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사회적 대화··· 탈석탄 ‘허우적’
일자리 창출 구상, 지역 사회상 고려 없는 지나친 청사진 우려
주민 뺀 일방적 신재생에너지 보급 조짐, 투명한 정보 안 보여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탈석탄 과정에서 통과해야만 하는 ‘사회적 대화’의 터널이 길어질 걸로 보인다. 발전소 주민 보상, 일자리 문제 등에 더해 인구감소, 고령화, 재정자립도까지 갈등 이슈의 전반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 소장은 “사회적 대화를 여기는 우리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즉 필수불가결한 정책 프로세스가 아닌, 하면 좋고 안하면 어쩔 수 없는 옵셔널(Optional) 한 걸로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23일 한국언론학회 과학보건환경위험커뮤니케이션 연구회 등이 주최한 ‘탈석탄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적 대화가 비공식적인 영역이 아니라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한 공식적 영역에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날 토론(좌장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에는 한 소장 외에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전형준 조지메이슨(George Mason)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한 소장은 “한국 사회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이 노동계와 산업계 중심의 일자리 정책에 국한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고용의 문제에 지방소멸 및 소외 등이 복잡히 얽힌 탈석탄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석탄 발전소는 대게 바다와 인접한 시·군에 있다. 개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고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곳이다. 또 재정리스크도 안고 있는 데 과연 이런 지역에 기업이 들어와서 일자리가 창출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에 대한 이슈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 이전과 이후의 노동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논의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탈석탄 과정에선 ▷일자리 ▷지역사회 피해 ▷탈석탄 비용 ▷발전소 보장 등 갈등이 발생할 걸로 예측된다. 그 가운데 정규직 종사자와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안정 및 보장 관련 일자리 갈등이 가장 큰 쟁점으로 분석된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당 지역기반의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피해가 그 지역 주민일자리와 연계되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선 일자리와 경제적인 지원을 바라는 주민의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주민과의 사회적 대화에 진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과거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올 때 지역주민에게 물어보고 들어오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문제는 반대로 나가는 과정 조차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당장 이러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역의 미래를 따졌을 땐 어떠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등의 충분한 정보가 주민들에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습득할 수 있는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이날 그가 전한 지역 내 분위기다.
김 사무국장은 “충남도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과거의 에너지 생산기지였던 충남이 앞으로도 수도권을 위한 기지의 역할을 계속할 거냐는 등에 대한 의사 확인 없이 ‘석탄화력발전소가 과거에 많았으니까 그걸 다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서 끼워 넣으면 되겠지’라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자리 창출이 예상대로 흘러갈 수 있는지도 따질 문제로 꼽혔다. 전형준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지역에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외부 기업이 이전해 오거나 확장 또는 그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거나 창업해야 한다”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거나 성장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비슷한 업종의 외부 업체가 들어오는 것에 반발하는 지역 기업 관계자들의 시각도 존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