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폐막, 화석연료 퇴출 지지부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기금(Fund) 설립 합의 그린피스 “한국 정부 대표단, 존재감도 느끼기 힘들어“
[환경일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국 : 이집트)가 당초 폐막일(11월18일)을 이틀 넘겨 11월20일 오전 10시경(이집트 현지시간 기준)에 최종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교체수석대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참석했다.
또한 정상세션에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특사단원: 정희용 의원, 정양석 전의원)로 참석했고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도 당사국 총회에 참석했다.
이번 총회는 극한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된 만큼, ‘적응’, ‘손실과 피해’ 등의 의제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최대 쟁점으로 논의됐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국총회 정식의제로 채택됐으며, 제27차 당사국총회 기간 내내 치열한 협상 끝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위한 기금(fund)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감축 작업프로그램’ 운영, 전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 설치 등도 합의가 되어, 당초 ‘글래스고 기후합의’(COP26) 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진전된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선진국 및 군소도서국 협상그룹(AOSIS) 등이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 정점 달성 촉구,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석탄발전 단계적 축소,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철폐보다 진전된 감축 노력 등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아울러, 파리협정의 목적 달성 경로를 논의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작업프로그램’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제28차 총회부터 매년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고위 장관급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린피스 옙 사뇨(Yeb Sano) COP27 대표 단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정의를 지키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우리 모두 함께 승리하거나 아니면 우리 모두가 패배할 것입니다. 지구는 협상하지 않고, 지구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회 계기 정상회의가 개최돼, 112개 국가에서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은 국가 발언을 통해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자국의 이행 노력을 설명하고 지구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해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보다 진전된 행동을 촉구했다.
국제 탄소시장 기술지침 채택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가 ‘이행(implementation)’의 총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감축, 적응, 손실 및 피해, 재원, 기술, 역량배양 등 파리협정의 주요 요소뿐만 아니라, 에너지, 해양, 산림, 농업 분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비당사국 이해관계자 참여와 행동을 촉구했다.
감축 작업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추가적인 감축부담을 우려해 일시적 운영(1년)을 주장하는 개도국과 감축의욕 상향을 위해 2030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입장이 대립했다.
이에 타협안으로 ‘감축 작업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착수해 2026년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며, 별도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하여 ▷부문 및 주제별 감축 방안, ▷기술, ▷정의로운 전환 등에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해당 대화체(dialogue)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폭넓은 논의를 위해 민간(산업계, NGO 등)의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총회 시작부터 개도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financial facility)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새로운 기구 창설보다는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 등 손실과 피해 관련 재원의 확대와 녹색기후기금(GCF) 등 이미 존재하는 기구의 기능 강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개도국의 의견을 반영해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fund)을 설립하고, 새로운 종합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손실과 피해 재원 지원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다만, 기금과 지원체계의 상세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개도국 인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를 설립해 ▷기금의 제도적 장치 마련, ▷기존 재원 확장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내년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손실과 피해’ 관련 기술지원 촉진을 위해 2019년 설립된 산티아고 네트워크 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협상이 진행됐으며, ▷사무국 설립 및 선정 절차, ▷자문기구 설립 및 멤버 구성, ▷네트워크의 상세 운영지침(TOR) 등에 합의하며 지난 3년간의 협상을 마무리 했다.
네트워크 운영 및 기술지원을 위한 재원은 선진국에서 부담하기로 하고, 사무국 선정은 내년 공모 절차를 거쳐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그동안 적응 관련 논의를 주도해왔던 적응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도국의 요청으로, 전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그 성격과 목적, 세부 운영 방식 등은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을 통해 구체화하고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약속한 장기재원 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이에 선진국들은 2025년까지 연간 1000억불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로 했다.
COP16에서 선진국은 개도국 지원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COP21에서 이를 2025년까지 연장한 바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2025년 이후의 새로운 재원 조성목표는 올해부터 개시된 기술전문가대화체를 통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작년 COP26에서 당사국들은 2022~2024년 동안 매년 네 차례의 기술전문가대화체 및 한 차례의 고위급 대화체를 통해 새로운 재원목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총회에서 이행규칙이 마련된 파리협정 제6조(국제탄소시장)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기술지침 일부가 채택됐다.
국가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제6.2조)과 관련해서는, 국가 초기보고서 양식, 감축실적 등록 시스템 개발 사항, 제6.2조 활동의 사후 검토 지침(기술전문가 검토지침) 등을 일부 확정했다.
협정 제6.4조로 전환된 청정개발체제(CDM)의 사업기간은 최대 2025년말까지로 한정하고, 2021년 이전에 발급된 감축실적(CER) 사용을 위한 서면 신청절차 등을 마련했다. 다만, 제6.4조 메카니즘의 방법론 및 청정개발체제 전환 지침은 차기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에서 개도국으로 기술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정책기구인 기술집행위원회(TEC)와 이행기구인 기후기술 센터네트워크(CTCN)의 공동업무계획(2023~2027)을 확정했다.
개도국 기후기술 지원을 위한 8대 주요 분야로 디지털화, 물-에너지-식량 시스템, 에너지 시스템, 건물 및 인프라, 기술로드맵, 국가혁신시스템, 기술 수요평가, 비지니스와 산업이 선정되어 현행보다 명확한 분류체계 하에서 효과적인 국가간 기후기술 협력이 가능해졌다.
한국 기후변화성과지수 59개국 중 56위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 및 관련기구 직위(132석)에 대한 선거가 시행됐으며, 우리나라는 ▷적응기금이사회(AFB) 이사(기재부 녹색기후기획과장) 재임, ▷재정상설위원회(SCF) 위원(기재부 녹색기후기획과장) 진출이 확정돼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기후 재원 논의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우리 대표단은 이번 총회 개최 이전부터 주요 의제인 감축, 파리협정 6조 등에 대해 국가제안서를 마련,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했으며, 투명성체계(Transparency Framework) 의제 공동주재자를 역임하고, 또한 신기술을 활용한 원자력, 그린 수소 등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국제적 확대를 위해 에너지 믹스에서 청정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안을 결과문서에 반영하는 등 협상 진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자체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대통령이 강조해온 ‘과학적 접근’과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활약’은커녕 존재감도 느끼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기후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대표단의 의미 있는 제안이 없었고, 적극적인 역할도 드러나지 않았다.
30년 전 개도국으로 분류된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기후 문제에 책임은 지지 않고 개도국 지위의 이득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상급 연설에 나선 나경원 특사는 ‘말보다 행동’을 외쳤지만,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 연이어 개도국의 적응에 2023~2025년간 연간 12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기재부의 발표가 나왔다.
2014~2019년간 공적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연 평균 17조원(127억 달러)을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린피스 장다울 전문위원은 “일부 국가와 화석연료 기업 로비스트들의 방해를 뚫고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낸 것은 기후정의를 외친 전 세계 시민과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의 결과”라며 “한국의 위치는 특수하다. 짧은 시간 개도국에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 선진산업국으로 변모했다. 특수한 지위를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이득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한국을 포함하여 모두가 루저가 되는 방향이다. 오히려 한국의 특수한 지위에 걸맞은 기후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먼워치 등 해외 연구단체가 발표한 올해의 기후변화성과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59개국 중 56번째라는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뒤쳐진 국가는 이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뿐이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유명무실한 공약으로 남았다.
그린피스는 “1.5℃에 부합하는 목표는 고사하고 현재의 미흡한 감축목표 조차 지키기 위한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하향조정 되었고, 예산은 줄었고, 지원제도도 축소되었다. 그 결과 온실가스는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내년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