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태 시 ‘은둔자들‧열마리곰’ 출간
최계선 시인, 생태계와 멸종 생명의 이야기 담아··· 생명체, 자연, 환경 공감 이끌어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2018년 ‘동물시편’으로 환경부 우수환경도서에 선정된 최계선 작가가 이번에는 각각 동물시편 Ⅱ, Ⅲ으로 부제를 붙인 ‘은둔자들’과 ‘열마리곰’을 펴냈다.
‘은둔자들-동물시편 Ⅱ’에서는 국내에 서식하는 바다동물과 내륙동물에 대해, ‘열마리곰-동물시편 Ⅲ’에선 세계 동물을 소재로 구성됐다.
자연 해석 능력이 뛰어나며 저자의 생태학적 지식이 물씬 들어간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생물도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곤충과 동물들을 시별 주제로 정해 생물들에 대한 독자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돋궈주기도 하며, 작가의 어릴 적 경험과 일상의 생각들을 자연의 언어로 표현해 멀찍이만 보였던 생태 세계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며 독자들에게 생물들에 대한 이끌어낸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연 위에 군림하는 듯 멋대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해 날카로운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바다’는 그냥 ‘인간들의 하수구’, ‘청어 부레’보다 더 팽팽한 ‘페트병’, ‘혹등고래 입’보다 더 큰 ‘그물’ 등 인간의 과한 욕심과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을 다소 직설적으로 묘사해 읽는 우리 마음을 뜨끔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전에 발간되었던 동물시편 Ⅰ을 포함에 이번 동물시편 Ⅱ·Ⅲ에서도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 아닌 동물과 하늘, 바다 그리고 땅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과 동일선상에서 시선을 맞추고 겸허히 관찰하며,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에게 그들의 존엄성과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리려 한다.
시집에 별도 해설은 없지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김경수 문학평론가, 이문재 시인 등 환경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도와줄 보탬 글이 실려져 있기에 이를 따로 보는 재미도 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책을 내면서까지 이 시인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는, 동·식물들의 멸종위기를 언급하던 우리가 이젠 먼저 자연이 주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음 멸종위기는 다름 아닌 인류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