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
“기후위기 시대 위기·기회 공존, 선언 아닌 행동할 때”
탄소 배출 30% 지자체··· 탄소중립 실현 정보, 수행경험, 전문가 부재
인천 생산 상당량 E 서울‧수도권 집중, 페널티‧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송도컨벤시아=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녹색전환을 이행하는 기후행동의 주체로서 인천광역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비전과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25일 열린 제9회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에서 ‘2050 인천광역시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손여순 인천광역시 탄소중립전략팀장은 “인천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의 거점도시로 기후와 경제가 통합되어 가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와 인천연구원이 주최하고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 녹색기술센터(GTC)가 주관해 열린 컨퍼런스는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가, 지방정부, 시민, 기업이 역대급 난제인 탄소중립 실현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컨퍼런스가 개최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비롯해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UNISDR) 동북아사무소 등 15개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다. 인천시는 최근 국제기구들을 한곳에 모으는 'GCF 콤플렉스'를 2028년까지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손여순 팀장은 “인천은 인천 소재 국제기구와 소통을 더욱 강화해 올해 12월 저탄소 국제포럼, 내년 8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적응주간 국제회의, GCF 이사회 등 국제적인 탄소중립 마이스(mice) 도시로서의 협력과 신뢰를 높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 패널로 참가한 민미연 한국환경공단 탄소예산지원부 과장은 “중앙정부의 역할만 강조되는 것에서 벗어나 지방정부가 기업과 시민과 함께 탄소중립 사업을 발굴해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시대가 왔다”고 전제하고 “2015년 파리협약에서 밝힌 것처럼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자발적 참여와 다양한 참여가 더욱 요구되고 있지만 탄소중립기본계획을 5년 주기로 세워야 하는 국내 지자체는 정보 부족, 수행경험, 지역전문가 부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과장은 “GCF를 포함한 국제기구 유치 등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이 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지역 특화 감축·적응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045 탄소중립 조기선언’ 인천, 국내외 지방정부와 공유해야
인천시는 올해 7월 탄소중립 선도도시 실현에 중심 기관 역할을 할 ‘탄소중립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보다 8558톤을 더 감축해 공공부문 전국 1위를 차지한 인천시는 전 세계 2050탄소중립 달성 선언 시기보다 5년 빠른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생태계 조성 △맞춤형 시민 기후행동 확대 ▷글로벌 기후협력체계 활성화 ▷안전한 기후위기 적응 강화를 4대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제3차 인천시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대비 30.1%, 80.1%로 각각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5년마다 수립되는 이 계획은 대학교수, 공무원,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박연희 이클레이((ICLEI, 세계지방정부협의회) 한국사무소 소장은 패널 발표에서 “온실가스 감축 공공부문 전국 1위, 2045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추진하는 인천광역시가 글로벌 1등이 되기 위해 좀더 공격적인 행동계획을 세워줄 것”을 당부했다.
박 소장은 탄소배출량의 77%를 차지하는 산업부분에 대한 통제권한을 인천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지방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위기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소장은 “기후변화로 실질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지방정부에 대해 국가가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메시지를 인천광역시가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외 지방정부가 GCF 등의 기구들로부터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확장하는 일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박연희 소장이 말한 부분이 인천시가 가진 딜레마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듯 하지만 인천시가 37개 기업 협의회에 자발적인 협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강제하는 권한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인천시가 생산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서울과 경기도가 일정 부분 인천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중앙정부도 이런 관계를 정책수립에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개최되는 COP27에서도 논의주제가 이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수많은 계획들이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날 문제를 만들어 온 것”이라며 “인천시가 내년에 시범 운용하는 탄소인지예산제가 타 지자체에도 확산돼야 하고, 2045 탄소중립 조기 실현 구상이 실행 되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을 총괄하는 시장의 리더십과 이를 감시하는 시의회,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가 말한 탄소인지예산제는 지난해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사업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위기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예산에 반영하는 정책이다.
이어진 패널 발표에서 박정환 인천일보 편집국장은 “탄소중립은 과감한 추진력 없이는 달성이 어렵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중 해상풍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방향설정에 있어 주민들의 동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단계로 왜 해상풍력을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협의체를 먼저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국장은 또한, “인천시에 30년 이상된 노후 건물이 3.3%이상이다. 녹색건물 인증 건물이 더 많이 지어질 수 있도록 사업자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로 발표에 나선 한상원 2050 인천 탄소중립 비전포럼 청년분과위원은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바탕으로 청년분과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90%였으며, 인천시 추진 환경정책 중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종료’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한 위원은 “환경에 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인천시 추진 정책들을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며 “현재 유년기,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공교육을 실시한다면 20년 후 좀더 적극적으로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세대가 원하는 것은 실제 안심하고 만질 수 있는 소박한 환경”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김익수 대표는 “탄소중립을 어떻게 기회로 삼을지, 앞으로 더 크게 다가올 기후위기 리스크는 어떤 부분이 있을지 중점 논의가 필요하며, 탄소중립 피해자로 기업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기업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피해 등의 다양한 리스크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각 분야별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것”을 토론 참석자에 제안했다.
민미연 부장은 “현재 탄소배출의 70%(간접배출 포함)를 국가가 운영하는 배출권거래제에서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을 지방정부에서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을지 고민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시민사회 일원인 기업이 지자체에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지자체와 시민이 요구해야 하며 인천시 37개 협의체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방정부가 좀더 솔직해야 한다”고 운을 뗀 박연희 소장은 “지방정부가 잘했다, 못했다를 고백하는 것은 칭찬과 책망이 아닌 사회적 책임성을 담보한 고백”이라며 “국제회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지방정부가 그동안의 성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솔직해야 한다. 성과를 칭찬하는 것도 다양한 시각의 목소리를 담아서 이야기해야 하고 잘 안됐거나,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론장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방정부 정책 이행과 수립 과정에 전폭적인 시민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며,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 당사자들의 요청을 담아 공론화를 해야 하고 이렇게 됐을 때 위기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방안도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소장은 “기후위기는 선거로 지자체단체장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인천시가 탄소중립 목표를 공표하는 것은 1등이 됐지만, 그만큼 이후 행동에 대해 기다리는 세계시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인천에서 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된 에너지는 대부분 서울와 수도권에서 사용된다. 이처럼 인천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쓰는 서울과 수도권에 패널티를 물려야 하고 이를 인천이 탄소중립 실현 재원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환 인천일보 편집국장은 “인천시 소재 녹색기술업체를 발굴하고 이 기술이 지역에서 활용되어야 한다”며 “녹색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정책과 이를 지역민들이 응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한상원 2050 인천 탄소중립 비전포럼 청년분과위원은 “미래세대가 원하는 것은 소박한 것으로, 가족이 사는 환경이 지금보다 깨끗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말뿐인 환경정책이 아닌 실제 안심하고 만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