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정의로운 전환으로 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2022 KEI 연구성과보고회, 환경 중심 정책 및 탄소중립 이정표 제시
대기질·순환경제·기후정의 등 법·제도 현실화, 이행 수단 명료화해야

2022-04-24     최용구 기자

[한국프레스센터=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위기 대응의 단추를 꿰기 힘든 원인이 다각도로 분석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지난 21일 주최한 ‘2022 KEI 연구성과보고회’에선 국가 환경정책을 평가한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날 이창훈 KEI 원장은 “환경정책의 최전선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이행기반 마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첫째였다. 이상엽 KEI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의 참여한 정책공동체를 탄소중립 전략의 보조적 수단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기본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수용성 강화를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항목이나 지표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시켜야 한다”며 “그렇지만 정부 각 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유기적 협조 방안은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임동순 한국환경경제학회장은 “에너지 전환 흐름을 고려한 전기요금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기질 개선을 막는 제도적 한계도 지적됐다. 배출농도 기준은 강화됐지만 정비가 병행되지 못해 혼선을 유발한다고 평가됐다. 미세먼지특별법, 대기관리권역법, 대기환경보존법 등 법제간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창섭 KEI 대기환경연구실장은 “미세먼지특별법은 고농도 관리 및 계절관리제에 초점을 두도록 명료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탄소중립 사회와 경제발전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어 “대기관리권역법에서 지자체에 대한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토록 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며 “시·도지사의 관리 이행 실적들을 평가해서 환경부장관이 그에 따른 인센티브나 제재를 내려야 하지만 실제론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이 부진하면 장관이 관리 권한을 회수해 지방의 환경관서에게 재위임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조천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은 “기후변화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산업체의 굴뚝에서 나올 때 TMS 등 원격시스템으로 측정을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 학회장은 “이제는 이산화탄소도 원격시스템을 통해 배출양과 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관리 법체계 ‘어수선’ 

순환경제도 화두가 됐다. 정부, 지자체, 금융 기관, 시민,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를 하나로 묶을 플랫폼 구축이 관건으로 분석됐다. 조지혜 KEI 자원순환연구실장은 ▷순환제품 설계 ▷친환경 소비 및 소비자 선택권 강화 ▷폐기물 자원화 ▷재생원료 시장 활성화 등을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오세천 한국열환경공학회장은 “순환경제를 순수하게 바라보지 말자”고 덧붙였다. 그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등을 EU가 주도하게 된 배경엔 미국, 중국 등 양대 경제체제 사이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판단이 작용한다”며 “EU는 자국의 기업들이 타국에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분석·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학회장은 “결국 EU가 말하는 공정한 글로벌 경쟁은 우리에겐 공정이 아닐 수 있는 것”이라며 “순환경제를 논할 땐 국가경쟁력과의 연관성을 생각해야 한다. 굳이 해외의 순환경제 로드맵을 따라가기보단 우리가 선도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운 KEI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민의 마지막 수단인 ‘사법접근권’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또한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KEI는 연구성과보고회를 통해 대기질, 기후정의, 순환경제, 통합물관리, 탄소중립도시, 자연생태해법 등 포괄적인 화두를 꺼냈다. /사진=최용구 기자 

그는 “기후정의를 위한 시민단체나 미래세대들의 원고 적격이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은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소송에서의 사법접근권이 막혀있다 보니 우리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축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후위기 현실에 대응하기엔 물관리 정책도 역부족이었다. 안종호 KEI 물국토연구본부장은 “물관리 정보서비스가 통합돼야 한다”며 “조사·평가체계에 대한 자료, 유역에 대한 자료 등과 이를 통한 관측 및 예측할 수 있는 정보들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와 연구자, 일반시민들을 위한 데이터들이 통합되는 국가 통합물관리 정보플랫폼 구축이 요구된다”며 “물관리 정보 제공이 한번에, 편하게,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법, 제도, 조직 등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간환경적인 접근책 또한 고민거리였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물리적 특성, 사회적 여건, 경제 활동 등에 따라 각기 다른 해결방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공간환경적으로 접근해야 

박창석 KEI 환경계획연구실장은 “도시공간에서 에너지 생산 및 소비가 통합 관리되는 에너지 자립을 구축해야 하는 문제”라며 “도시 유형 등 공간환경의 특성을 고려한 탄소중립 솔루션 모델의 개발과 확산이 지속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탄소중립도시로의 이행을 촉진할 재정 확보 및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걸림돌”이라고 부연했다. 

문태훈 한국환경정책학회 고문은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춘 도시건축물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얼마큼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돼야 한다”면서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만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맞는 환경영향평가 체계도 화두였다. 비대면 업무가 늘어난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신종감염병 등 새로운 환경문제를 고려한 평가 기준 마련도 검토될 문제였다. 

유헌석 KEI 환경평가본부장은 “현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대면방식의 주민의견 수렴과 방영지침에서 강조한 ‘대면 최소화’가 겹친다”며 “비대면 주민설명회, 공청회의 법적 인정 요건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이창훈 KEI 원장을 비롯한 KEI 연구진들과 정부 및 학계, 언론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기념촬영 /사진=최용구 기자 

그는 “기후위기나 신종감염병 등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재난, 재해에 대한 평가항목을 발굴하고 이를 법체계로 수용할 수 있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상표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고문은 “생물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평가에 환경영향평가의 미래가 있다”고 부연했다. 

야생생물 매개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만큼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불안 요인이란 평가다. 

이후승 KEI 연구위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에 따른 야생멧돼지 집중 사냥으로 개체수의 약 25%가 제거된 걸로 파악된다. 주목할 점은 그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율이 11% 수준에 달한 다는 것”이라며 “향후 어떤 식으로 연쇄적인 영향이 발생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멧돼지 개체 감소에 생물다양성은 훼손 

2020년 이후 증가세인 AI(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분석 결과도 주목을 끌었다. 대표 매개종으로 알려진 ‘흰뺨검둥오리’의 추적에선 유의미한 현상이 관찰됐다. 

이 연구위원은 “대부분 겨울에 오는 걸로 알고 있던 흰뺨검둥오리는 실제론 1년 내내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었다”며 “가금농장 근처에 출몰하는 빈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농장시설의 위치 등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자연생태 기반의 정책을 펴기 위해선 자연생태가 인간에 주는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정량화시켜야 하지만 어렵다”며 “문제의 해결은 자연생태 기반에 있다는 사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연구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