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기후소송, 국가에 책임을 묻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환경일보] 지난 4월 23일, 국내 헌법재판소에서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에 대한 1차 공개 변론이 이뤄졌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2020년 3월 19명의 청소년을 시작으로 제기된 4건의 헌법소원에 대한 국가의 응답이다.
기후소송이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주도하는 소송을 일컫는다. 타 재판과의 차별점은, 소송을 통해 유리한 결과를 얻기보다는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개선하고 이해관계자 및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그 목적에 있다. 이러한 기후소송은 1990년 로스앤젤레스 등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기한 것이 처음 시작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기점으로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2월 기준 총 2180건이 접수됐다.
이번 기후소송 공개 변론의 가장 주된 쟁점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국가 기본계획 등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로 줄이는 것’으로 설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 NDC)의 헌법 위배 여부다. 정부의 ‘2030 NDC’가 파리협약에 따른 지구 온도 1.5℃ 상승 제한에 부합하는지를 언급한 것이다. 파리 협정 제2조에 명시된 장기 기온 목표를 지키고 지구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10년 이내에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UNFCCC(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사무국은 최신 NDC를 기반으로 2020~2030년에 남은 탄소 예산의 89%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했다.
청구인 측은 2030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고,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제 목표에 부합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정부가 ‘탄소 예산’을 미리 소진해 미래 세대에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전가하고 있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실행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국가의 감축 목표와 국내 목표가 유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동시에 국내의 제조업 중심 수출 집약적인 산업 구조를 강조하며 온실가스 감축의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환경 정책, 환경보호와 경제발전 균형 잡아야
그렇다면 기후위기 부실 대응은 과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도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청구인들과 같은 의견을 펼친 바 있다. 인권위는 2023년, 정부가 기후위기 상황 속 인권 보호와 증진을 기본 의무로 택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공개 변론에 앞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소 설정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제출했다.
다수의 국외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24년 4월 9일, 스위스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미이행한 스위스 정부에 생명권 등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1년 3월 24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 목표를 미확정한 기후보호법 조항의 미래 세대의 자유 침해만 인정한 것에서 더 나아간 결과다.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의 2차 공개 변론은 5월 21일로 진행됐다. 현재로서는 각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기후소송의 경우, 명확한 피해 여부와 그 크기를 규정하기 까다로울뿐더러 이번 심판청구가 타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까닭이다. 본래 헌법소원은 지정재판부의 사전 심사 과정에서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아니했을 시 심판청구가 각하된다.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건의 경우, 스위스 정부가 연도별 목표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점이 큰 패소 요인으로, 한국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연도별 국내 감축 목표를 설정할 예정이라 공표했을 뿐 준비 단계에서 그친 것이다. 그렇기에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은 제소자들에게 있어 청신호이며, 다수의 해외 승소 사례는 이와 함께 위헌 판정에 대한 기대를 불러온다.
향후에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소송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기후소송 흐름이 계속되리라 예측된다. 이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점차 깨닫고 있는 사회적 인식의 반영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 증대의 결과다. 기후소송의 증가는 단순히 양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화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은 기업의 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더불어 다수의 사례는 기업의 경제적 이해와 환경 보호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각국의 실정과 산업 구조를 고려한 감축 목표 설정과 기술 개발, 정책 시행을 위한 적절한 시간 및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은 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기에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기후소송은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 간 균형을 맞추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협력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chaxxir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