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핵심, 에너지 전환 아닌 ‘원자재 순환’

[국회기후변화 포럼 창립 15주년 심포지엄: 윤 정부에 바란다]
이회성 의장 “지구생태계 공급범위 내 인간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해야”
산업 원자재 이용 효율성↑, 에너지 구조 개편, 국민 교육 체계화 필요

2022-07-01     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탄소중립의 핵심은 ‘전환’이 아닌 ‘순환’. 지난달 30일 국회기후변화포럼 창립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회성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의장이 던진 탄소중립 해결책의 주요 키워드였다.

이 회장은 “에너지 전환, 즉 화석 에너지에서 저탄소 에너지로의 변화의 본질은 석유‧가수‧석탄에서 코발트‧니켈‧리튬‧동‧알류미늄 등으로의 원자재 순환”이라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탄소중립은 궁극적으로 ‘원자재 순환 체제’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전환은 새로운 문제를 초래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지구생태계 서비스 공급능력 범위 안에서 인류의 삶이 계속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자연 생태계 내에서의 물질 순환처럼, 인간의 경제 시스템도 원자재 순환 시스템과 접목돼 있을 때 인간 경제 시스템의 생태계 부하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회기후변화 포럼 창립 15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회성 IPCC 의장 /사진제공=국회기자단

 

이대로면 2100년 지구온도 3.2도까지 증가‧‧‧
물‧식량 부족, 사회적 비용 급중, 생태계 29% 멸종

 

최근 IPCC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인 물, 안보, 빈곤퇴치, 건강 등 삶과 직결된 필수 요소를 빠른 속도로 위협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식량과 물 부족에 따른 안보위기의 증가, 해안도시의 홍수로 인한 도시기반시설의 피해 증가, 이에 따른 인간 건강의 전반적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UNFCCC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제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는 1.5 제한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면 2100년 지구온도는 3.2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1.5도 저지선은 21세기 중반 전에 무너질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지구온도 상승이 1.5를 넘는 순간, CO2 배출의 사회적 비용은 무한대로 증가한다.

이미 40억명이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된 도시화의 증가 추세로 물 부족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식량 수급불안과 영향 결핍이 심화돼 현재의 적응 노력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COP26에서 협의된 내용으로는 1.5도 지구온도 상승을 저지하지 못할 것으로 IPCC는 전망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1.5도 온난화 시 육생 생태계 서식 생물종의 ‘최대 14%’가 멸종위기를 맞는다. 3도 온난화 시 29%, 4도 때 39%, 5도 때 48%의 생태계가 멸종위기에 치닫는다.

IPCC는 인간활동에 의해 대기 중 누적된 CO2 총량과 지구온난화가 선형적 관계임을 입증했다. 기후대책의 핵심은 대기에 누적된 CO2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1.5도 목표에 부합한 향후 배출가능 CO2 총량은 510 GtCo2로 추측되고 있으며, 화석연료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현재 인프라에서 앞으로 배출될 CO2 총량은 660 GtCO2에 이를 것으로 목표 총량에서 150 GtCO2를 초과한다.

 

산업부문 원자재 이용효율 및 순환율, 에너지 구조 전환 필요

업계 정부, 명확한 CO2 감축에너지 운용 수단 명확히 제시해야

 

이 의장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연료대체‧탄소순환으로 에너지탄소집약도를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저탄소전력‧저탄소수소‧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건물과 수송의 증대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사회적 영향, 세제와 금융조달 방식 등 보다 정교한 분석에 기반해 설득력 있는 산업 및 에너지 구조 전환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후변화·에너지에 바란다 심포지엄 모습 /사진=김인성 기자 

홍현종 KBCSD 사무총장은 “기후‧에너지 정책의 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온실가스 감축수단 및 에너지 전환 수단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 현장에서는 대응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 정부의 명확한 방향 제시를 요구했다.

홍 사무총창은 “특히 단기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미래지향적 녹색‧에너지 신산업 추진에 있어 뚜렷한 방법 및 정책 연속성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기업들이 5년 혹은 그 이상을 예상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장기투자 운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저탄소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한 ‘사회적 감축 및 Scope 3 개선’에 기여한 기업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 제도화, 공급망 감축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탄소중립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금융‧조세 지원, 사업장 감축과 별도의 추가 감축실적을 인정해 탄소시장 거래 가능토록 제도화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RPS, 소규모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제도 개선 시급

원전의 안전성처리 문제 및 재생에너지 수용성 해결 요구돼

 

탄소중립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난관에 봉착된 에너지 정책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발전 관련 사회적 갈등과 같은 가치의 충돌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왜곡된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고착화 및 전력산업‧시장의 개편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보조금,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등 정부정책 및 지원에 기반한 제한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RPS 제도 개선과 공공주도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하며 “소규모‧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전력중개시장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 토론회에서는 탄소중립 대안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확보 ▷재생에너지 계통 수용성 확대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열-수송부문을 통합하는 시장 설계 ▷에너지 산업에서의 경직된 중앙집중식 공급시스템 재편(에너지 다소비 구조) ▷에너지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공급 및 유통 주체 참여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마련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정책의 단절된 순환구조를 혁파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기술공학적‧심리적 안전성 및 수용성 확보와 고준위폐기물 처비장 문제 해결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산림, 토지 등의 탄소흡수원 통해 연간 14GtCO2ep 흡수 가능

LULUCF 흡수원 부문 토지관리 통한 흡수량 유지 절대적 필요

 

자연을 기반으로 한 탄소흡수원 활성화도 화두에 올랐다. 이 의장은 “농업‧임업 기타 토지이용에서 산림과 생태계 보전‧관리‧복원‧지속 가능한 농축임업으로 배출감소와 온실가스 흡수 증대가 가능하다”며 “2050년까지 연간 최대 14GtCO2eq까지 감축 및 흡수가 가능하다”고 IPCC의 판단을 대변했다.

이우균 문숙과학지원재단 이사장은 “산림을 비롯한 토지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온실가스 통계에서는 산림을 흡수원으로 구분하고, 기타 농경지‧초지‧습지 등은 농림축산 부문에서의 통계산출대상으로 돼 있다”고 짚었다.

이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상적 LULUCF(토지이용, 토지이용변화 및 임업) 흡수원 부문의 토지관리를 통한 흡수량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유역 단위의 환경체계와 기초지자체 단위의 마을 및 리 단위 토지산업관리 체계가 연계 통합돼 탄소중립계획 수립 및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림뿐만 아니라 토지 등 여러 흡수원의 지자체별 관리와 운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적 인식 저조‧‧‧ 청소년들도 기후변화 후대 문제라고 ‘81%’ 답해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환경 관련 교육 시행해 공감대 형성해야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가 일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인식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전문가가 뽑은 중요 의제 1위였지만, 국민이 뽑은 중요 의제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흔히 기후변화 당사자라고 하는 미래세대인 청소년마저도 기후변화가 자신의 문제라고 답한 비율은 17%인 반면, 자신의 다음 혹은 손주 세대의 문제라고 답한 비율은 81%나 됐다.(KBS-그린피스 공동 기획 기후위기 관련 시민 인식조사) 일반 청년들의 주요 관심사 역시 기후변화가 아닌 일자리와 주식, 부동산 등 경제 문제인 상황이다. 

김하늘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체계적인 기후변화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시행된다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넓어지고 그 시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미성년자 때부터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3배 높은 전기요금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기꺼이 감수하는 국민 수용성을 형성했다. 또 지난해 이뤄진 제20대 독일 연방 의원 총선에서는 녹색당이 14.8&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제3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대응을 위한 제도를 넘어, 실천과 이행이 더욱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한정애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는 “우리가 대응해야 할 사회적 관심과 변화에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국회기후변화포럼을 통해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입법‧정책 마련과 검토 그리고 이행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과학기술과 혁신에 기반해 에너지, 수송, 산업 등 부문별 감축 대책의 실현가능성을 제고하겠다”며 “산업계와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2030 국가 감축목표 이행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