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한 안전보건관리, 기술·정책적 논의 필요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 콘퍼런스]
AI 기술 활용한 산재 예방 방안과 산재 노동자 복귀·복지 방안 논의
”안전보건 위한 AI 알고리즘 설계·구현, 기술·제도적 대책 세워야“

2024-04-29     박준영 기자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 28일 재단법인 피플이 'AI가 바꾸는 안전보건'을 주제로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국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인 4월 28일 재단법인 피플이 김영진 의원, 근로복지공단, 한국안전학회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AI가 바꾸는 안전보건’을 주제로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이한 콘퍼런스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강력한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대 재해가 줄지 않는 가운데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산재 예방 방안을 모색하고, 산재 노동자의 일터 복귀 및 복지 증지 방안을 찾기 위해 열렸다.

2024년 국제콘퍼런스에 앞서 전 산재노동자 자녀 장학금 증정식이 진행됐다. 이번 장학금 증정식은 재단법인 피플이 설립 목적에 따라 올해 신설한 행사다. 장학금 수여자는 노무법인 산재에서 3명, 노무법인 태양에서 2명, 노무법인 소망에서 1명과 한국안전학회에서 1명을 추천받았으며 총 6명의 고등학생에게 1인당 1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영순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희생된 노동자를 추모하고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영순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안전보건은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우리를 지키는 삶의 파수꾼이다. 오늘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AI로 풀어보려 한다”며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좋은 방안이 많이 개진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희생된 노동자를 추모하고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국회의원은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고,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입법·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김영진 의원은 “전문가들의 고견을 바탕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AI 기술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입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어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AI 기술이 활용돼 보다 정밀한 위험인자 예측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산재노동자가 더 빠르게 일터에 복귀할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 위한 효과적인 AI 활용, '데이터'가 중요

1부 행사에서는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와 호 시옹 힌(Ho Siong Hin) MOM Academy 부학장(전 싱가포르 안전보건국장)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AI 전문가인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산업안전(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dustrial safety)’를 주제로 AI의 의미와 산업안전에 활용할 방법들을 소개했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인공지능과 산업안전'을 주제로 AI를 산업안전에 활용할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동시에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AI를 안전보건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조심해야 할 점들을 지적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그는 “AI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며, 제일 좋은 선택지는 무엇인지 골라내는 데 적합하다. AI에게 근로자, 재산 등 보호할 목적들을 알려주면 산업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AI의 장점은 과거 데이터를 모아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 예측을 통한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며 센서를 통한 정보수집, 모니터링, 위험관리, 교육훈련 등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들을 소개했다.

동시에 김 교수는 AI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거나 편견 등의 문제가 있으며, 특히 상식이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AI로 출처가 불분명하고 잘못된 정보를 찍어내는 등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Black Box System’을 통해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철저히 설계·구현하고, 투명한 알고리즘 등을 통해 AI가 안전보건을 위해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호 시옹 힌 부학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직업안전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호 부학장은 ‘OSH(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직업안전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혁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싱가포르는 정책적인 마인드셋 혁신을 통해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사망률을 76% 감소시켰다”며 “이러한 성과는 사업자들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주효했으며, 2011년 작업장안전보건법(WSH Act)의 틀을 지시적 규제에서 목표 기반 규제로 혁신한 것이 그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영섭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가 앞서 발표한 김진형 교수, 호 시옹 힌 부학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마지막으로 임영섭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와 앞서 발표한 김 교수, 호 부학장의 대담이 이어졌다. 이번 대담에서는 AI를 활용한 사고 예측 시스템 개발의 가능성, AI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를 위한 방법, 목표 기반 규제로의 혁신을 위한 법·제도적인 변화와 데이터를 송출하는 과정에서의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안전보건 AI 활용, 해결해야 할 과제는?

2부에서는 토요사와 야수오(Toyosawa Yasuo) 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전 소장, 박두용 한성대학교 교수, 정승원 우석대학교 교수, 나스타자 포토카-시오넥(Nastazja Potocka-Sionek) 룩셈부르크대학교 연구원, 세바스찬 할렌스레벤(Sebastian Hallensleben) 독일전기기술협회 본부장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토요사와 전 소장은 ‘AI와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를 활용한 일본의 건설안전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일본은 안전 관련 법 규제를 강화해 산재 감소를 추진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현재는 AI, 웨어러블 기기 등 신기술을 활용한 AI-DX를 통해 효과적인 안전보건관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의 자율안전보건관리 의미와 AI 활용’을 주제로 ”안전관리 분야가 지시적 규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율규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변화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성과를 중점에 둔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며, AI 기술 활용에 제약이 되는 요인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부 행사에서는 AI를 활용한 안전보건관리 활성화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사진=박준영 기자

정 교수는 ”2027년까지 직업 복귀율 78.17% 달성을 위해 직업 코디네이터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등 직업복귀 통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재활서비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원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AI를 활용한 산재노동자 직업복귀 활성화’ 주제 발표를 통해 주장했다.

포토카-시오넥 연구원은 ‘AI와 알고리즘 관리와 관련된 OSH 문제를 다루는 EU 규칙’을 주제로 발표하며 ”AI는 안전보건관리에 이바지할 것임이 틀림없으나, AI 관련 업무 증가, 강제적인 모니터링 등 노동자 심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AI 시대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규제를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종합토론 세션은 최광석 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영역장, 박정재 안전보건공단 실장, 박상희 ㈜켐토피아 대표, 이창준 부경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회는 안전보건 분야의 국내·외 인공지능 기술 및 제도 현황, AI 기술을 활용한 산재 예방 방안, AI 기술을 활용한 산재 노동자의 일터 복귀 및 복지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발표자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태옥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는 콘퍼런스를 마치며 ”오늘 콘퍼런스에서는 자기규율 예방 체계 구축에 필요한 AI 기술 활용 문제를 국내 최초로 논의했다“며 ”AI 기술을 안전보건에 활용하기 위해서 앞으로 기술적, 제도적, 정책적, 재정적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기념 국제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