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연임제, 국회 법사위 제동

현임 회장부터 연임 가능, 농민단체 “권력의 사유화“ 반발

2023-09-25     박준영 기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 5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가능 ▷무제한 연임이 가능했던 농협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2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과거 농협법은 연임제에 근간을 뒀으나, 지난 2007년 농협중앙회장이 임기 중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2009년 단임제로 개정됐다.

이에 따라 현행 농협법상 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법 시행 이후 선출되는 회장부터 연임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임 농협중앙회장도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협법 개정안은 지난 9월21일 개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출처=농업중앙회

현재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이하 한종협)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종협은 “현 시행 중인 단임제는 농협중앙회의 중장기적 비전 설정과 수행이 어렵고, 회장이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연임제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종협은 성명을 통해 “농협법 개정안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 경쟁력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개정안은 농협의 실질적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농업인을 비롯해 농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마련됐다.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농은 “농협중앙회장 연임은 고위직 임직원의 농협 지배를 강화하고, 농민 조합원의 주권 실현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연임은 권력의 사유화 외에는 농민과 농업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단임제로 당선된 회장이 본인 임기 중에 무리하게 법을 개정해 본인부터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부분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입법을 강행해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권이 로비를 받아서라고 의심하기 충분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국회에서도 농협중앙회의 국회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월11일 개정안이 국회 농축위를 통과한 후 윤준병 의원, 박용진 의원 등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주장으로 로비를 의심하며 ”이 회장의 연임 금지나 불출마 의사 확인 전까지 개정안 통과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지지한 한종협이 농협중앙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농을 포함한 농업계 대부분의 단체가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가운데 한종협은 개정안의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 한종협 회장 A씨는 농협중앙회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며, 지난 2021년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 회장이 직접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 사외이사인 A씨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으며, 이 회장과 A씨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정당한 절차를 걸쳤으며, 겸직에 관한 규정도 없다”며 “성명서에 대한 사전 교감, 지시 등의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고사 위기의 농촌 현실은 외면

통계청이 내놓은 2022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948만5000원으로 1000만원 이하 수준까지 급락했다.

전년도인 2021년 농업소득은 1296만1000원으로 1년 새 26.8%나 하락했다. 

결국 지난해 전체 농가소득은 전년도보다 160만6000원 내려간 4615만3000원에 머물렀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 수준으로 쌀을 제외한 모든 곡물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처럼 고사 위기에 놓인 농촌사회 주민들이 농협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벌이는 싸움을 고운 눈으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