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역행, 새만금신공항 철회하라”

서울가정법원 앞 집회, ‘기본계획 무효’ 국민소송장 접수
‘여객수요 105만명·화물수요 8000톤’ 명분 진정성 논란

2022-09-28     최용구 기자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 앞 집회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를 촉구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서초=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28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 앞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여명이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국민소송’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은 “수라갯벌 살아있다. 새만금지구안 기본계획 철회하라”, “생태계 파괴와 예산낭비를 멈춰라”등의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이날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새만금신공항반대국민소송인단, 녹색법률센터 등은 집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새만금신공항(새만금국제공항) 조성에 관한 기본계획의 취소를 촉구했다. 현장에는 종교인과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집회 주최 측은 성명문에서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기후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며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갯벌, 염습지 등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파괴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앞서 지난 6월30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새만금 갯벌 일원엔 2028년까지 약 340만㎡(103만평) 규모의 공항이 조성될 예정이다. 활주로 1개(길이 2500m)와 항공기 5대 규모를 수용할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이 들어선다. 8077억원이 사업비로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사업계획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그해 11월 마쳤고 이듬해 6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조감도 /자료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지자체 및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마친 상태다. 설계를 거쳐 2024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한 항공정책위원회 측은 2029년 개항을 가정했을 때 30년 후인 2058년 기준 연간 여객수요 105만명, 화물수요 8000톤의 효과를 예측했다. 아울러 국내선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까지 운항이 가능해 새만금 지역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청사진과는 달랐다.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상임대표는 “계획부지엔 철새도래지이자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수라갯벌이 위치한다. 또 바로 옆에 있는 군산공항을 포함해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공항이 있음에도 정부는 필요치도 않은 또 하나의 유령공항을 만드는 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사실상 미군의 대중국 전쟁기지로 쓰일 군공항을 만드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새로 공항을 만들면 전북경제가 살아난다는 말로 지역민들을 호도한 정치권의 무리한 사업 행태”라면서 “기본계획에서 정한 비행기 5대 규모를 수용할 계류장은 인근 무안국제공항이 4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적은 규모이고, 계획한 2500미터 길이의 활주로는 군산공항보다 짧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이 수라갯벌에 활주로를 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지역 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군기지를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현 미군 공군기지로 쓰이는 군산공항을 넓히는 사업이란 것이다. 이는 ‘군산공항로부터 이격된 위치에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민간공항’을 강조한 기본계획 내용과 배치된다. 

김 집행위원장은 “공항만 지어진다고 항공기가 오는 게 아니다. 새만금신공항이 추진된다면 부풀린 수요와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대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이 같은 무리한 사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법률센터 소속 한 변호사는 “갯벌은 정화작용과 태풍·해일 등 재난방지 효과는 물론 생명의 서식처로써 기능한다. 기후위기 시대 수라갯벌이 쓰러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회 주최 측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를 요구하는 1300여명의 청구인 명단을 담아 이날 오전 서울가정행정법원에 국민소송장을 접수했다.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계획이 고시됐기 때문에 설계 착수를 위한 입찰공고를 올해 안에 내려고 한다. 입찰공고는 서울지방항공청에서 낼 것”이라고 전했다. ‘연간 여객수요 105만명, 화물수요 8000톤’ 경제효과에 대해 제기된 이견에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서 나온 예측치”라고 답했다.

이날 서울가정행정법원 앞 집회는 40여분간 이어졌다. 집회 후 만난 김규림(19, 성미산학교) 학생은 “기후위기가 세계적인 문제이고 생태계를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갯벌을 없애면서까지 공항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여자 가운데는 학생과 종교인도 눈에 띄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발언자들은 기후위기 시대 수라갯벌 훼손 등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사진=최용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