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지역환경을 푼돈에 팔아먹고 있다

이익은 기업이,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피해는 주민이

2024-06-25     김경태 기자

[환경일보] 얼마 전 KBS 추적 60분이 고발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사업은 부조리함 그 자체였다. 피해는 지역주민이 입고, 돈은 영리기업이 벌어가고,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처리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최대 30년까지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중 업체의 부도 등으로 사후관리가 안 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세금으로 사후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의 한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경우에는 에어돔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민 세금 100억 원 가까이 들여서 복구했으나 지금도 염소, 페놀 등 유해물질들이 인근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

경북 성주일반산업단지 내 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업체가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국비와 지방비 각각 23억 5천만원 총 47억원을 들여 매립 후 발생하는 오염물질인 침출수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화성시, 충남 당진시에도 업체의 부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사후관리를 떠맡은 매립장들이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는 폐기물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산업폐기물 처리가 영리 업체들에 맡겨져 돈벌이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업체들은 처리시설이 들어서도 괜찮을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농촌 지역에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땅값도 싸고, 민원을 제기할 지역주민도 적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본래는 산업폐기물과 거리가 먼 강릉시 주문진읍이나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청정지역이나 한탄강에서 가까운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도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과 사모펀드들까지 산업폐기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허가만 받으면 수백, 수천억원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업체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예도 있다. 업체가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승소했는데도, 업체의 산업 폐기물매립장 설치 제안을 수용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인허가를 쉽게 받으려고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고, 세금을 걷을 뚜렷한 수단이 없는 농촌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의 경우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제안하면, 세입이 늘기 때문에 혹하기 십상이다

생활폐기물은 공적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구조이며 주민감시도 법적으로 보장된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기업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처리 책임도 당연히 기업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산업폐기물 처리장 허가를 받은 곳으로 전국의 산업폐기물이 몰려들고 있다. 지자체 재정과 지역 환경을 맞바꾸는 셈이다. 이윤은 기업이 챙기고, 사후관리는 국민 세금으로 떠안는 부조리한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