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소는 성실하고 충성심이 강하며, 살아서는 주인을 위해 평생을 일하고 죽어서는 사람에게 고기와 가죽·뼈까지 주는 동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 1993년 이웃집 고 김보배 할머니의 묘소와 빈소를 찾아 보살펴준 은혜에 보답키라도 하듯 의로운 행동으로 화제를 낳았던 ‘의로운 소(義牛)’가 지난 11일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60대에 해당하는 19세의 나이로 자연사했다.

의로운 소의 임종을 지켜봤던 임봉선씨(여·72)는 “마지막 숨 쉬기조차 힘들어해 안타까운 마음에 김 할머니의 영정을 보여줬더니 눈을 뜨며 고개를 가까스로 들어 김 할머니의 영정을 핥아 놀라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의로운 소가 숨을 거둠에 따라 상주시와 사벌면에서는 공무원과 사벌면민들로 구성된 ‘의로운 소 장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례 절차를 마련해 지난 12일 이정백 상주시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를 치렀다.

장례는 의로운 소를 기리기 위해 사람과 같이 염습(殮襲)을 하고, ‘상주 의로운 소 지(之) 영(靈)’이라는 명정(銘旌)을 마련했다. 차량을 이용한 꽃상여로 상주박물관 앞까지 이동한 후 매장지까지는 소달구지로 운구했고, 오후 3시경 매장 후 의우총을 만들고 봉분제를 지냈다.

시 관계자는 “김 할머니와 의로운 소 누렁이가 남긴 감동적인 메시지를 현대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장례를 치르고, 의우총을 만들어 산교육 장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로운 소를 위해 상주시와 사벌면, 독지가들의 도움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로운 소의 도축거래 방지와 자연사 유도를 위해 지난 2001년 사벌면 출신 독지가인 정하록씨가 100만원, 고 김보배 할머니의 손자 서동영씨가 50만원, 경기도 양평군의 동물 관련 민속사료 연구가 우영부씨가 50만원 등 총 200만원으로 소유자였던 임봉선씨로부터 공동 매입했고, 임씨가 관리하도록 해왔다.
또 우성사료상주대리점의 황동고씨가 매달 배합사료 90kg을, 상주축협(조합장 김용준)에서 매달 볏짚과 건초 100kg을 소가 자연사할 때까지 무상으로 지원해 왔다.

한편 지난 2002년에는 ‘의로운 소 이야기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외로운 누렁이’라는 한권의 동화책(지은이 심후섭)이 나와 많은 이들에게 교훈을 주기도 했다.

<정왕식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