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촉진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은 역행
태양광 설비 정책 확대, 투자자 유치 자금 지원 등 필요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 장기적인 전략 마련해야”
[국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 3월21일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정부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을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추고, 국제 감축과 CCUS(수소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부문에서 감축 부담을 나눠 가지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노골적으로 산업계만 위하며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3월28일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선진국의 탄소중립 이행현황과 우리나라의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김성환, 양이원영, 이소영 국회의원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사)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이용선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적인 녹색산업 활성화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국제적 흐름에 맞춰 기업 차원의 RE100 달성,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등 에너지 전환 효율화의 흐름을 확산하고 실질적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관련 제도와 인프라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건물 부문 온실가스를 약 14% 감축하고, 최종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순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감축 방안과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시너지 통한 탄소중립 가속 페달 밟는 선진국
발제에 나선 존 번(John Byrne) 미국 델라웨어대 바이든스쿨 석좌교수는 ‘에너지 전환의 촉매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전환의 촉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를 예로 들었다.
존 번 교수는 “약 50개 주에서 RPS를 시행해 연방정부의 정책적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고, IRA는 미국의 고도화된 기후정책으로서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방식 등으로 최대 4000억 달러까지 지원이 이뤄진다”며 “이러한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정책이 함께 촉매 역할을 하는 ‘다중심정책’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건물 지붕, 주차장용 태양광 설비 정책 확대 ▷투자자 유치를 위한 자금 지원 ▷지자체의 지원 프레임워크 구축을 통한 참여 촉진을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욥 타미니우(Job Taminiau)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박사는 유럽의 에너지정책 발전 사항을 주제로 발표했다.
EU는 ‘EU그린딜’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 부문에 1조 유로를 투입했다. 또한 러-우 전쟁에 대응해 신규 정책 플랫폼인 ‘리파워EU(REPowerEU)’를 채택해 유럽 전역에서 100% 신재생에너지화와 러시아산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타미니우 박사는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5%로 확대하고 온실가스를 55% 감축해 2050년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EU그린딜과 리파워EU 등의 정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은?
이어진 토론에서 김종규 ‘60Hertz’ 대표는 한국의 태양광 배터리·패널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태양광 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태양광 배터리·패널 등의 부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어 유럽이나 미국보다 적극적인 태양광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건물 옥상뿐만 아니라 외벽 설치 등에서도 선진국들보다 앞서서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수 SK에코플랜트 상무는 “제로에너지 빌딩에 대한 기준이 여러 개 존재해 실무 차원 혼선과 중복투자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녹색건축물 인증, RPS 등의 평가 기준을 1~2개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홍석 서울시 친환경건물정책팀 팀장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건물에너지 효율 등급제가 부동산 거래 시 에너지등급평가서를 첨부하는 등 건물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건물 부문 온실가스다. 그린리모델링의 효과적 실현을 위해 서울시는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재성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우리나라 여러 정부 부처에서는 각자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지역개발사업에 신재생에너지 전력화 모델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하는 등 탈탄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과 사무관은 “기존 에너지를 소모하는 제품들을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는 등 자금 지원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시 법인세 내용연수의 75%를 자유롭게 감각할 수 있는 ‘가속상각제’도 도입됐으며, 세액공제 비율도 높여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