속한 증가, 그리고 수온의 상승에 따른 해파리의 서식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체 및 어업 피해 초래
[#사진6]우리나라에 대량으로 출현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 2종이다. 일부 해수욕장에 맹독성 해파리가 출현해 문제시된 종은 작은부레관해파리이며 라스톤입방해파리는 독성이 매우 강한 소형종(3~5㎝)으로 남해안에 주로 출현했지만 최근에는 동해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종은 노무라입깃해파리로, 동중국해 남부나 남중국해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주로 외해에 서식하지만 연안에까지 분포하고 있어 어구에 유입될 경우 조업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며 약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독성을 지난 해파리에 신체가 접촉하게 되면 강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작은부레관해파리에 쏘일 경우 약 20분간 심한 통증이 지속되고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경우는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상처가 1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해파리는 어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연근해에서 다양한 어구·어법을 사용하고 있어 해파리로 인한 어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해파리가 어구에 유입될 경우 조업지장에 의한 어획효율 저하는 물론 그물 손상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서해안에서 조류를 이용해 소형어류를 포획하는 안간망, 주목망 등의 정치성 어구와 정치망 등에 주로 피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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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발생 및 이동경로 예보제 시행
해양수산부는 동중국해 및 제주도에 상시 감시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우리나라 수변구역 접근 시부터 해파리 발생 및 이동경로 예보제를 실시해 해수욕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조업 시기와 장소 선정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한·중·일 공동 심포지엄 개최 및 정보·자료교환시스템 구축 등 3국이 공동으로 해파리의 발생 근원지 및 서식환경조사가 진행 중이며 어업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해파리 분리·배출장치의 개발과 보급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항암물질 개발등 다양한 연구추진
해파리의 생리활성물질의 항암·항균물질 가능성이 개발 중이며 식용 및 조미소스, 기능성 물질 이용 방안도 연구 중이다. 또한 어구에 유입한 해파리를 다시 바다에 투기할 경우 문제가 반복되므로 해파리를 육상에서 처리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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