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니까” vs “그래도 심했다” 분분

[#사진1][#사진2]













최근 생활협동조합에서 주문한 채소로 요리를 하던 김미정씨는 순간 경악을 했다.
조금이라도 친환경적인 식품을 섭취하기 위해 생협에서 주문한 브로콜리, 그것도 물에 살짝 데치고 나서 썰고 그릇에 담고 나서야 득실거리는 애벌레와 거미줄을 발견한 것.
포장된 상태에서는 브로콜리가 너무 촘촘해 애벌레가 보이지 않았지만 데친 후 자르고 나서야 그 사이사이에 박혀 있던 애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김씨는 “브로콜리 하나에 어림잡아 50여 개는 족히 돼 보일 만큼 빼곡히 박혀 있는 애벌레를 보는 순간 구역질이 나고 아무리 유기농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목격한 또 다른 관계자는 “유기농이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과연 유기농이라는 이유로 득실거리는 애벌레까지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생협 관계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농약을 치지 않는 만큼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주문된 채소에서 벌레 몇 마리 정도 발견되는 건 이상할 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도가 심할 경우 교환 및 환불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면, 사람이 먹기에 맛있는 건 벌레도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브로콜리의 경우 벌레들이 좋아하는 채소 중 하나라고 한다.
그 때문에 브로콜리를 포장할 때는 안쪽에 숨어 있어 발견이 안 되지만 포장이 완료되면 슬슬 기어 나오면서 소비자들을 가끔 놀라게 한다는 것.

실제 친환경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한 번 애벌레가 생기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친환경 재배를 하는 데 있어 살충제를 사용하는 일도 없으며 해당 벌레가 싫어하는 냄새를 발라주는 게 전부인 데다 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기 때문이다.
결국 생협 관계자는 “직접 생산지에 가보면 오히려 애벌레를 보는 게 반가워질 것”이라며 양해를 당부했다.
애벌레를 유기농 식품의 품질보증제로 볼 수 있을지, 판단은 소비자의 몫으로 돌려야 할 상황이다.

<강재옥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