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식품,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못난이 농산물과 푸드 업사이클링··· 폐기되는 농산물 문제 해결책 시급

2023-11-01     김태현 객원기자

[환경일보] 지금까지 많은 농산물이 맛과 영양에 지장이 없지만, 흠집이 났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져 왔다. 이 농산물은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 후 메탄가스를 방출해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8배 달하며, 환경 오염 피해 정도는 메탄의 수십 배에 달한다.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는 방법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 방법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주변에서 이 방법이 적용된 식품을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푸드 리퍼브이다. 푸드 리퍼브란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새로운 식품으로 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 전자에 해당하는 농산물이 바로 ‘못난이 농산물’이다. 이전부터 일부 대형마트는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했지만, 2020년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농가에도 이익을 제공해 소비자, 환경, 농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받을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못난이 농산물과 푸드 리퍼브를 이용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 생활 속에서 이를 얼마나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대형마트에 다녀왔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서울역점과 금천점에 방문했으며, 이마트는 신도림점과 용산점을 다녀왔다. 홈플러스는 독산점과 시흥사거리점에 방문했다. 이외에도 서울 관악구에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대형마트 두 곳을 다녀왔다.

프랜차이즈 대형마트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푸드 리퍼브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상품 코너(왼쪽부터)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롯데마트에서는 ‘상생 농산물’이라는 이름의 못난이 농산물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지점 모두 사과, 파프리카, 배 3종류의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고, 가격 표시판에 이 못난이 농산물을 통해 농가를 살릴 수 있다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롯데마트에서는 또 다른 방법의 푸드 리퍼브를 실천했다. 바로 ‘알뜰 할인 상품’ 매대이다. 두 지점 모두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신선도가 떨어졌지만 먹는 데 문제가 없는 제품을 매대에 올려 10~30%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에서는 상품에 작은 흠이 있거나 신선도가 조금 떨어진 상품 중 먹는 데 괜찮은 제품만을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알뜰 상품 코너’가 있었다. 여기에 있는 제품은 할인 판매 비율을 나타내는 라벨이 붙어 있었고, 거의 모든 상품이 30% 할인 중이었다. 그러나, 이 코너는 방문했던 두 지점 중 한 지점에서는 찾을 수 없어 알뜰 상품 코너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홈플러스에서는 두 지점 모두 ‘못난이 농산물’이 아닌 ‘맛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소비자의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아름답지 않지만 맛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 단어를 채택한 것이다. 채소코너 안에 맛난이 농산물을 팔고 있는 판매대가 따로 있었으며, 매대 내 표지판에 농가를 도울 수 있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기도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마트에서도 푸드 리퍼브를 실천하고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그렇다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대형마트에도 푸드 리퍼브를 실천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마트를 조사했다. 이곳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인 감귤과 배, 복숭아를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서 못난이 배는 다른 배의 절반 가격보다도 더 저렴했다. 다른 한 곳의 마트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가 아닌 마트에도 푸드 리퍼브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외 버려지는 음식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의 부산물이나 상품 가치가 낮은 음식을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역시 버려지는 음식의 양을 줄여 환경 오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적용한 음식으로는 대표적으로 켈로그의 ‘브랜 그래놀라’와 CJ제일제당의 ‘익사이클 바삭칩’이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이용한 시리얼과 과자가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켈로그가 만든 브랜 그래놀라는 밀의 껍질과 찌꺼기인 밀기울(브랜)로 만든 시리얼이다. 밀기울은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할 뿐 아니라 철분, 인 등 다양한 미량 영양소도 포함해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시리얼은 방문했던 8곳의 대형마트 모두 팔고 있었다. 또한, 이 시리얼은 다른 곡물로 만든 같은 회사의 시리얼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이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이용한 제품이 회사의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깨진 쌀과 두부를 만들며 나온 부산물을 건조한 후 튀겨 만든 과자이다. 포장지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어 친환경 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과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던 8곳의 대형마트 중 홈플러스 시흥사거리점, 이마트 신도림점, 비프랜차이즈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10g당 150~200원의 다른 과자보다 3~4배나 비싼 약 55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처럼 익사이클 바삭칩은 많은 친환경적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판매량과 가격 측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봤다. 아직 이러한 친환경적 방법이 시행된 식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전체 판매량의 극히 일부에 달할 뿐이고,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의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 외 다른 제품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밀기울 시리얼과 같은 일부 식품은 친환경적 조치가 없는 식품보다도 더 경쟁력을 갖출 때도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도 알뜰 할인 상품 매대의 농산물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팔렸다. 최근 물가가 급상승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거기에 환경 보호와 농가 살리기라는 소비자 기준 등 부수적 요인까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푸드 리퍼브와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쓰인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 친환경 조치를 한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제품들은 해당 기업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제품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다른 식품으로 가공이 가능한 부산물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한다면 푸드 업사이클링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밀기울로 시리얼 외에 다른 제품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이용한 식품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메탄가스는 동물뿐 아니라 버려지는 농산물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푸드 리퍼브와 업사이클링이 가격이 저렴하고 농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환경에 도움이 됨을 알려야 한다. 가격 표시판에 언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경, 가격, 농가, 건강 모두 챙길 수 있는 식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