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발생하는 도시침수 악순환 끊어야

[도시침수 시리즈1] 시민이 도시 지킴이가 되는 방법, 국민 안전 제안

2023-08-26     김경훈 객원기자
지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렸다.

[환경일보] 도시는 짧고 굵게 내리는 집중호우에 매우 취약하다. 취약한 만큼 침수방지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져야 하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주요 도시의 침수위험지역을 찾아가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아보는 기사이고, 이번 기사에서는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침수위험지역을 방문해 주변 환경이 어떠한지를 살펴본다.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지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렸다. 예상하지 못한 강수량으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 2 지하차도'가 미호강의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버스 승객 등 1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환경부에서 제작한 홍수정보시스템의 하천 범람 지도에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비'가 내린다면 오송 지하차도와 인근 지역이 잠긴다는 자료 또한 있었다. 홍수위험지도 중 하천 범람 지도는 하천제방의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해 미호천 제방 붕괴와 같은 제방 붕괴, 제방 월류 등의 극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하천 주변지역의 침수 범위와 깊이를 나타낸 지도다.

이제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도 잠길 수 있다. 그래서 본 기자가 살고 있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 일대를 하천 범람 지도로 살펴보고 직접 침수 위험지역을 방문했다.

하천 범람 지도로 확인한 침수위험지역을 가보자

하천 범람 지도로 확인한 침수위험지역은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이다.

하천 범람 지도로 확인한 결과 이 일대는 50년 빈도의 강우가 내렸을 때 최대 2m까지 잠기고, 2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렸을 때는 침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최대 2m까지 잠기는 부분, 바로 옆 연두색은 최대 1m까지 물이 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가 온 편의점 앞 도로에 물이 고여 있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이곳이 바로 침수 위험지역이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있는 나래놀이공원 맞은편 편의점 앞쪽에 물이 고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구간이 최대 2m까지 침수되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이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2개 있으며 신호등 왼쪽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면 차량은 급커브를 해야 한다.

만약 비가 와서 이 지역이 잠겼다면 지나가는 보행자는 차량에 의해 튄 물에 맞을 수 있고, 차량은 미끄러질 수도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빗물받이는 단 4개만 설치되어 있어 별다른 침수방지시설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수도 설계 기준 2022 ‘14.3 빗물받이’에 대한 항목을 보면, “빗물받이는 10m~30m 정도에 하나 설치하고, 상습 침수지역에 대해서는 이보다 좁은 간격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안전신문고 ‘국민안전제안’을 통해 빗물받이 추가 설치 제안

실제로 이곳에 설치된 빗물받이의 간격은 2걸음당 1m라고 정해 측정했을 때 22m, 13m, 15m로 기준에 맞게 설치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침수 위험지역이므로 더 좁은 간격으로 빗물받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추가적인 빗물받이 설치 건의는 안전신문고의 ‘국민안전제안’을 통해 할 수 있다.

국민안전제안 제안서. 제안서에 현장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을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

주어진 항목에 제안 관련 지역과 그 지역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순서대로 입력한다. 최대한 현황과 문제점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빗물받이 설치를 해야 하는 지점을 사진으로 찍어서 첨부파일로 첨가했다.

부평구 도로과에서 표시한 빗물받이 설치 예정 장소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이렇게 접수한 안전제안은 약 일주일이 지나, 8월 1일에 안전신문고로부터 "제안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부평구 도로과에서 현장 확인 후 빗물받이 설치 예정인 곳에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를 해두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빗물받이를 추가로 설치하고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집중 호우가 내린다면 침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지방정부가 모든 침수 위험지역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민원 접수로 침수 예방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침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매년 발생하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그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