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는 유전자조작생물체를 말하며 유전자조작이 벼나 감자, 옥수수, 콩 등 농작물에 행해지면 유전자조작농산물, 이 농산물을 가공하면 유전자조작식품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전자조작식품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는 콩·옥수수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에 대해 그 원료가 수입산일 경우 무조건 유전자조작농산물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꺼리게 된다. 반대로 먹을거리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는 유전자조작이 무엇인지, 또 내가 먹는 식품에 어디에 그런 것이 혼입돼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둘 다 소비자들에게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조사를 통해 가공식품의 원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를 이끌어내 가공식품 중 비유전자조작생물체(Non-GMO) 원료 사용을 확대해 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사실 그간 유전자조작반대식품 운동은 시민들에게 그 개념과 위해성을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표시제 대상의 확대와 비의도적 혼입률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대정부 운동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몇 년 동안 혼입률을 낮추라는 요구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답변만을, 표시대상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간장과 식용유는 가공 후 GMO 혼입 여부에 대한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표시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의도적 혼입률과 유전자조작식품표시제를 ‘법대로’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또 다른 형태의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우리 주변의 가공식품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늘 혼입돼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준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판매율이 하락하는 등의 결과가 그것이다.

기업의 경우 유전자조작 표시 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구분유통증명서(IP Handling)’를 구비하고 있다. 구분유통증명서란 원료 종자의 구입, 생산, 보관, 선별, 운반, 선적 등 전 과정에 걸쳐 최종제품 공급자 및 판매자, 제조·가공업자가 인수하기까지 유전자조작농산물과 구분 관리했음을 입증하는 서류다.

이런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조작과 관련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비의도적 혼입률 때문이다. 즉 유전자조작농산물이 3% 미만 혼입돼 있으면 법적으로 용납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도 어찌할 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자사의 원료가 Non-GMO 원료로 사용됐다는 것을 알리려 해도 이를 표시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이는 만약 어떤 제품이 Non-GMO라고 광고하면 마치 다른 제품은 GMO로 인식될 수 있다는 역차별을 방지하고자 정부에서 정한 규정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0월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콩과 옥수수를 원료로 한 제품에 대해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총 16개 기업, 8개 품목(식용유·옥수수유·간장·된장·고추장·쌈장·두부·두유), 125개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각각의 제품에 대해 해당 업체에 구분유통증명서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는 조사대상 제품의 82%(125개 중 103개)가 Non-GMO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입 콩·옥수수를 사용한 가공식품 대부분이 GMO 원료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원료에 대한 정보 공개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는 소비자들에게 원료의 GMO 여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Non-GMO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GMO 원료를 사용한 주요 제품은 간장과 식용유로 확인됐다. 이는 간장과 식용유가 GMO 표시대상에서 면제돼 있어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제품 원료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파악됐다. 그간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유전자조작표시대상품목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유의미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또한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중 (주)신동방, 샘표식품(주), 오뚜기라면(주)은 제품의 원료 공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조차 묵살했다. 특히 (주)신동방과 샘표식품(주)은 식용유와 간장 생산·판매에서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이런 기업의 행태는 윤리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며 최근 법을 넘어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기업의 행태와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재 조사 결과를 사이버 공간에 게재하는 운동과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형태의 홍보물로 제작·배포 중이다. 또한 장을 보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알려 Non-GMO 원료로 만들어진 상품의 구매를 촉구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125개의 조사 대상 제품을 직접 전시하며 홍보물을 배포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물론 Non-GMO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가공식품도 지난 일련의 유전자조작식품과 관련된 사건처럼 비의도적 혼입률 아래로 유전자조작 원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은 유전자조작표시대상이 왜 확대돼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미 원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들이 먹는 식품에 유전자조작이 된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 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GMO를 피하는 방법은 이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기업에게 소비자의 행동으로 Non-GMO 원료를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지구를 살리는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삶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전자조작 사용 여부를 알리는 홍보물을 보며 유전자조작원료가 혼입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건강히 지키는 바로 로하스의 삶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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