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석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
“탄소 발자국 없애고 지구 온도 낮추기, 당위 아닌 당연 시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 목표 제시 8개 부문 101개 과제 선정··· 시 특화 4대 정책 중점 추진 항만 공기질 개선, 시민 식수원 낙동강 수질 문제 해결 총력 “기후비상 최일선 부서로 탄소중립 선도 혁신 1번지 구현할 것”
[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전 세계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북극은 4배 남극은 2배나 빨리 기온이 오르는 중이다. 이 추세라면 2040년경 지구 온도는 1.5℃ 상승, 전 세계 인구 약 5억 명은 물 부족 피해를,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는 무려 45억 명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높은 기후 탓에 사과와 바나나, 초콜릿과 커피 그리고 와인 등 주요 먹거리가 식탁에서 사라진다니.
뜨악한 일련의 보도는 ‘지구 온난화’ 즉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아니 기후비상의 심각성과 맞닿아 있다. 배출한 탄소만큼 흡수량을 늘려 실질 배출량 ‘0’을 만드는 ‘탄소중립’은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부산시 또한 제1차 부산광역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 목표로 8개 부문 101개 과제를 선정,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한다. 이병석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은 탄소중립 혁신적 정책 방안과 진행 중인 환경 사업 전반을 들려줬다.
Q. 환경물정책실 어떤 업무를 해 왔나?
부산의 ‘환경’과 ‘물’ 정책을 맡은 부서다. 환경물정책실 내에 6개 부서가 있다. 환경정책과는 환경교육, 자연생태와 빛‧소음 등 생활환경을, 탄소중립정책과는 탄소중립과 공기질 개선, 환경보건을 담당한다.
폐기물 자원 처리와 재활용은 자원순환과에서 통합물관리와 수질 개선 그리고 취수원 확보는 맑은물정책과가 도심 하천 관리는 하천관리과에서 맡는다. 마지막으로 생활하수 전반은 공공하수인프라과 소관이다.
부서 업무와 연관성이 많은 시 산하 상수도사업본부와 낙동강관리본부, 부산환경공단과는 긴밀히 협업해 업무를 추진 중이다.
Q.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한다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혁신적으로 진행 중인 탄소중립 관련 정책 혹은 시스템이 있다면?
오늘날 시대 화두인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탄소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상태, 즉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탄소 감축은 미래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주요 이슈다.
이에 시는 제1차 부산광역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 목표로 8개 부문 101개 과제를 선정했다. 민선 8기 도시 목표에 맞고 해양 분야의 산업‧기술, 폐기물 집적단지 등 지역 강점을 활용한 부산 특화 탄소중립 4대 정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4대 정책을 들여다보면 첫째, 탄소 배출을 낮추는 15분 공간 탄소 중립 도시다. 둘째, 해양-내륙을 연계한 전략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그린도시 그리고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중립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자원 재활용 메카도시다. 마지막 넷째, 해양‧항만 기반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해양도시다.
다방면의 전문가와 시민으로 꾸려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별도 이행점검과 평가체계를 운영해 실행력을 높이겠다.
Q. 2017년 전국 7대 광역시 중 부산 공기질이 가장 좋지 않았다. 그간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부산은 세계 5대 항만도시에 속한다. 부산 공기질은 항만 지역 특성상 선박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17년 당시 선박 연료 황함량 감축 의무 규제가 실시되지 않았고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단 지역에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집중 설치된 것도 사실이다.
2017년 당시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6㎍/㎥로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의 25㎍/㎥보다 높았다. 이후 2023년 측정 결과 부산은 16㎍/㎥로 타 특‧광역시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19㎍/㎥보다 낮게 나왔다. 부산 공기질이 좋아진 데는 그만한 노력이 뒤따랐다.
우선 2019년부터 ‘미세먼지 저감과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빈번한 겨울철에 ‘계절관리제’를 시행했다. 2022년부터 비수도권 지역 중 최초로 계절관리제 기간 중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해 미세먼지 발생 억제에 공을 들였다.
또 친환경 자동차 보급과 노후 경유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사업, 도로 재비산먼지 제거차량 운행 등을 진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박 연료유 황함유량을 규제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 관리도 강화했다. 운행차 배출가스 단속 등 지도·점검 사업도 시행 중이다.
Q. 부산은 시민 물이용부담금이 많은 한편 기금 지원은 적다. 또 갈수록 심해지는 낙동강 녹조 등 고질적인 수질문제가 여전한데 해결 방안은?
5개 특‧광역시는 수돗물 원수로 댐 물을 100% 사용한다. 그런데 부산은 낙동강에서 수돗물 원수의 약 91%를 의존한다. 시민 식수원이자 생명줄인 낙동강 수질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는 낙동강 수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낙동강수계 수질오염총량관리제와 중‧상류 지역 수질 모니터링‧분석을 진행 중이다. 또 조류경보제 상시 운영과 녹조 저감설비 운영, 천연 조류제거물질 살포 등 상수원 유해조류 발생에도 미리 대응했다.
특히 물금취수장 일원에 수심별 선택 취수가 가능한 취수탑을 설치 중이다. 취수탑이 설치되면 유해 남조류 세포수를 90% 이상 낮추고 수심 10m 아래에서 취수가 가능해 상수원수 수질이 안정되리라 본다.
또 그간 낙동강 수질 개선뿐 아니라 대체 상수원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중앙정부와 남강댐이나 합천댐 물과 창녕의 강변여과수 등을 상수원수로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취수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수다. 영향지역 상생발전 방안 마련과 주민 소통 등을 거쳐 원활히 사업을 추진하도록 애쓰고 있다.
Q.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 중인가? 공공이 맡아 온 하수처리를 민간에 맡기면 하수도 요금 인상은 당연한 수순 아닌지.
1988년 설치된 수영공공하수처리시설은 36년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하수처리 효율이 떨어졌고 성능개량도 시급하다. 환경부의 정책방향과 시 재정여건을 고려해 현대화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내년까지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현대화사업 공사를 시작한다. 민자사업이다 보니 하수도 요금이 크게 오를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는데 노후화한 시설을 개선하면 운영비를 낮출 수 있고 효율적인 시설경영으로 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공공하수처리시설 중 78% 정도 민간기업에서 시설을 맡아 위탁‧운영 중이다. 현대화사업에서 우리가 추진할 민간투자사업 유형은 ‘BTO-a형’ 즉 손익공유형 민간투자사업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최소 사업운영비를 보전하고 초과이익 발생 시 이익을 공유하는 유형이다. 민간기업의 위험이 낮아지고 수익률은 줄어든다. 최근 시행된 타 시‧도의 BTO-a형 민간투자사업 수익률을 보면 아산 3.09%, 인천 2.79%, 대전 2.74% 등 국내‧외 금융기관의 평균 대출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사는 8년 정도 예상한다. 시에서 예산을 들인 재정사업으로만 진행하면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데 공사 기간 단축 효과도 있다. 설치 당시 부산 외곽지역에 자리한 수영공공하수처리시설은 현재 수영강벨트 도심 내 위치로 바뀌었다.
현대화사업은 노후 시설에서 나오는 악취와 방류 수질을 개선하면서 기존 시설은 지하화하고 상부는 여가‧체육공원과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탈바꿈한다. 시민 기피 대상인 환경기초시설을 시민 향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Q. 꼭 소개할 만한 사업이나 준비 중인 주요 행사가 있다면?
우선 낙동강 하구 일원 환경관리기본계획 수립 사업이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 최대 철새도래지이자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값진 자연유산이다. 워낙 넓은 면적이다 보니 낙동강 횡단교량 건설사업을 비롯한 개발과 보전으로 자주 논란에 휩싸인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으로 새로운 환경 문제와 변화에 대응하고 낙동강 하구 주요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 영향 저감과 사후관리 등 체계적인 환경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
하반기 개최 예정인 실의 주요 국제행사 4건을 소개하자면 우선 8월25~31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Busan)다. 전 세계 121개국에서 1만 명 정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내외 지질과학 분야의 학술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리라 기대한다.
두 번째, 9월4~6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8회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ENTECH2024)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환경‧에너지 전문 전시회로 150개사 500부스 규모로 준비 중이다.
세 번째, 9월5~9일까지 영화의전당 일원에서 열리는 제3회 부산국제환경영화제다. 환경보전과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생활 실천을 주제로 환경영화제와 공모전, 전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네 번째, 11월25~12월1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다. 160개국 3000여 명의 각국 대표가 참여해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 플라스틱 오염 관련 구속력 있는 최종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국제회의다. 공들이는 행사인 만큼 많은 이들의 참여를 바란다.
Q. 사업 진행 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
올해 1월 환경물정책실장으로 부임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껏 마음에 남는 풍경은 3월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슬레이트 처리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때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인데 건강에 안 좋은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이 40동이나 있다. 시와 영도구, 환경공단, 디자인진흥원이 역할 분담을 하고 세정나눔재단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해 오는 8월까지 슬레이트 정비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최근 역점을 둔 건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국가사업인 ‘대체 상수원 확보 사업’이다. 부산 시민의 숙원 사업인 데다 취수 영향지역과 상생도 중요한 만큼 시 역시 수시로 환경부와 해당 지역 지자체와 협의하고 주민과 만나는 등 소통 접점을 넓히려고 노력해 왔다. 주민 동의를 구하고 본 궤도로 사업을 끌어 올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지만 점차 일의 실마리가 풀리는 걸 보니 보람도 남다르다.
Q. 탄소 감소 차원에서 본인만의 실천 방법이 있다면?
차 대신 두 다리로 출퇴근길에 오른다.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걷는다. 만보기 앱도 설치했다. 바쁜 일상에서 ‘유유자적’하기가 어디 쉽나. 보폭이 느리거나 빠른 건 내게 중요치 않다.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기에 ‘걷기’만큼 신통한 게 없더라.
차를 타면 그 순간 몸은 편할지 모르나 실상 내 몸을 방치하는 거와 매한가지다. 걷기는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다. 마음이 스산할 때는 더더욱 나만의 ‘산책’에 나선다. 건강을 챙기고 마음을 살피고 흐트러진 나를 바로 세우는 걷는 일, 내 오랜 루틴이다.
알다시피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기온이 상승하면 어류나 각종 작물 등 주요 먹거리는 사라진다. 그저 맛보는 즐거움을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기후비상은 미래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다. 탄소중립 이행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를 맞았다. 화석연료 퇴출과 함께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고려한 적절한 에너지 믹스가 절실한 때다.
Q. 환경물정책실 산하 부서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관계 맺음의 중심은 ‘신의성실’이다. 신의 없이 그 어떤 일도 탄탄히 이어갈 수 없다. 내 나름의 신뢰 쌓기는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소임을 다하면서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믿고 지켜봐 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큰 벽에 맞닿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 다들 ‘초심’을 떠올리면 좋겠다. 한 템포 쉬어 가자. 숨을 고르면 틈이 생기고 생각하지 못한 출구를 만난다.
부산의 ‘환경’ 전반을 맡은 부서인 만큼 민원 접점에서 직원들이 느낄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후비상의 최일선에서 섰다. 창의적인 대안으로 희망을 말하는 주체가 되길, 그 선두에 제가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