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오늘 하루 제로웨이스트숍 어때?”

[녹색 나들이 시리즈 3] 소비자 발걸음 이끄는 지역사회와의 협업 중요

2024-04-22     김태현·김승현·김해원 객원기자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물품이 진열대에 올라와 있다. /사진=김승현 객원기자

[환경일보] 주말에 밖에서 친환경을 실천할 방법은 많다. 대표적으로 플로깅이나 생태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교통수단 외에도 목적지로 가는 길에 친환경적 행위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해 친환경, 저탄소 제품을 판매하거나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공간이다. 친환경 교육이 진행되기도 하고 다회용기를 가져와 제품을 담아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친환경 가게인 제로웨이스트숍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또, 주말에 나들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러 가는 길에 제로웨이스트숍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까?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숍인 ‘나아지구’에 방문했다.

나아지구는 을지로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숍으로, 크게 평소 버려지는 쓰레기를 분리해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자원 순환 구역, 제로웨이스트 제품 판매 구역, 비건 식품 판매 구역, 다회용기를 가져와 세제나 섬유유연제 등의 내용물만 담아가는 채움소(리필스테이션), 환경 교육 공간의 5가지 구역으로 구성된다.

나아지구의 바깥에는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기후위기 시계도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받은 책갈피에는 나아지구에서 실천하는 ‘5R’ 운동이 무엇인지 적혀 있다. 5R 운동은 일상 속에서 자원 순환을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의미한다. 5R은 각각 ‘Refuse, Recycle, Reduce, Rot, Reuse’이며, 불필요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거나 다시 쓰며,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쓰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례로 분해되기 쉬운 셀룰로스 기반 소재인 CXP로 플라스틱을 대체해 만들어진 제품을 한데 모아 전시하고 있는 구역이 있었다.

나아지구에는 자워순환 구역 등 5가지 구역으로 구성된다. /사진=김승현 객원기자

을지로는 서울의 중심지와 가까워 사람들이 놀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러 많이 오는 곳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목적지에 가는 길에 제로웨이스트숍에 많이 방문할까? 이를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나아지구 김요한(31) 점장을 만났다.

김 점장에 의하면, 나아지구는 주변에 사는 사람보다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장소 주위에 위치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나아지구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 유명한 냉면집과 중부시장이 있어 해당 장소를 방문하기 전후로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한때 20대 사이에서 SNS 사이에서 친환경 삶을 인증하는 것이 유행했다. 이때는 나아지구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후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열기도 식은 상태다.

나아지구는 주부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이들은 건강을 신경 쓰며 제로웨이스트숍을 찾는다. 여기서 파는 제품은 플라스틱을 최대한 배제하고 원료 가공도 최소화하기에 상대적으로 인체에 덜 해를 끼친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은 가격이 높아 주기적으로 사용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한, 주변에 회사가 많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인근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보기도 하지만, 가게 앞에 있는 기후위기 시계를 보거나 가게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생각하며 이미 늦었고 나 한 명 실천한다고 안 바뀔 것이라는 부정적인 말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김 점장은 이 주변 거주민들은 놀러 오는 사람과 비교해 많이 방문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로 집에서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굳이 여기에 방문하러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점장의 말을 듣고 다른 곳을 가는 길에 들르는 사람은 많은데 아무리 근처에 살아도 제로웨이스트숍 방문이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스틱을 대체한 CXP로 만든 제품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사실 환경과 기후 문제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지만, 사람들의 실질적인 참여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20대의 경우에는 SNS를 통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빠르고, 홍보 효과도 높지만, 그 시선은 빠르게 식는다. 제로웨이스트 물건들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수세미, 식기 등의 주방용품이 주를 이룬다. 이 이유로 40~50대 주부들이 제로웨이스트숍에 종종 방문한다. 따라서 점장은 이들을 겨냥한 홍보 방안과 인식 함양이 제로웨이스트와 자원 순환에 실질적이리라 주장한다.

소비가 주로 되는 관광과 환경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숍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나아지구 점장은 서울제로마켓에 참가해서 관련 점포들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가 가장 도움이 되는 기획이었다고 언급했다. 소비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스스로 근처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인식해 나가는 과정이 나들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과소비’라는 키워드는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이러한 생활양식을 조그만 습관에서부터 바꾸기를 주도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소한 물건에서부터 기후위기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실천해 나가자는 것이다.

나아지구 점장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향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지구는 중구에 있다 보니, 주변에 시장이 많다. 그러다 보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비닐 등의 쓰레기가 상당히 발생하는 상황을 자주 봐 온다. 그렇기에 이를 활용한 업사이클 활동을 진행하면, 전통시장의 부흥에도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로웨이스트숍 자체가 목적지가 되지는 못해도, 다른 곳을 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들렀다 가는 사람은 많다. 이는 제로웨이스트숍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인기가 많은 장소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자리 잡는다면 더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채움소(리필스테이션)는 다회용기 없이는 이용하기 어렵다. /사진=김해원 객원기자

또한, 제로웨이스트숍의 일부 코너는 다회용기나 특정 쓰지 않는 물건을 들고 오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구역도 있다. 이러한 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로웨이스트숍이 인기가 많은 곳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친환경적인 물건은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어 제로웨이스트숍이 수익이 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