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은 펭귄에게 양보하세요~”
“남극 생태계 파괴 더는 안 돼”··· 기후위기 대응 ‘펭귄의 날’ 캠페인
[어린이대공원=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크릴은 펭귄에게 주세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열린무대 앞 바닥에 펼쳐진 남극지도에 열심히 어린아이들이 글씨를 쓰고 있었다.
같은 시간 바로 옆 천막에서는 기후위기가 남극빙하를 녹이고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설명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바닥에 10살이 채 안된 아이가 혼자서 본인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그림과 카드, 열쇠고리로 펭귄 등 극지방 생물들이 받는 고통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행사 진행 요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김민하 세계 펭귄의 날 청년기획단 팀장은 “국내 펭귄의 날 행사를 주최하는 시민사회연구소의 청년기획단 모집 공고를 보고 스스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를 섭외해 기후변화가 불러온 남극생태계 파괴와 먹이사슬이 사라진 이후 펭귄의 생존에 대한 비대면 강연을 기획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작성하는 ‘남극에 붙이는 편지’, ‘해양보호구역확대에 공감하는 그림 그리기’, 행사 이후에도 메시지를 기억하게 만드는 열쇠고리 증정 등 이날 프로그램은 청년기획단 9명이 연구소와 함께 2달간 준비했다.
아이들이 글씨를 쓰던 남극지도에는 남극해양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남극해양보호구역은 남극의 환경, 자연, 과학적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지방 변화를 생각할 때 남극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보호구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8년 추가 확대 지정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2014년부터 국내 펭귄의 날 캠페인을 주최해 온 시민환경연구소 김은희 부소장은 “남극에 상주기지를 2개 이상 보유한 우리나라가 극지방 생태 보존에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4월25일 펭귄의 날 행사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것은 번식을 끝낸 펭귄이 겨울이 오기 전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를 살펴본 연구자들의 관찰 결과다.
김 부소장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얼음밑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인 규조류가 사라졌고 남극생물의 주요 먹이인 크릴도 남획으로 급감해 먹이사슬이 붕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펭귄의 날 행사를 매년 열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크릴 조업이 금지되는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해 남극해의 먹이사슬을 되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이하 CCAMLR) 회원국(1985년 전세계 17번째로 가입)으로 남극생물보존조치를 준수하며 크릴 조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크릴 조업 세계 2위로 크릴 오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과 반려동물 건강보조식품이 인기를 끌며 어획량이 줄지 않고 있다.
크릴은 펭귄과 고래 등 남극 주요 해양생물의 먹이다. 크릴 조업이 늘어나며 남극해 생태계 위기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열린 CCAMLR 해양보호구역 지지국 장관급회의에서 남극 해양보호구역 확대안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세종기지 인근 '나레브스키 포인트'와 지난해 '인익스프레시블섬'을 두 번째 보호구역으로 주도해 지정했다.
김은희 부소장은 “화석연료 사용, 육식으로 인한 탄소배출 등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기후위기 가속화에 일조한 것은 맞지만 산업계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을 줄이지 않고 대체 에너지만 찾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구 온도를 올려 빙하를 녹이고 남극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기업들이 우선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와 인류공영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