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침수만 막은 생태하천 복원, 부천 심곡천

교통 문제, 응급의료시설 고려한 생태하천 복원 돼야

2023-11-26     김경훈 객원기자

[환경일보]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소명여고 사거리에서 원미보건소 앞까지 약 1km의 심곡 복개천을 2017년에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심곡 복개천 일대는 부천시 재해위험지구에 지정됐던 곳이고 2010년도에 655세대, 2011년도에 407세대가 침수피해를 겪었을 정도로 상습침수구간이었다.

하지만 심곡 생태하천 복원 사업 이후에는 침수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부천시 하수과 관계자는 “2023년인 올해까지 침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복원 사업을 하면서 통수단면을 확보해 80년 빈도의 강우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심곡 생태하천 복원 사업으로 도시 침수 차단

피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심곡천에 공급되는 물은 2급수로 수영과 목욕이 가능하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또한 심곡천은 자연 친화적 도심 친수공간으로 시민들의 쉼터가 됐다. 올해 여름이 몹시 더웠는데, 심곡천 산책로를 걷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었다. 그래서 하천에 발을 담그고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심곡천 산책로를 벗어나 주변을 둘러봤을 때,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했다. 바로 교통 체증이다. 지난 8월 24일 월요일 오전 8시의 심곡천 일대의 도로는 차들로 가득했다.

차로의 수가 줄어들어 교통 문제, 그리고 응급의료시설의 작동을 방해하는 상황이었다.

심곡천 일대 교통 상황.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하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심곡천 인근 ’기둥교회‘에서 출발해 ’돈이조아 한돈정육‘까지 약 255m를 차 한 대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4분‘이다. 이는 약 3.8km/h의 속도로 이동한 것이고, 성인 남자의 걷는 속도가 평균 5km/h이므로, 차들은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심곡천을 복원하면서 기존의 왕복 6차선 도로와 노상주차장에서 차로 하나가 줄어들고 주차장이 없어졌다. 차로의 수가 줄어든 것이 교통 체증의 원인으로 뽑히고 있다.

앞으로 가지 못하는 응급차. 좁은 도로와 출근길의 많은 차량은 응급차를 막고 있었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병원 응급차가 차들에 가로막혀 앞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재 당시 응급차는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에서 단 ’1%‘의 기적도 바랄 수 없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었고, 결국 신호등의 신호가 바뀐 다음에야 응급차는 지나갈 수 있었다.

차로가 조금이라도 넓었다면 도로 위의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며 응급차가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심곡천 인근 부천 대성병원 관계자는 “하천을 복원할 때 도로 안쪽으로 1m 정도의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면 원활하게 지나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인근 부천소방서의 소방차가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도로를 좁게 만들면 안 된다고 반대 시위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곡 생태하천 복원 사업 추진 당시 복개천 복원 사업 반대 현수막과 전단지에는 “복개천 도로는 시민의 생명줄-소방차, 병원 응급차 수시 출동 길, 복원 사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수십 년씩 이뤄놓은 생활 터전, 대책 없는 시 행정에 복개천 상인들은 어찌할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부천시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반대 민원을 끌어안고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걷는 속도보다 느린 차량과 차들로 가로막힌 응급차를 보면 제기됐던 문제는 공사가 완료되고 나서 7년 후인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심곡 생태하천은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곡 생태하천 전경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더 나은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되려면

생태하천 복원 사업 업무추진 지침(13차 개정)에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하천구역 내 특정 구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유역 내 주택 및 교통계획 등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 수립 및 시행’하기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심곡천 일대의 교통상황을 보면 과연 사업 추진 당시 교통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 의견들이 사업 계획에 반영됐는지 의문이 든다.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된 대한민국에서 더 나은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되려면 반드시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응급의료시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차로 수 축소를 최소화하거나 차로의 폭을 넓혀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