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건설이 또 잡음을 내고 있다. 타당성 재검토의 공정성 확보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추진 여부, 그리고 굴포천 방수로의 친환경적 건설을 위해 구성한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 참여위원 중 일부가 더 이상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달 28일 경인운하 추진 여부를 가리는 1차 회의에서 발생했다. 경인운하 건설에 찬성의 뜻을 가진 전문가 4명이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협의회 위원으로 참석한 건교부와 지역주민대표 역시 회의가 개회된 이후에도 회의장 입구에 서서 끝내 회의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

이유야 어찌됐든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환경단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 등 각종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위원들의 협의회 사퇴와 건교부의 불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더불어 1년 반 동안 협의회에 참석해온 위원장과 위원들의 노고를 철저히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성토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정부 측 위원인 건교부 관계자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무슨 말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앞으로도 경인운하 추진 여부를 가리는 투표를 방해하고 경인운하 이해관계자가 공동 합의한 합의내용을 무마시키려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건교부가 모두 져야 함이 마땅하다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물론 사퇴 의사를 밝힌 전문가 역시 환경단체의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건교부가 추천한 전문가들인 이들은 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을 때 그들이 해야 할 역할과 위원회 운영규정을 사전에 숙지하고 위원회에 동참했을 것으로 안다. 그리고 협의회는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된 기관·단체·주민 등에서 추천한 12명으로 구성돼 있고, 운영규정에 따라 경인운하 추진에 대한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라야 한다.

그런데 재적인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할 최종 단계에 와서 ‘협의회의 합의내용이 왜곡된 의사결정방식에 기초해 인정할 수 없다’고 제기하면서 사퇴를 거론한 것은 전문가로서의 적절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

협의회 합의사항에 따르면 최종 3차 투표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여를 거부해도 의사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건교부 측 위원 4명이 이미 사퇴를 표명한 이상 향후 협의회의 운영에 대해 의사를 밝힌 권한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이를 경인운하 찬성 측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뭇 궁금하다.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논쟁을 이젠 마무리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루한 사회적 갈등은 합의를 통해 깔끔하게 해결해야 옳은 것이다. 사퇴를 표명한 위원들과 지역주민대표, 그리고 건교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속 시원히 결말을 봐야 인적·물적 자원들이 허비되는 것을 막을 것 아닌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인간이 하는 일에 왜 결말이 없겠는가.

이제 극단적인 행동에서 탈피해 논의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켜보는 눈들이 많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순탄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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