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전력 확보

622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예정 ··· 10GW 추가 전력은 어디서?

2024-06-24     편집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유현지

[환경일보]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이미 과도한 전력 소비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지역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안성, 성남, 판교·수원 등 반도체 기업과 관련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19개 생산 팹과 2개 연구 팹이 집적된 이곳에 추가로 16개의 신규 팹(생산 팹 13개, 연구 팹 3개)을 신설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용인 남사와 용인 원삼에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며, 투자액은 각각 360조원과 12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전력 확보’ 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2047년까지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투자가 마무리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0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지난해 전력 당국은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수급 대책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 로드맵은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부지 내에 ‘3GW 규모 가스(LNG) 화력발전소 6기’를 신설해 초기 수요를 맞추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강원·경북과 수도권을 잇는 고전압 직류송전선로(HVDC)를 추가 건설해 강원·경북에 밀집한 석탄 화력과 원자력발전소 생산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호남 지역에서 수도권을 연결하는 서해안 해저 HVDC 건설이다. 호남 지역에는 대규모 태양광 및 해양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급증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전경 /사진제공=용인시

하지만 이러한 계획에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서남해권에서 남는 재생에너지를 충청남도 태안 변전소에 모은 후 110km 떨어진 용인 반도체로 끌어오는 데는 막대한 송전선로 건설비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으며, 송전망 건설은 예상보다 미뤄지는 경우가 많아 산단 건설 상황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3년 10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전력망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고,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보상책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LNG 화력발전소를 세우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10GW의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전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간헐성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5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을 통해 2038년까지 1.4GW 대형 원전 3기와 0.7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정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포함한 건 9년 만이고 SMR을 포함한 것은 처음이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앞으로의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 하지 않다.  /사진=환경일보DB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LNG와 원자력 발전은 RE100의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된다. 일각에서는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녹색 프리미엄 등의 우회 방법을 통해 RE100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원전으로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서 국내 업체의 수출이 막히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앞으로의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 하지 않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전력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지,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는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우선 돼야 한다. 또한, 향후 RE100 달성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환경 문제와 산업 발전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적절한 협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전력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유현지 hyunji04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