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 더듬이와 소화관, 새우가 세상과 연결되는 가닥

듣기와 맛보기, 말하기가 서로 뒤섞여있는 새우 내장에는 생소한 미생물 공동체가 있어

2023-10-13     문기훈 학생기자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양식새우의 대명사 흰다리새우 /사진=문기훈 학생기자

[녹색기자단=환경일보] 문기훈 학생기자 =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다. 추석에 햇과일과 곡식을 상에 올리고, 기온이 더 떨어지면 추수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시기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연안에서도 바다가 올 한해 길러낸 수확물을 거두는 데 한창이다. 친숙한 해산물인 새우이다.

새우는 김장 때문에라도 한국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음력 8월 즉 이맘때 잡은 젓새우로 담근 젓갈은 추젓이라 하여 김장용 젓갈에 많이 사용한다. 새끼 새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젓새우는 본래 몸이 작은 새우로서 고유한 생물종이다.

우리가 흔히 속살을 먹는 새우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무리가 흰다리새우, 대하, 보리새우 등이 포함된 보리새우과 새우들이다. 주로 봄여름에 양식에 들어가 가을 한철 다량의 새우를 생산하므로 지금이 수확과 유통이 한창이다. 대하라는 새우가 유명하지만, 어획량이 부족하고 양식에서도 ‘흰점바이러스’에 취약한 관계로 대하와 비슷한 보리새우류인 흰다리새우가 국내에 도입되어 현재는 국내 양식새우의 90%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식생활을 풍성하게 해주는 새우,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만 눈과 무성한 수염과 다리들, 갑각과 배마디 그리고 실같이 길쭉한 장에 이르기까지 그것에는 잘 알지 못했던 내면, 바다 생태계의 연결고리,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도 간직하고 있다.

동물계 다양성의 정점, 절지동물

5쌍 총 10개의 걷는 다리가 특징인 십각류 /사진=문기훈 학생기자

새우와 같은 갑각류는 크게 절지동물이라는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외부골격과 여러 마디의 몸(체절)을 가진다. 각 체절은 관절이 있는 ‘부속지’가 자란다.

부속지는 더듬이, 눈, 다리, 턱 등 여러 기능으로 분화되었다. 뛰어난 적응력과 생활력을 가진 절지동물은 기록된 종만 하더라도 동물계 종들의 3/4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무리가 되었다. 산꼭대기에서 해저 9km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있다. 동물계 생물다양성의 정점이다.

새우는 갑각류 중 십각목에 속한다. 십각목은 10개의 다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10개가 전부라는 뜻은 아니고 가슴에 5쌍 즉 10개의 걷는 다리가 있다는 것이다. 가재, 게도 모두 십각목에 속하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새우일까.

갑각류는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게는 머리가슴(두흉부)의 갑각 밑면에 작게 퇴화한 배가 붙어서 둥글넓적한 몸통을 가지지만, 새우는 배가 온전하여 두흉부 뒤로 뻗어 있다. 가재는 앞쪽의 가슴다리가 강력한 집게발로 발달하여 새우와 다르다. 분류학적으로는 십각목 중에서 수상새아목, 해로새우하목, 생이하목의 무리를 새우류라고 부른다.

절지동물의 일원답게 새우류도 무척 다양하다. 세계적으로는 3877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 또한 동굴과 지하수, 심해, 극지방과 열대해역까지 전 지구적으로 분포한다. 보리새우과와 젓우과가 수상새아목에 포함된다.

새우가 세상을 느끼는 법

첫 번째 더듬이(붉은색)와 두 번째 더듬이(녹색)

새우를 처음 놓고 보았을 때 존재감이 큰 것은 자기 몸보다도 기다란 수염이다. 이 길쭉한 가닥은 더듬이 일부이다. 새우의 머리 부속지 중에는 두 쌍의 더듬이가 있다. 위에 있는 것이 첫 번째 더듬이, 아래에 있는 것이 두 번째 더듬이라고 한다. 긴 수염은 혼자가 아니라 사실 두 번째 더듬이의 일부이다. 두 번째 더듬이는 마치 배 젓는 노 같이 생긴 부분인 ‘더듬이비늘’과 아주 기다란 ‘더듬이채찍’의 두 부분을 가진다. 한편 첫 번째 더듬이는 눈과 더듬이비늘 사이에 나 있다.

더듬이를 일종의 후각으로만 생각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 이상이다. 더듬이는 화학감각 뉴런이 있어 해수 중에 녹아 있는 다양한 화합물을 감지하는 후각으로 기능한다.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감각신경이 있어서 진동, 촉감, 물의 흐름 등 기계적 자극과 온도, 산소, 염도와 같은 환경적인 신호들도 감지할 수 있다.

더듬이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평생 유지보수된다는 점은 갑각류의 삶에서 중요한 기관임을 가늠케 한다. 더 나아가 일부 연구들은 새우들이 소통하는 수단으로 작용함을 암시하고 있다. 새우에게는 듣기와 맛보기, 말하기가 서로 뒤섞여있는 것이다.

더듬이의 또 다른 재미있는 기능은 호흡관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이다. 보리새우류는 낮 동안 해저에 잠입하는 습성이 있다. 모래 밑에서도 아가미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첫 번째 더듬이와 더듬이비늘 등을 겹쳐 일종의 관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흡관의 끝을 모래 밖으로 내밀면 이를 통해 물이 아가미실까지 공급된다.

껍질 하나가 만드는 차이

생이하목,(위), 수상새아목(아래)

새우의 배는 6개의 마디가 있다. 그 위를 덮는 ‘옆판’이라는 껍질도 6개이다. 새우를 먹을 때 벗기는 그 껍질들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껍질은 배열의 사소한 차이가 새우의 습성에 차이를 만든다.

독도새우라고도 불리는 도화새우, 자주새우, 징거미새우 등이 속한 생이하목 새우류는 두 번째 옆판이 첫 번째 옆판과 세 번째 옆판을 덮고 있다. 이는 알을 품기 좋은 구조이다. 따라서 이들은 알을 배다리에 품는 특징이 있다.

반면 보리새우류와 젓새우류가 속한 수상새아목 새우류는 첫 번째 옆판이 두 번째 옆판을 마치 지붕의 기와처럼 덮고 있다. 흰다리 새우나 대하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물속으로 알을 산란하고 배다리로 수류를 일으켜 알을 넓게 퍼뜨린다.

먹이그물의 핵심종

플랑크톤 시기의 새우, 왼쪽에서부터 노플리우 /사진=문기훈 학생기자

위와 같이 새우들이 서로 다른 산란 습성이 있어도 알에서 깨어나는 유생들에겐 공통적인 운명이 있다. 이들이 플랑크톤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 해류나 파도 그리고 바람 등을 거슬러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모두 플랑크톤 무리에 속한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화한 새우의 유생은 노플리우스-조에아-미시스라는 3단계의 플랑크톤 시기를 지낸다. 먹이활동은 조에아부터 시작한다. 눈과 입 주위에서 자란 긴 다리를 2쌍의 긴 다리로 헤엄치는데 이 두 쌍은 나중에 더듬이가 된다. 새우의 더듬이는 새우의 어린 시절의 기억인 셈이다.

새우 유생은 헤엄치며 규조류 등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성장한다. 어른 새우의 축소형 같은 치하 단계가 되면 플랑크톤을 벗어난다. 동물 플랑크톤 중에 평생플랑크톤도 있지만, 특히 봄과 여름에는 새우 같은 일시플랑크톤도 평생플랑크톤 만큼이나 풍부하다.

동물 플랑크톤으로서 이들 모두 바다의 에너지 전달자로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식물플랑크톤을 먹지 못하는 동물의 먹이가 된다. 즉 식물플랑크톤이 만든 유기물을 그보다 위의 상위 동물로 연결해주는 해양 생태계의 필수적인 연결고리이다. 물론 충분히 자란 새우도 수많은 어류와 해양포유류의 식량으로서 여전히 해양 생태계의 먹이 연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종이다.

새우 내장이 품은 다양성

새우의 간 췌장과 장관 /사진=문기훈 학생기자

새우의 장기는 거의 머리가슴 즉 두흉부에 쏠려있다. 새우 입에서 식도와 위로 이어지고, 위 주위는 소화효소를 만드는 커다란 간 췌장이 감싸고 있다. 배로 이어지는 장은 실 같은 모양으로 등을 따라 꼬리까지 길게 뻗어 있을 뿐이다. 소화관만 따로 보면 참 단순하게 생겼지만, 그 안쪽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일부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것은 공생미생물의 세계이다.

‘해삼과 새우의 장내 세균의 다양성 연구’에서는 장 내용물의 DNA 분석을 통해 그 안의 세균을 조사한 적이 있다. 새우는 해삼에 비해 다양한 속들의 장내 세균을 가지고 있었다. 락토코쿠스, 류코노스톡, 프로클로로코쿠스, 비브리오 속, 플라보박테리아, 로도박터, 헬리코박터 과, 미코플라스마 목의 미분류 속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새우 장내 세균 종류 절반 이상이 배양되거나 분류된 적이 없는 종류들로 확인되었다. 아직 밝혀지지 않는 새로운 미생물이 가득한 것이다.

사람의 몸에는 소화기 계통에서 입에서 발바닥까지 인간 세포보다 더 많은 비인간 세포가 가득하다. 장내미생물은 소화효소를 분비하거나 면역체계를 돕고, 병원균을 억제하거나, 숙주가 필요로 하는 영양을 제공하는 등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는 호르몬과 신체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도 크게 관여한다.

수산동물에 존재하는 공생미생물도 숙주의 성장과 생존을 증진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상세한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산호의 경우 항체를 만들지 못함에도 공생미생물의 도움으로 면역을 가진다고 하는데, 새우의 장에서도 다양한 미생물들의 세계가 우리가 모르는 섬세한 조절작용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을 보는 새우의 눈

확대한 새우 눈 /사진=문기훈 학생기자

새까만 새우의 눈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새우의 눈이 우리의 눈과 너무나 다르다. 우리와 같이 렌즈를 이용해 초점을 맞추는 투명한 눈이 아니라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새우의 눈은 내부가 반사판으로 덮인 아주 작은 벌집 구멍이 빛을 흡수한다. 이 작은 튜브 구조들은 시신경이 위치한 눈의 중심에 빛을 압축한다. 이 눈은 빛이 거의 없는 물속에서도 주변 180도까지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 천체물리 연구진들은 하늘을 보기 위해 이를 모방하자는 생각을 떠올렸다. 천체현상의 발생 지점을 신속 정확하게 탐지하기 위해 새우와 같은 갑각류의 눈을 모델로 만들어진 X선 망원경이 NASA에서 연구하고 있다. 생물계가 품은 다양한 신체 구조는 기술과 발명의 지식 자산도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