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환경과 개발의 양 바퀴

2005-11-09     박순주
이동환 소장 ((사)사람의도시연구소장·연세대 객원교수)



도시는 사람들이 모이고 자연과 인공이 만나는 곳이며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공간이다. 사람의 열기와 인공구조물의 열기로 도시는 점점 답답해지고 있다. 그런데 자연의 공간인 녹지와 숲은 시원함을 제공한다. 도시의 공간이 이러한 숲과 녹지와 어우러진다면 메마르고 더워지는 도시공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현대 도시는 포장면의 확대와 녹지의 감소로 사람과 자연의 만남을 차단하고 있다. 그로 인해 도시의 온도는 높아지고 답답함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기상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40년간 봄철 상대습도가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이고 영주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도시 건조화’나 ‘열섬 효과’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구·울산·청주·영주·추풍령 등 대부분 도시에서 봄철에 ‘수증기압의 감소, 기온 상승’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은 태풍은 미국 전역을 재해에 시달리게 했다. 미국은 자연의 거대한 힘, 자연현상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국제협약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태풍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해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의 힘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인간이 가진 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힘은 자연에 비하면 무의미하다고 할 만큼 작은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 범접할 수 없는 경외감을 가지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도시 건조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최소한이라도 도시녹화, 수변지대 및 도시 바람길 확보, 인공 열 저감 등 환경친화적 도시계획의 적용이 절실하다. 일례로 서울시의 ‘청계천 살리기’를 들 수 있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고부터 도심의 온도가 0.8도 정도 감소한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아마 시민들의 체감온도는 3~4도 이상 낮아진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청계천 주변 교통량 감소에 다른 엔진의 배열과 아스팔트와 건물의 열이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온도조절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요즘 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우리의 지역 수준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환경이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한다.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사회운동이 아니라 생활실천규범으로 이해된다.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리이자 예의범절이다. 생활 속의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환경이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잊어버린다. ‘누군가가 대신하겠지’ ‘내 배가 부른 것이 먼저다’ 식의 생각들로 자연은 훼손되고 망가졌다. 이는 인간사회가 가진 다양성과 개별성, 이와 더불어 사람들의 모순된 행동이 낳은 결과다. 따라서 환경에 맞는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환경 관련 단체의 주장과는 별개로 도시에 사는 현실에서는 환경과 개발을 이분법적인 상충 관계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의 전제는 최소한의 개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구는 최소한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인간사회가 존재하는 한 개발은 필요조건이다. 다만 채우는 수준과 방법이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사람들의 욕구를 줄이는 운동부터 해야 한다. 개발의 자본이득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같은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향후 도시의 환경이 지속해서 개발돼야 한다면 환경이 살아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기왕 개발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1992년 국제회의에서 ‘개발과 환경에 관한 리우 선언’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처럼 최소한의 개발과 훼손을 바라는 마음이다. 리우선언은 개발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개발은 하되 환경의 지속성·가역성을 고려하자는 데 있다. 현재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지 ‘환경을 지키자’와 ‘보존하자’라는 식의 일방통행으로는 어렵다. 최소한의 개발로 사람들의 욕구를 해소해야 한다. 리우선언은 환경적 인식은 당연한 것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정치·경제·문화·교육 등에서 지속가능하고 환경적으로 가역적인 사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의제21’이 리우선언에 맞도록 그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도시 건조화 현상과 미국의 태풍이 천재가 아니라 인재로 여겨지는 것은 그동안 지속가능한 환경과 개발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뜻한다. 부족의 정도가 커짐에 따라 인재는 인류의 멸망을 예고할 수도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환경보전을 위한 일방통행도 아니고 무분별한 개발행위의 방치도 아닐 것이다. 사람이 자연의 일원으로 자연과의 조화 속에 사람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환경과 개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이를 테면, 개발은 환경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더 나은 환경과 최소한의 개발을 위해 도시 내에서도 개발과 보전의 양 바퀴를 적절히 조절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