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안전불감증··· 가전제품 사고 갈수록 증가

리콜 대상 제품 소유자 65%, ‘수리받은 적 없다’ 응답
안전 사각지대 원인 ‘소비자 무관심’과 ‘기업 무책임’

2021-12-01     김인성 기자
한국소비지단체연합과 한국제품안전학회가 주최한 ‘2021 가전제품안전 컨퍼런스’가 30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온라인 캡처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 갤럭시 S7 배터리 폭발, 딤채 김치냉장고 화재 등과 같은 가전제품에 의한 안전사고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의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가전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제품안전관리의 범위와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나 사업자‧소비자의 안전 의식과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의 결함에 대한 사후적 조치인 기업의 자발적 리콜 제도조차도 실질적 시행과는 별개로 실효성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한국제품안전학회는 이러한 가전제품의 미흡한 안전 체계에 대해 논의하고 가정용 전기용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거버넌스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2021 가전제품안전 컨퍼런스’를 30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조태임 한국소비자단체연합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욕구가 더욱 증대됐다”며 “이번 토론회로 산업의 주체인 기업이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역할 및 책임의식 개선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이 안전할 수 있는 정보와 정책이 공유되고 정립됐으면 한다”고 뜻을 밝혔다.

이어진 축사에서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은 “매년 다양한 유형의 가전제품 화재, 화상 사고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제품 안전 시스템이 선진국화돼야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안전 방책 및 리콜 개선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언택트 시대에 따른 집콕 생활로 전기용품 의존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가 보호 받을 권리 요구할 수 있어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의류‧잡화의 매출은 각각 30%대로 대폭 감소했으나 반대로 가전 부문의 매출(1.4%)은 소폭 증가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가전제품 등 가정생활 중심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따른 집콕 생활로 전기용품 의존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전제품 사용량 증가로 화재, 부상, 제품 파손과 같은 안전사고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더불어 몇년 전부터 해당 사고에 대한 주요한 원인인 기기 하자, 사용자 부주의, 설치 미숙, 10년 이상 장기 사용 등이 변함 없이 지속됨에도 여전히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대우 한양대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환경부 장관의 제품 승인 시스템 및 모니터링 제도가 시정되긴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법‧기술 수준에 비해 소비자의 안전 의식과 정부‧기업의 홍보 및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보호받을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재정‧제도적 지원과 민관 영역의 협력적인 역할 분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근래 기술의 발달로 안전장치가 설치된 기기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지만 제품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비대면 시대에선 오히려 이러한 점이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왔다.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 /사진=온라인 캡처

국내 기업들 ‘리콜’ 피하는 숨겨진 이유

소비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리콜제도이다. 그러나 소비자원 분석 결과 국내 기업들은 자사 이미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리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리콜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체들의 인식 개선과 자발적 리콜을 지원‧촉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리콜로 인한 매출 감소 및 브랜드 가치 및 신뢰도 감소에 대한 불암함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며 “소비자들 대상 인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리콜 실시 기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자발적 리콜 실시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되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체가 자발적 리콜을 기피해 강제적 리콜로 전환된다면 이야말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며 안전한 시장을 구현하려는 리콜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기업 측에서 리콜 제품의 ’위해의 긴급성과 심각성‘을 소비자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공지하고 리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파력이 강한 방송이나 SNS 매체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리콜의 활성화 및 발전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서 ▷자발적 리콜의 이행점검 방식 개선 ▷리콜 회수율 제고 방안 재고 ▷위해 제품 피해 확산 예방을 위한 조기경보 규정 마련 ▷리콜 이행 강화를 위한 처벌 규정 도입 검토 등의 실천을 강조했다.

리콜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리콜 참여율은 여전히 매우 저조한 편이다.

소비자 절반은 리콜 여부 몰라

매년 리콜 상품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리콜 참여율 자체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의 발표에 의하면 리콜 대상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 중 절반 이상인 65.1%가 해당 가전을 ‘수리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리콜 대상인지 몰랐다’가 55.3%,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어서’는 33.7%를 차지했다.

즉, 소비자들의 리콜을 비롯한 사용 제품의 안전정보를 탐색하는 정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화재 염려로 김치냉장고 제품을 리콜 조치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 또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2020년 12월 부품 하자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던 ㈜위니아딤채의 김치냉장고 제품은 정부와 지자체와 협력해 리콜에 대한 언론과 홍보를 장기간 진행했음에도 소비자의 소극적 참여로 회수되지 못한 잔존 수량이 60여만대나 된다.

이로 인해 자발적 리콜 조치 이후에도 해당 기기로 인한 계속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경우 2차 피해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선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결국 리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나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시장의 주체이며 상품을 구입‧사용‧폐기‧처분하는 행위자인 소비자의 관심과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안전 시장 구현을 위해 각자 제 몫의 임무와 책임을 할 때 선순환 가전제품 안전 구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위로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과 과장은 리콜에 대한 소비자 안전기준과 가전제품의 다각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비인증 물품의 유통 차단, 형사 고발 등 잠재적 위험요인들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 차원에서도 리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전담 요원을 배치하고 민관 협동 인센티브 정책을 운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본 컨퍼런스에서 나온 중요 대안들을 모아 정책에 유용한 방향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