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중심에서 기후위기를 외치다”

기후 대응 공감‧소통·실천··· “양질의 기후 보도 콘텐츠 생산 필요” 단기적‧소비적 소재에서 벗어나 일상‧기후 이슈 교집합 찾아야

2023-11-19     윤진수·김채윤·홍세은 객원기자
‘기후위기와 미디어 컨퍼런스’ 현장 /사진=윤진수 객원기자

[환경일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3일 서울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기후위기와 미디어 컨퍼런스: 미래세대와의 소통을 중심으로’라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방송학회 환경커뮤니케이션연구회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해당 콘퍼런스는 ‘기후위기와 미디어’라는 주제로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을 위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자리였다.

이곳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진 학계와 언론계, 환경전문가, 청년들이 자리했다. 행사 내용으로는 미래세대와의 소통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만큼 청년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새롭게 해석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뤄졌다.

환경문제는 X세대에서 MZ세대로 그리고 α세대로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세대 별로 나뉘는 가장 큰 특징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환경 이슈를 대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이 기성세대에 이어 미래세대의 걱정이 된 만큼 이들 간 소통이 중요해졌다. 본 콘퍼런스에서도 미래세대가 환경을 이해하고 환경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콘퍼런스 세션3은 연정인 연구원의 특별 강연으로 시작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각종 기후 피해가 발생했고 문제가 점차 심화하면서 재앙적인 기후 피해 발생 가능성이 예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 지구적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주요국은 탄소중립을 경제성장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적극 이행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탄소중립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커지는 시점인 골든크로스는 2063년경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초기 비용보다는 투자편익 극대화와 실현가능성을 올릴 전략을 취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에도 좋은 방향이다. 이는 앞으로 30여 년간 새로운 인프라와 기술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투자편익을 실현하고 기후편익을 누릴 주체가 바로 미래세대이다. 이들은 탄소중립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수준을 향상할 기회에 대해 탐색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Green jobs’다. 녹색일자리(Green jobs)는 제조∙건설 등 전통산업,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등 탄소중립 관련 신산업 분야에서 환경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기여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의미한다. 이처럼 탄소중립은 환경은 물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탄소집약적 일자리의 감소는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는 새롭게 창출될 저탄소∙친환경 일자리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즉, 탄소중립의 투자 비용은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과 수요 증대를 유인함으로써 추가적인 일자리 공급의 열쇠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탄소회계 및 에너지감사 등 구체적인 ‘Green skill’을 요구하고 있다. Green skill은 기후∙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하고, 자원 효율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능력과 자질을 일컫는다. 이제 환경과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따라서 기성세대도 미래세대도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지지하고 성장과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변화의 시작은 관심,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김홍진 디렉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환경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미디어가 대중들이 국내외의 환경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 피해의 경우 전조증상, 피해 규모, 피해 복구 및 예방 방법 등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보다는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피해 현장의 모습과 같은 것들을 주로 보도하다 보니 그 역할이 점점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디렉터는 “기후 전문가들과 이를 세상에 알리는 기자들 간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AI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통이 부족한 경우 그 피해는 결국 대중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중하기보다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과 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대중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미디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신기술들을 활용하려면 큰 비용이 요구되므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김 디렉터의 의견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기후웹툰 ‘닥터C’를 연재하는 정다운 작가도 미래세대와 환경을 주제로 소통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정 작가는 국내외 기후 이슈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만화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실천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완벽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활동이다. 일시적인 실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로 바꿀 의지와 용기가 없으면 아예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일상과 기후 이슈의 교집합을 콘텐츠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변화의 시작은 관심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SNS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귀여운 캐릭터를 필두로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관심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우리의 삶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해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에서 공감으로 그리고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연결하는 것이 ‘닥터C’ 기후만화의 목표인 셈이다.

지금까지 본 미디어 콘퍼런스에서는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미디어를 바라보는 기후적 관점’을 다뤘다. 정부, 기업이나 개인 중 어느 집단에서의 행동에 주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나 기업과 같은 단체에서는 제도적으로 기후위기를 다룰 수 있는 언론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 기후위기를 단기적인 미디어 소재로만 소모한다는 점에서 행동 개선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반면 기후 대응을 정부나 환경단체 등의 특정 집단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개인의 문제도 언급됐다. 개인은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미디어의 기후 보도라는 것이다. 결국 기후 대응에 있어 미디어 형성의 중요성과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동의했다.

스마트폰 등 통신 매체의 발달은 다양한 미디어의 수요와 공급을 촉진했고 이는 현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 청년 세대는 기존 올드 미디어의 소비자 위치에서 나아가 개인이 미디어를 직접 소비하고 생산하는 ‘1인 미디어’, 그리고 ‘1인 기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의 소비는 단순히 돈이나 물자를 소모하는 행위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흐름을 주도하는 영향력을 가진 행위다. 그 사회적 흐름을 이용해 기후 대응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이야말로 청년 세대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