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여행 Tip★

하나...
[#사진5]보길도를 여행하기에 앞서 여행객으로서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게 있다.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데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보길도가 온갖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길도 주민은 이제야 가까스로 전복양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 고민이 닥쳤다고 전한다. 현재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퍼진 백화현상으로 바다가 사막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보길도 인근에 닥치지는 않았지만 곧 남해에도 백화현상이 발생하면 생계수단인 김·멸치·전복 양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더군다나 10년 전과 비교해 남해 바다온도가 1.5도 상승했다는 건 바다의 사막화가 생각보다 빨리 불어 닥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둘...
[#사진3]섬이라는 것이 겨울에도 위험하지만 여름에도 그 위험도가 덜하지는 않다. 섬으로 들어가는 날 날씨가 좋다고 해서 나오는 날 반드시 날씨가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어떨 때는 들어갈 때 화창하던 날씨가 오후에 나오려고 할 때 갑자기 바람이 불든가 안개가 끼어 출항을 못하는 수가 있다.
반드시 기상예보(061-131)를 확인해 들어가는 날과 나오는 날의 예보를 미리 들어보는 것이 좋다. 풍속이 14m 이상일 경우에는 폭풍주의보가 내리므로 이때는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12~16m로 다소 어정쩡할 때도 주의해야한다. 언제 12가 14로 돌변해 폭풍주의보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만하면 주의보를 내리지 않는다.


[#사진4]보길도는 주로 땅 끝(갈두항)에서 배를 타고 떠난다. 하루에 8차례 배가 있으며 언제 가든지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면 배가 바로바로 있다.
여름철에는 하루 12번까지도 다닌다. 매시 10분에 뜨는 배가 중간 기착지(넙도)를 들르지 않고 바로 보길도로 가는 직통이다. 만일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땅끝 탑에 다녀오도록 하자. 갈두항에서 마을길로 돌아가는 길에 있다. 그러나 혹시 가던 길 한 가운데서 배가 들어오고 있다는 붕~ 소리가 나면 신나게 달려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한다면 그냥 땅 끝에서 맨섬이나 인간상을 구경하거나 맑은 바닷물을 구경하는 것으로 배 시간을 기다리도록 하자.
승용차는 가져갈 수 있으나 여름 성수기에는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도착하면 잘해야 저녁배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차량이 길게 띠를 이루고 있다. 잘못하면 보길도에 들어가기 위해 땅 끝에서 하루 민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거의 드물지만 그래도 주의하자). 승용차를 가져가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경우도 있으니 고려해보도록 하자. 보길도에서 나올 때도 역시 같지 않겠는가. 그래도 차가 있어야 보길도 여행이 편하다. 꼭 차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면 산양진(노화도)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먹을거리에 대해 얘기해 보자

[#사진8]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경험상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을 경우 남도의 전통 반찬거리를 먹을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겠다. 똑같은 전라도이긴 하지만 식당에서 먹는 반찬은 왜 그리 성의가 없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단 실수하지 않으려면 전국적인 음식을 택하자. 여기서 전국적이란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다 똑같은 맛의 음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자장면, 볶음밥, 비빔밥, 분식 등이 있겠다. 바다에 왔으니 회를 먹어봐야겠다는 이들이 분명 있을 터다.

★이동수단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 보길도 여행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통수단은 5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버스·택시·승용차·자전거하이킹·도보 등이다.

먼저 버스부터 살펴보면 버스 두 대가 섬 모두를 맡는다. 섬이 작다면 차 시간 간격이 적당하겠지만 보길도를 무시하지 말라.
주변 섬에서는 가장 크다. 사실 버스라고는 하지만 공영이 아니고 사설이므로 배차시간은 마음대로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주로 운행하며 단체여행객이 있을 경우, 그리고 성수기에 운행을 많이 한다. 마냥 버스를 기다리지 말고 주변 가게에서 언제 버스가 오는지 물어봐야 한다.
어느 한 장소에 가서 몇 시간 동안 머무른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보길도 여행이 1주일 걸리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당일 또는 1박2일일 텐데. 따라서 버스여행은 권할 만하지 않다. 단체(15인 이상)로 여행한다면 버스를 예약하는 게 좋다.

[#사진7]두 번째 택시. 이곳의 택시는 처음 보는 사람은 웃음부터 나온다. 왜냐하면 일반택시가 아니라 모두 갤로퍼·스포티지·무쏘 같은 지프이기 때문이다. 지프 지붕에 택시라는 표시등이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택시는 모두 6대가 있다. 4대는 회사택시이고 2대는 개인택시다. 택시기사들은 모두 일류급 가이드이기도 하다. 가끔 운전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 육지에서의 새벽 총알택시 버금갈 정도로 과속을 한다 하니 승차하기 전에 미리 과속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말자.
6대의 택시 중 기자가 우연히 세연정에서 만난 한 기사가 있다. 개인택시를 소유하고 있으며 남달리 보길도를 사랑하는 원주민이기도 하다. 박맹대씨. 나이는 쉰살 정도이고 보길도에서의 운전경력은 10년 정도란다. 한 번도 뭍에 나가 살아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사진을 한 컷 부탁하자 수줍어하며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세번째 승용차. 승용차를 가져오려면 편도로 1만8000원이 든다. 운전기사의 뱃삯이 포함된다. 따라서 실제 차만의 도선비는 편도에 1만1000원인 셈이다(99년 9월 기준). 승용차가 있다면 지도만 한 장 가지고 여행이 가능하니 가장 편하지만 들어오고 나갈 때 길게 줄 지어 기다리는 불편이 있다.

네번째 자전거하이킹. 보길도에서는 선착장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두 군데 있다. 모두 1인용이며 뒤에 사람을 태울 수도 있으나 그만큼 힘이 든다. 도시의 2인용 자전거(페달이 두개 있는)는 없다. 그리고 모두 산악자전거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 시간 대여비는 3000원이고, 두 시간 이상일 경우 시간당 3000원이다. 종일 대여는 1만2000원이다. 도로의 질은 양호해 자전거 타기에는 그만이지만 언덕이 아주 많이 있기 때문에 타는 시간보다는 끄는 시간이 더 걸린단다. 물론 기어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 기어 가지고는 보길도의 언덕을 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즐겁지만 돌아올 때 그 많은 고개를 다시 넘으리라 생각하면 얼마나 죽을 맛이겠는가.

다섯번째 도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몸으로 때우면 되니까.


★본격적인 여행을 해보자

[#사진10]여행 방법이 정해졌다면 이제부터 보길도 여행을 시작해보자.
청별선착장에서 동쪽 도로로 1km 정도 가다보면 길이 나뉜다. 세연정과 보옥리 가는 길이다. 먼저 세연정으로 가보자. 갈라지는 길에서 1.5km를 가면 세연정이 나온다.
입구는 따로 없으며 지난해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다. 성인 기준 1000원이다.
동천다려에서 간다면 바로 세연정으로 가는 오솔길이 있다. 주인장이 예부터 있던 길을 정리해 뚫어놓았다고 한다.
봄이면 꽃이 어지럽게 떨어지고 푸른 이끼 또한 하나의 비단 무늬를 이루는 곳이다. 부용동에서 둑에 이르는 길 양평에 오래된 소나무가 울창하고, 둑에 이르면 다소 평평하고 널찍하다. 정자의 서쪽, 둑 동편에는 겨우 한 칸 정도 넓이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중앙에는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의 암석이 있다. 거북이 등에 가로로 다리를 놓아 누에 오른다. 이 다리가 비홍교다.
비홍교 남쪽에는 혹약암 등 일곱 암석이 있으며 바위들은 모두 정결하고 말쑥하다. 물길 따라 오르면 굽이굽이 보이는 경관들이 모두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소나무들은 수면을 스치고, 단풍나무와 삼나무는 바위를 가리고 있다. 또 두어 자 깊이의 물은 맑디맑아 푸른빛을 띠고 있다. 못 속의 암석들은 모두 둥글거나 모나며 깨끗하고 물이 맑아서 암석 위로 물이 넘쳐흐르는 것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못 남쪽 한가운데는 암석이 올망졸망 모여 조그만 섬을 이루고 있는데 그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북쪽으로도 크기가 엇비슷한 바위들이 작은 섬을 구축했고, 동편 좌우로는 각각 삼층으로 방대를 조축했는데 이를 동대와 서대라 한다.
세연정은 연못 중심에 있는 네모난 섬에 지어진 건물이다. 연못 중심의 섬을 당주라 부르는데, 섬으로 해서 물이 감돌아 연못에 고인 물이 부패하지 않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기자가 말하는
무박2일 보길도 여행기


[#사진9]보길도를 여행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동수단이 원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여행객도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진미는 배낭 하나 둘러메고 기차 타고 떠나는, 어찌 보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차량을 갖고 이동한다면 여행에서의 이동시간(버스 시간에 일정을 맞출 필요도 없고 여행지 대부분이 걷기에는 멀고 택시를 타기에는 짧은 모호한 거리가 많기 때문)을 줄일 수 있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쨌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많은 여행객들이 보길도에 가기 위해 목포나 광주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을 기점으로 땅끝마을이나 완도에서 보길도로 향하게 된다.
주로 목포~완도~보길도~땅끝마을 코스로 많이 이동한다고 한다. 시간이 된다면 2박3일 코스가 가장 안정적이지만 무박2일 코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에서 새마을호 마지막 기차(22:05)를 타고 떠나면 목포역에 새벽 3시30분경에 도착한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포역 대합실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역 근방에 있는 식당 또는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먹는 게 보통이다. 안타깝게도 목포역 인근에는 찜질방이 없어 굳이 찜질방에서 쉬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1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후 어슴푸레한 기운이 사라지면 목포역에서 슬슬 걸어나와 인근 유달산으로 향한다. 별다른 건 없지만 산 정산(동네 뒷산정도)에 오르면 탁 트인 다도해의 경관과 입출항 선박들의 물살가르는 요동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또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노래까지 흘러나와 산보기분을 더해 준다.
[#사진1][#사진2]가볍게 산행을 하고 나서 바로 목포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해 완도행 버스를 타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행길이 열린다. 그리고 완도에서 보길도까지 배편으로 이동하고 세연정 등 주변을 둘러본 후 다시 배편을 이용해 이번에는 땅끝마을로 향한다.
세연정은 고산 윤선도가 '어부사시사'를 만들었던 곳으로 그가 시와 술로 세월을 보낸 곳이 바로 세연정이다.
개울에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대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 인공연못인 세연지는 우리나라 조경문화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당일코스이다 보니 땅끝마을에서 즐길 시간은 부족하지만 그곳에서 목포나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2시간 가량 경치를 감상하는 것으로 아쉽게나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더운 날 떠나는 여행이 힘들기도 하지만 한 가지 좋은 건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강한 햇빛과 바람 한 점 없는 날씨가 너무나 맑은 하늘과 파란 바다를 선사한다.
땀을 흘리는 여행객들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인 만큼 주말에라도 당장 목포행 밤기차를 타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강재옥 기자>
<자료참조=보길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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