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즐거움″

2005-06-07     김현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고민하고, 찾으세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답니다.”

지난 30일, 서울 상도동에 있는 중앙대 부속 중학교 강당. 학교가 파한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화 <유리>, <리베라 메> 등으로 유명한 양윤호 감독의 앰배서더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강연은 요즘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이면서, 양 감독의 전문 분야인 영화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됐다.






“일본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우리나라 영화가 무엇일까요?”
여기저기 ‘쉬리’, ‘바람의 파이터’ 등의 대답이 들렸지만 모두 오답. 정답은 “여친소(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예요”라는 양 감독의 말에 학생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해한다. 양 감독은 여친소라는 영화의 파워보다도 전지현이라는 배우이며 캐릭터의 힘이 강해서라며, 영화산업에서의 캐릭터와 상품성의 가치 그리고 각 판권이 지니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조지 루카스가 저렴한 개런티를 받고도 지금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스타워즈>의 캐릭터 판권을 챙겨두었기 때문이라는 실례들도 곁들여졌다.

이어 영화계 평균제작비부터 시작해 마케팅의 중요성, 최근 유행하는 현장 편집기술에 이르기까지 영화계 구석구석에 대한 그의 차근한 설명이 이어졌다.
양 감독은 특히 학생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영화판’이나 ‘직업적 환상’은 현실과 다르다며 영화계 일꾼 누구나 타고나는 ‘예술성’ 이전에 ‘성실성’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영화계쪽 일이란 자유로우면서도 한편은 공동작업이라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스스로 ‘자율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번 강연에서 특별히 황우석 교수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거듭 들려줬다. 요즘 국내외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황 교수의 얘기로 ‘마인드 콘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황우석 교수가 어느 날, 연구를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어서 그만두겠다는 연구원에게 황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재능이 없다는 말은 하지마라. 성실하지 못해서 그만둔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재능없다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여러분들이 지금 꿈꾸는 여러 가지 직업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꿈을 꾸면서 동시에 누구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게 되죠. 내가 과연 영화배우를 할 수 있을까. 영화감독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하기 힘든 몇가지의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의심하는 시간을 버려야 해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일분일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청소년기가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인 황 교수가 당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서울대 법대를 고사하고 서울대 농대, 그중에서도 축산대를 선택했던 일에 대해 말하며 사람들이 갖는 기준과 세상의 시선에 갇히기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와 의대에 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나 때도 영화감독이란 건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고, 절대로 출세할 수 없는 직업으로 생각됐죠.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어른들도, 그 누구도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과연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면 한 가지를 생각하세요. ‘정답은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만이 방법입니다. 물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운이겠죠. 그러니 계속 생각해보세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뭘까 하고.”

양 감독은 얼마 전 만난 배우 조안의 얘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조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연기를 하다 죽겠노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젊은 배우가 자꾸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재미있어요. 그건 자기 몸 속 세포가 그 말들을 알아들어서라고 해요.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므로써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바뀌어간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연기를 하다 죽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여러분, 사람은 뜻대로 살기 위해 물론 열심히 생활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하죠. 그 운은 바로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행여 우울한 노래, 슬픈 생각, 안 좋은 말들을 하지 마세요. 불행한 생각은 운이 도망가게 만드니까요. 긍정적인 생각, 밝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세요.” <김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