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 파괴 불꽃 축제는 이제 그만”

멸종위기종 서식 밤섬 인근 불꽃 축제··· 야생동물·철새에게 악영향

2023-10-25     편집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차승연

[환경일보] 10월 7일 여의도에서 세계 불꽃 축제가 열렸다. 이날 불꽃 축제가 열린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은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황조롱이 등 다양한 철새가 매년 찾는 월동지다. 불꽃 축제 일주일 후인 10월 14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었다. 철새의 날은 철새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2006년 유엔(UN)이 매년 5월, 10월 둘째 주 토요일로 지정했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쯤 철새들이 한강 공원 인근에 도래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가 불꽃 축제 시기와 맞물리면서 빛과 소음으로 새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22년 1월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한 이후 기차역 인근 길거리에서 새 사체 수백 구가 발견됐다. 새들이 집단 폐사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빛에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올라 유리창 등에 충돌하거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발견된 새 사체의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북유럽부터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까지 오가는 유럽 찌르레기로 알려졌다.

불꽃 축제가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 연구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체코 자연 보호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새, 맹금류, 까마귀 등은 불꽃놀이의 음향 및 시각에 모두 반응하며 특히 폭발 당시 음향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은 폭발 당시의 압력파를 감지해 심박수 증가, 불안, 탈출 반응 등을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독립기념일에 진행된 불꽃놀이 이후 브랜트가마우지의 군락이 감소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바다사자, 물개, 해달이 소음과 빛을 피해 물속으로 달아났으며, 불꽃놀이가 끝난 후 해달만이 해안가로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위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 2018년부터 불꽃놀이 물품 판매를 중지하고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관한 법률(ESA) 9조에 따라, 해안에서 번식기의 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해 4월 1일부터 모든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불꽃놀이 등을 금지한다.

서울 세계 불꽃 축제가 진행된 여의도 공원 인근에는 밤섬이 존재한다. 람사르습지인 밤섬은 서울시 생태 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번에 서울 세계 불꽃 축제가 진행된 여의도 공원 인근에는 밤섬이 존재한다. 람사르습지인 밤섬은 서울시 생태 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밤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새매 등을 포함해 약 40종, 1만 마리의 새가 관찰된다. 또한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에도 붉은배새매 등 6종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원앙 등 9종의 천연기념물이 산다. 이렇듯 불꽃 축제 현장 인근은 빛과 소음에 민감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사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보전 지역이다. 하지만 불꽃 축제 등과 같은 대규모 축제가 야생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이로 인한 야생동물들의 대규모 피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에게 주는 피해는 물론 쓰레기 발생과 대기오염 등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불꽃 축제, 많은 사람이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꽃 축제 대신 드론 쇼나 레이저 쇼로 대체해 최소한 환경오염과 소음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야생동물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곳 인근에서는 큰 소음과 빛 공해를 유발하는 대규모 불꽃 축제를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쏘아 올린 폭죽이 폭탄이 돼 환경과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는가? 이제는 불꽃 축제가 아닌 생태 축제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차승연 sseeung4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