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 음수대에 걸레 쌓아놓고 비닐 덮어
음수대 설치된 20개 역 관리 소홀 마찬가지


[#사진2]상수도본부 “역에 위임된 사안이라 몰라”
신촌역 “음수대 관리 위임? 처음 듣는 말”


신촌역사 내에 비치된 아리수 음수대가 수건(걸레)과 비닐로 싸인 가운데 그 누구도 행위자를 모르겠다고 발뺌하고 있어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음수대가 설치된 다른 지하철역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나 아리수 음수대가 되레 서울 수돗물의 상징인 ‘아리수’의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촌역 아리수 음수대 방치에 대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일관했으며 “동파 가능성 때문이냐”는 물음에 미처 생각 못했다는 듯 바로 “그럴 수도 있겠다”며 “얼까봐 역사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서둘러 대답했다.
이어서 아리수 음수대는 비치된 해당 기관에 관리가 위임된 상황이라 정확히 모르겠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신촌역 측의 의견은 또 달랐다. 신촌역 관계자는 “아리수 음수대 관리가 해당 기관에 위임됐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아리수 음수대 관리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촌역 관계자 역시 누가 왜 음수대에 수건과 비닐을 싸맸는지 모르겠다고 전했으며 역 자체적으로 관여할 부분이 아닌 만큼 신촌역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날씨도 풀린 데다 역사 내에 있는데 음수대가 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되레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로 지적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역사 내 관계자들조차 아리수 음수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전혀 관심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는 데다 역사 내 음수대 관리는 서울메트로 측에 위임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먼지·가래·물이끼… 음수대 이미지 부정적= 보다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은 동파 위험이 없다던 신촌역 측에서 취재 후 바로 걸레와 비닐을 치우고 ‘동파 관련 사용 중지’ 안내문을 붙여놓은 점이다. 음수대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음수대 버튼을 누르자 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등 영락없이 훼손됐음이 드러난 셈이다.
[#사진1][#사진3]이와 관련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거의 물관리만 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번 일의 경우 해당 역과 의견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설상 동파 우려가 있다 해도 역사 내 음수대를 그렇게(걸레와 비닐) 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신촌역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더불어 음수대가 놓여 있는 6번 출구를 매일 이용하는 김덕훈씨(27·서강대)는 “음수대가 생긴 지 꽤 된 것 같지만 아직도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얼마 전 음수대에 먼지가 가득 쌓인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또한 음수대 바로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점원조차 “누가 언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아리수 음수대가 얼마나 무관심에 방치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여타 지하철역에 비치된 음수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청역 한 상인에 따르면 “지하역사 공기질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은데 음수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며 “차라리 페트병에 담긴 아리수를 비치해 놓는 게 훨씬 깨끗한 이미지를 안겨줄 것”이라고 아리수 음수대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실제 아리수 음수대는 보다 많은 시민들의 아리수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지난 2005년 8월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20개 역에 4억4000만여원을 들여 설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역사 내 음수대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아도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역이나 종각역의 경우 노숙자들의 애용이 눈에 띄면서 오히려 음수대가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으며 정작 지하철역 관계자와 역사 내 상인들조차 무료 아리수 음수대를 외면하고 제 돈 들여 생수를 사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의 음수대 방치가 오히려 아리수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이미지 제고를 위한 또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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